의사 개인은 돌봄 참여에 현실적 어려움 "통합돌봄지원센터로 문턱 낮추자"
거동불편 돌봄 수요자 50만…"지역사회 개원의가 핵심, 지자체당 50명 필요"
의협 KMA POLICY 특위 7월 1일 상반기 세미나 겸 워크숍 '커뮤니티케어 대응 방안'
초고령사회가 임박했음에도 복지에 편중돼 추진되는 지역사회 돌봄(커뮤니티케어)에 '의료통합돌봄'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일차의료 개원가의 적극 참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특히 의사 개인이 방문 진료(왕진)에 참여하기 어려운 현실적 여건들을 되짚고, 지역의사회 주도 '통합돌봄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의사가 진료에만 집중할 수 있는' 의료돌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 중지를 모았다.
대한의사협회 KMA POLICY 특별위원회는 '우리나라 커뮤니티케어 정책의 현황과 대한의사협회의 대응 방안'을 주제로 7월 1일 대전 유성호텔에서 2023년 상반기 세미나 겸 워크숍을 열었다. 이날 모인 의료계 리더들은 의협·일차의료·의사가 주도하는 의료통합돌봄의 원칙을 다시 확인했다.
김종구 의협 커뮤니티케어 특별위원회(이하 커뮤니티케어 위원회) 공동위원장(전라북도의사회장)은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지방자치단체 중심 통합돌봄 시범사업은 서비스 영역 간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회에서 발의되는 통합돌봄 법안도 복지 위주로 구성되는 등 의료돌봄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자를 직접적으로 치료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의료를 주축으로 실질적인 돌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우리나라는 이미 2017년에 만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25년에는 노령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가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서고, 2030년에는 전체의 4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고 짚은 김종구 위원장은 "국내 노인 인구 대부분이 만성질환을 앓고 있고, 차후 도래할 감염병 위기 상황까지 고려하면 의료돌봄 확립을 더는 늦출 수 없다"며 의료통합돌봄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 "정부와 의협, 지자체와 지역의사회 간 연계와, 지역 내 1인 의료기관 모두의 참여가 보장되는 지역 일차의료 돌봄이 필요하다"며 그 주축으로서 지역의사회 내 '통합돌봄지원센터' 모델을 제시했다.
지역의사회 통합돌봄지원센터로 구축한 돌봄 체계는 어떤 모습일까?
이상권 전주시의사회 통합돌봄지원센터장(전북의사회 사회봉사이사)은 지난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주시의사회에서 진행한 '만성질환노인 예방관리 및 방문진료사업' 성과와 모델을 공유했다.
전주시의사회 통합돌봄지원센터는 지자체 및 돌봄 대상자와, 의사회 및 담당 의사 간에 가교 역할을 수행했다. 일차적으로는 지자체에서 발굴한 돌봄 대상자를 전수조사하고 의료취약군 환자를 단계별로 분류했다.
구체적으로는 △1차 안전망에 건강증진 및 질병예방군을 두고 생활습관 개선 교육을 △2차 안전망에 일반 만성질환군을 두고 식이요법 등 식생활 관리를 △3차 안전망에 만성질환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약물복약 점검과 합병증 예방관리를 △4차 안전망 의료기관 이용 취약군에 방문진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외에도 돌봄 대상자 모니터링을 지속 보조했으며, 의료진과 방문 진료 일정을 관리하고 동행하거나, 각종 행정업무와 예산집행 등 총체적인 지원을 맡았다. 일정 공지 외에도 방문진료 내용과 의료 정보, 정책 및 사업 동향을 공유했다.
이상권 센터장은 "의사 개인이 방문진료 및 돌봄에 참여하고 싶어 사회복지사나 간호사를 고용한다 해도, 인력을 고용할 만큼 수가가 충분하지 않아 압박감을 크게 느낀다"며 "의사들이 행정 등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진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통합돌봄지원센터 운영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개원의가 커뮤니티케어에 참여하기에 걸림돌이 많다는 의견에도 많은 공감이 이어졌다.
이충형 커뮤니티케어 위원회 위원은 "방문 진료 등 돌봄은 의사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진료 연속성을 생각하면 팀과 네트워크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현재 운영 중인 의원에는 사회복지사와 가정간호사도 있어 여러 방문 진료를 독자적으로 하고 있으나, 단독개원의가 방문진료에 참여한다는 것은 진료시간을 일부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이어 "거동불편으로 미충족 의료 경험자 28만명과 노인 요양 시설 거주자 21.5만명, 중증장애인 등을 고려했을 때 방문진료 필요 인구는 50만여명으로 추산된다. 의사 한 명이 100명의 환자를 관리한다 해도 5000명의 의사가 필요하고, 226개의 각 지자체마다 25명~50명 내외로 방문 진료 참여 의사가 필요하다"면서 "전국에 방문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개원의들이 점심시간이나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해서라도 방문진료를 할 수 있는 방안이 필수"라고 말했다.
26년째 '달동네 왕진'을 해온 장현재 전임 KMA POLICY 의료정책분과 위원장은 "장기요양보험에서 2등급 이상 고도불편 어르신들은 최소 한 달에 한 번은 의사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와야 한다. 무엇보다 개원의들이 경쟁적으로 어르신 진료를 보겠다고 돌봄과 방문진료에 뛰어들 수 있는 적극적 유인책이 필요하다"며 "거동불편 환자들이 오죽 급하면 의사를 집으로 부를까. 구청에서 회의·평가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의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고령화시대 의료를 지휘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오동호 커뮤니티케어 위원회 간사(의협 의무이사)도 "의료돌봄은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지역의사회 의사들이 지역사회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방패막이 되어, 일차의료 역량을 활성화하고 의료전달체계를 바로잡을 수 있음은 물론 지역사회 내 전문가로서 위상도 제고할 수 있다. 명분과 실리를 둘 다 잡을 수 있는 기회"라고 말을 보탰다.
이들은 홍보를 통해 의료돌봄 사업에 대한 회원들의 관심과 적극 참여를 독려함은 물론,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또 커뮤니티케어 위원회를 구성해 통합돌봄 방안을 논의하고 모색하고 있는 의협의 차후 과제로서 △일차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 의료·돌봄법 발의 △의료기관 내 의료를 제한한 의료법 33조 개정 △지역의사회 내 조직화 △의사회 주도 네트워크 구축 △의협 내 방문진료지원센터 설립 △장기요양보험 내 수가 개발 △가정간호/방문간호제도 개선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