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수 늘리기 전에 '의료 접근성' 살펴봐야

의사 수 늘리기 전에 '의료 접근성' 살펴봐야

  • 김강현 의협 정책자문위원(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7.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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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수명' 83.5년 OECD 2위…회피가능사망률·영아사망률 상위권
의료지표·의료 접근성·사회적 비용 고려해 의사 인력 수급 결정해야

김강현 의협 정책자문위원 ⓒ의협신문
김강현 의협 정책자문위원 ⓒ의협신문

현재 필수의료·중증 응급의료 분야와 지방에 의사가 부족하여 응급·중증 환자들이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당하고 있다며, 의사증원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움직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외 통계를 살펴서 이를 판단하고자 한다.

보건복지부가 2022년 7월 20일 발표한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22'를 살펴보자. 정부는 우리나라 의사 숫자가 국민 1,000명당 3.6명의 OECD 평균치에도 미달하기에 이를 의사 증원의 근거로 들고 있다. 

OECD 보건통계 2022에서 제시한 지표는 건강상태·건강 위험 요인·보건의료 자원·보건의료 이용·보건의료 질·보건의료 비용·의약품 시장·장기요양 등 7개 분야 25개다.

모든 사람이 바라는 무병장수 관련 지표를 보면 한국의 '기대수명'은 83.5년으로 OECD 2위이며, OECD 평균보다 3.0년이 더 길다. 2015년 82.1년 보다 1.4년이 더 늘었다. 이렇게 기대수명이 늘어난 배경에는 생활 및 교육 수준 향상을 물론 의료서비스 접근성 즉 의사가 주변에 충분히 있어 쉽게 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으로 밝혀지고 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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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가능 사망률(Avoidable Mortality)'은 질병 예방활동을 통하여 막을 수 있는 사망인 '예방가능 사망'과 시의적절한 치료 시 막을 수 있는 '치료가능 사망'을 합친 용어다. 의료의 질과 효율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의 회피 가능 사망률은 2019년 인구 10만 명 당 147.0명으로, 2014년 185.0명에 비해 많이 감소했다. 이외에도 예방가능 사망률 103.0명, 치료가능 사망률 44.0명으로 각각 2014년 132.0명, 53.0명보다 역시 많이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OECD 평균치(215.2)보다 훨씬 낮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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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가능 사망률이 낮은 것은 당연히 높은 의료 효율성을 의미한다. 의사 수가 훨씬 많은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 보다 한국의 지표가 현저히 낮다. 한국 의사의 수준과 시스템의 우수성을 보여주고 있다.

영아사망률과 심근경색·뇌졸중·위암 사망률 역시 OECD 평균치를 밑돌고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지표를 보여주고 있다.

의사가 부족하다면 이러한 의료지표는 결코 나올 수 없다. 심지어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인정할 정도로 한국의 의료지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우수하다. 한국의 낮은 수가와 낮은 의료비를 고려할 때 OECD 최상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의사의 헌신과 희생이 바탕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건강상태를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인 영아사망률은 출생아 1,000명중 2.5명으로 OECD 평균(4.1명) 보다 훨씬 낮다. 영아사망률은 2010년 3.2명에서 2015년 2.7명으로, 2020년 2.5명으로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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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사망률이 [그림 2-2]에서 볼 수 있듯이 지속해서, OECD 평균치보다 더 빠르게 낮아지는 것은 그간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우수한 진료 결과다. 최근 '소아과 폐과 선언' 사태를 볼 때 안타까울 뿐이다.

정부는 우리나라 임상 의사 수(한의사 포함)가 인구 1,000명당 2.5명으로 OECD(3.7명) 국가 중 하위권에 속한다며 의사 증원의 근거로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수한 의료지표를 살펴볼 때 단순히 임상 의사 수 통계만으로 적으니까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올바른 접근 방법이 아니다.

