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지속해서 줄어들면 병원은 망한다. 그러면 망하는 병원에서 외래환자가 먼저 줄어들까, 입원환자가 먼저 줄어들까?
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의사, 간호사는 비교적 쉽게 대답한다. 외래환자가 먼저 줄어든다. 오지 않으려는 환자를 외래로 억지로 끌어내서 진료할 수는 없지만 그나마 오는 외래환자 중에서 입원시키기는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인력을 예측할 때 수요를 측정하는 핵심요소는 입원환자가 아닌 외래환자여야 한다.
2003년 전체 의사 1명당 외래 내원환자는 8,751명이다.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병원·의원 가릴 것 없이 의사 1명이 1년 동안 진료한 외래환자 수를 뜻한다. 병원의 규모·형태에 따라서 근무형태가 다 제각각이고, 근무일수도 다 제각각이지만 1년 단위로 통계를 내면 그렇다는 말이다.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이 수치가 7,112명으로 줄었다. 2003년 대비 18.7%가 감소한 수치다. 이 기간동안 2009년 딱 한 번 고개를 살짝 들었을 뿐 지속해서 감소 추세다.
대한민국을 통으로 하나의 큰 병원이라고 치면, 16년 동안 내내 외래환자가 줄어드는, 망하는 병원이란 말이다. 그 망하는 병원에서 의사인력 수급 추계만 하면 항상 의사 부족으로 나온다. 그 재주가 신통방통하다.
얼마전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적정 의사인력 확충 방안 논의를 위한 의사인력 수급 추계 전문가 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발표된 의사 수급 추계 자료를 보면 수요추계로 의료 이용량을 근거로 했다고 했다. 그리고 의료 이용량을 추정하기 위해 연간 입원일수와 외래진료횟수를 원자료로 이용했다.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의사당 외래진료횟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망하는 병원인 대한민국에서 거기에 입원일수를 더해서 계산한다고 해도 그 추세가 변할 리는 없다. 그 자리에서 발표한 선행연구(2003년 이상영 등이 수행한 연구)에서 외래와 입원 비율을 1:2로 설정하고, 평균 진료량인 1일 41.8명을 가정할 때, 2018년까지 지속적인 공급과잉을 예측했다고 발표했다.
핵심요소인 외래환자를 보았을 때는 당연히 공급과잉이지만 혹시 몰라서 입원환자 수에 가중치 2를 주고 계산했지만 역시나 전세를 역전시키지 못하고 공급과잉 즉, 의사 수가 넘치는 것으로 나왔다는 말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입원환자에 가중치 2를 주어도 바뀌지 않았으니 이번엔 가중치 3을 준 것이다. '입원치료와 외래진료를 같은 1단위의 의료이용으로 보는 것은 부적합하므로 입원 외래 환산지수(3외래=1입원)를 적용한다'고 했다. 누구 맘대로? 어떤 과학적 근거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이라는 거창한 수식까지 동원한 포럼이었지만 과학적 근거 따위는 엿 사 먹었나 보다 그저 연구자가 부적합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원자료를 가공한 근거다. 그렇게 원자료를 가공해서 출발했으니 그다음은 볼 것도 없다.
진료 현장을 30여 년 지키다 보면 환자가 줄고 있는지 늘어나는 추세인지 굳이 통계를 보지 않아도 몸으로 그냥 안다.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이 아무리 아니라고 말을 해도 누구도 귀담아듣지 않는다.
2000년 말 활동의사 수는 5만 7,637명이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 통계를 보면 2001년부터 2020년까지 의사면허 합격자 수는 6만 5,525명이다. 면허합격자는 연초에 발표되어 연말 의사 수 통계에 포함된다. 2020년 말 활동의사 수는 10만 7,976명이다. 활동의사 통계로는 5만 339명이 증가한 것이다. 면허발급자와 활동의사 수의 차이가 무려 1만 5,186명이다.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을 연도별로 고려해 보정해도 대략 6,400여 명의 의사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난다.
매년 평균 3,276명의 신규의사가 진출하지만, 이 중 10%정도가 매년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경쟁이 아주 치열한 공급과잉 시장이라는 말이다. 의사 부족? 지나가는 개가 다 웃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