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차 충전시설 설치 땐 소방시설 의무화?

친환경차 충전시설 설치 땐 소방시설 의무화?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3.07.1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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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효과적 화재 진압방법·소방시설 검증 안돼…"실효성 없어"
대부분 지하 주차장…열폭주 현상 발생 땐 소방시설 접근 쉽지 않아
병협, "신중 검토" 국회 전달…정부 정책 따른 시설확충 비용 지원해야

친환경 자동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소방시설을 의무화 하는 법안이 발의된 가운데 대한병원협회가 '신중 검토' 의견을 내놨다.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선제적으로 전기차 화재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인 진압 방법 및 소방시설에 대한 검증된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정부의 친환경차 확대 정책에 따른 소방시설 확충인만큼 관련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병협은 박범계, 조수진, 이동주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법률(친환경자동차법)일부개정 법률안'과 김영호 의원이 발의한 '전기안전관리법 일부개정 법률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현행법은 친환경 자동차 보급 촉진을 위해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 공동주택 등에 친환경 자동차 충전시설 및 전용주차구역을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하고 있다.

주차구획 총 50면 이상 공중이용시설(의료시설 포함)에는 2024년 1월 27일까지 시·도 조례에 따라 총 주차대수의 5%(신축), 2%(기축) 이상 범위에서 각각 설치해야 한다.

문제는 최근 전기차로 인한 화재발생이 증가하고 있고, 전기차 특성상 열폭주 현상 발생 등으로 화재 진압이 매우 어렵다는 데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화재는 2020년 11건, 2021년 24건에서 작년에는 44건으로 증가했다.

장소별로는 일반·고속·기타 도로가 43건(54.4%), 충전 등 주차중 발생 화재는 29건(36.7%)으로 주차 중 발생하는 화재도 늘고 있다. 

지하주자장의 경우 소방차량 진입이 불가능해 친환경차 충전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소방시설 설치 필요성도 제기된다. 

병협은 "정부의 친환경 자동차 보급 촉진으로 인한 전기차 및 전기차 충전시설 증가로 화재 위험성이 함께 증가하고 있어 이에 따른 소화수조, 소방용수시설 등 소방설비를 설치토록 하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 "그러나 정부가 전기차와 전기차 충전시설을 확충해 나가고 있으나, 전기차 화재에 대한 대응 능력은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전기차 화재의 원인으로는 외부 충격, 배터리 결함, 과충전 등이 지목되고 있지만, 명확한 원인 규명이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차체 바닥에 있는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1000℃이상 열폭주 현상이 발생하면서 스프링클러 설비 등과 같이 외부에서 물을 뿌리는 방식의 일반적인 소화시스템으로는 화재 진압에 한계가 있다.

현재까지 검증된 전기차 화재 진압의 방법으로는 화재가 발생한 차량 주변에 조립식 간이 수조를 만들고 물을 채워 차량 바닥에 위치한 배터리의 온도를 낮춰주는 게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많은 시간과 다량의 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지하주차장 같은 실내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진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짙은 연기, 유독가스, 협소한 공간 등을 감안하면 소방관이 수조에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전기차 화재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인 화재진압 방법 및 소방시설에 대한 검증된 방안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충분한 검토없이 소방시설만 의무화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이다.

병협은 "소화수조 등 소방시설 설치는 정부 및 관계기관의 전기차 화재안전에 대한 합리적이고 적정한 대책이 마련된 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소방당국 차원의 맞춤형 장비 확충과 화재 대응 지침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라며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는 전기차 개발·보급 촉진을 위한 국가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만큼 소방시설 설치 비용도 반드시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제에 중환자나 거동 불편 환자 등을 고려해 전기차에 대한 화재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주차구역 설치 기한 유예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병협은 "병원의 경우 중환자, 거동 불편 환자 등이 있어 화재발생 시 대형 피해가 예상되므로 전기차에 대한 화재 안전성이 담보될 때 까지 현행 전기차 주차구역 및 충전시설 설치 기한 유예 방안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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