이외에도 의료의 질을 보여주는 한국의 일차의료 즉 만성폐쇄성 폐질환·울혈성 심부전증·고혈압의 인구 10만 명당 입원환자는 OECD 평균치에 비해 낮아 우수하다. 반면, 천식(65.0명)·당뇨병(224.4명) 입원환자는 OECD 평균치보다 높아 좀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다(표 3).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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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성 뇌졸중 환자 100명 중 사망자는 15.4명으로 OECD 평균치(22.6명)에 비해 낮고, 허혈성 뇌졸중 환자 100명 중 사망자도 3.5명으로 OECD 평균치(7.7명) 보다 낮다. 하지만 심근경색 환자 100명 중 사망자는 8.9명으로 OECD 평균치(6.3명)에 비해 높다. 

암에 의한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2019년 164.8명으로 OECD 평균치(204.2명) 보다 낮아 암 관련 진료가 우수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아울러 2014년 189.8명에 비해 많이 낮아져 암 진료 분야도 많이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그림 3-1).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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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심근경색증 입원 환자의 병원 내 30일 치명률은 2019년 입원한 45세 이상에서 8.9%로 OECD 평균치(6.7%)보다 나쁘다. 2014년 8.3%보다 오히려 0.6%p 악화했는데 심지어 OECD  평균치는 오히려 0.6%p 호전됐다.

그러나 급성심근경색증과 뇌졸중에 관한 국가적 조치는 병원 수준의 성과에서 국가 내부의 차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변화를 줄이는 것은 공평한 치료를 제공하고, 전반적인 사망률을 줄이는 데 핵심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병원 수준의 성과에 대한 모니터링과 보고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지만, 정기적으로 병원 수준의 성과를 보고하고 있는 것은 한국뿐이라고 언급하고 있다(OECD, 2019). 아울러 병원 구조, 진료 과정 및 조직 문화를 포함한 급성 진료 결과의 다양성에 여러 요인이 기여한다고 OECD 보고서는 지적한다.(그림 7.4)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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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혈성 뇌졸중 입원 환자의 병원 내 30일 치명률은 2019년 입원한 45세 이상은 3.5%로  OECD  평균치(8.0%)보다 낮고, 2014년 4.3%보다 0.8%p 낮아 졌다. 동시에 OECD  평균치도 0.3%p 낮아졌다(그림 7.5, 그림 7.6).

정신건강 분야에서 특히 예방 우선순위는 자살과 관련이 있다. 2016년 약 79만 3000명이 사망했다(WHO, 2018). 정신 건강 행동 계획(Mental Health Action Plan) 2013-2020 목표 3.2는 2020년까지 국가의 자살률을 10% 감소시킬 것을 호소했다. UN 지속 가능 개발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에는 2030년까지 자살 사망률을 3분의 1로 줄이기 위한 지표로 비감염성 질병과 정신건강을 해결하기 위한 목표 3.4가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자살에 의한 연령표준화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 당 25.4명으로 OECD 평균치(11.1명) 보다 많지만, 2014년 27.6명에 비해 2.2명이 줄어들어 약간 호전을 보였고, OECD 평균치 1.3명 감소보다 더 개선됐음을 알 수 있다(그림 3-11).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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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의 수를 살펴보면 뉴질랜드를 제외한 아시아 태평양의 모든 국가와 지역에서 OECD 평균 인구 10만 명당 18.1명보다 낮다(그림 5.22).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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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호주·일본·한국과 같은 OECD 국가는 정신과 의사의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불행히도 한국의 자살률은 OECD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의사 숫자가 바로 그 질병을 해결하는 데 직접적인 관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신과 진료에 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고,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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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 중 터키의 자살 사망률은 4.4명으로 제일 적지만 정신과 의사 숫자와 정신병원 병상 수는 매우 적다. 단순히 숫자를 비교하는 것만으로는 부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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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정신과 의사가 많은 것에 비해 정신병원 병상 수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다. 자살에 의한 연령표준화 사망률 추이에서 알 수 있듯 자살률은 점차 개선되고 있다.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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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OECD 보건의료 지표를 제대로 분석하면서, 한국의 보건의료 현 위치를 정확히 평가하여 의사 수급 정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의대 정원을 350명 늘린다고 가정하면 2040년 요양급여비용 총액이 약 6조원 증가한다는 추계 결과를 내놨다. 향후 20년 간 생산인구 24%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 부담 문제부터 고민해야 한다.

왜냐하면 가용할 물적 인적 자원이 적어도 안되지만 너무 많으면 오히려 사회적 부담으로 돌아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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