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신문] '은퇴 후 선생님의 진로선택은?' 설문…회원 2016명 참여
설문조사 결과 "은퇴 후 의료취약지 근무 의향 있다" 63.1% 응답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분쟁) 지원' 가장 원해…'일반진료' 의향 45.1%
최근 은퇴 의사를 활용해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분야 의료인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의사회원 10명 중 8명은 은퇴 후에도 진료를 계속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의사회원 63.1%는 의료취약지(필수의료 등) 의료인력 부족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은퇴 후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의사회원 57.9%는 은퇴 의사를 활용하면 의사증원(의대신설 등) 없이 일차의료 및 공공의료 강화가 가능하다고 봤고, 49.3%는 은퇴 의사들이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게 된다면 지역필수의료 부족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다.
대한의사협회는 7월 13일 '지역 필수의료 살리기 위한 전문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6월 14∼26일까지 [의협신문]이 '은퇴 후 선생님의 진로선택은?'을 주제로 전체 의사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의사회원 총 2016명이 참여한 설문조사결과, 전문성을 갖고 있는 은퇴 및 퇴직 의사들의 진료활동 의향 등 가능성을 확인해 의협과 국립중앙의료원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시니어의사-지역공공의료기관 매칭사업'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역 은퇴 고려 연령은 65세∼69세가 35.2%로 가장 많았으며, 70세∼74세 22.1%, 75세 이상 23.6%로 나타났다.
은퇴 후 진료를 계속 할 의향을 물은 결과, 전체 연령에서는 78.8%가 '진료를 하고싶다'고 응답했으며, 60세 이상에서는 84.7%가 '진료를 하고싶다'고 응답했다.
은퇴 후 진료를 계속 하고 싶은 이유로는 '자기만족 및 자아실현'이 44.1%, '경제적 이유'가 24.6%를 차지했다.
은퇴 후 희망하는 근무 분야는 '일반진료'가 45.1%로 가장 높았고, '건강증진' 9.6%, '건강검진' 8.5%, '보건교육' 6.1%, '방문진료' 3.0% 순을 보였으며, 이 들 중 '어떤 업무든 상관없다'는 응답은 27.7%로 나타났다.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63.1%가 '있다'고 응답했는데, 60세 이상에서는 70.7%로 더 높았다.
근무지역으로 수도권 선호도에도 변화가 있음을 확인했다. 2020 전국의사조사와 [의협신문] 자체 설문조사와 비교했을 때 수도권 선호도는 감소(2020년 55.9%, 2021년 42.3%, 2023년 36.7%)했으며, 특히 강원지역의 경우 2020년 4.4%, 2021년 4.9%에서 2023년에는 10.8%로 2배 이상 증가해 수도권 선호도 감소는 지역으로 분산됐음을 보였다.
'근무를 위해 거주지를 옮기겠다'는 응답은 55.2%, '공공보건의료기관 취업 의향'은 77.0%, '의료취약지 민간의료기관 취업 의향'은 67.9%로, 공공보건의료기관 취업 의향이 높았다.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근무할 경우 국공립병원 11.7%, 지방의료원 17.5%, 보건기관(보건소 등) 16.7% 경향을 보였는데, '특별히 선호하는 기관이 없다'는 응답이 48.7%여서 취업 시 여건에 따라 근무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무 일수는 1주일에 3일이 44.7%로 가장 많았고, 주 4일 28.6%, 주 5일 14.5% 순을 보였다. 일평균 근무시간은 4∼5시간이 28.1%로 가장 높았고, 5∼6시간 26.6%, 6∼7시간 16.7%, 7∼8시간 19.7%로 나타났다.
지방으로 이전해 근무할 경우 '가족과 떨어져 살게 되는 어려움'이 29.7%로 가장 많았고, '의료 인프라 부족'(대형병원, 의료장비 등)이 16.2%로 나타났다.
의협-국립중앙의료원 '시니어의사-지역공공의료기관 매칭사업'에 대해서는 69.9%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또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근무를 할 경우 '적정급여'(25.0%), '근무지역'(25.2%), '근무시간'(24.0%)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은퇴 의사를 활용하면 의사증원 없이 일차의료 및 공공의료 강화가 가능하다'는 응답은 57.9%(불가능 17.8%), '지역 필수의료 부족 문제가 해서될 것'이라는 응답은 49.3%(해소되지 않을 것 25.1%)를 보였다.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근무를 할 때 정부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의료분쟁)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46.0% 였으며, '인건비 지원'(25.1%), '공공병원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과 매뉴얼 및 표준 운영지침 마련'(13.8%) 순을 보였다.
이날 설문조사결과를 발표한 백현욱 (시니어)의사-지역공공의료기관 매칭사업TF 위원장(의협 부회장)은 "공공의료기관이 필요로 하는 매칭을 위해 ▲원하는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기준의 하한과 상한을 정확히 제시(지역/시간/급여 등) ▲ 참여 희망 의사 대상을 넓혀서 재취업 시 공공의료기관에 지원할 수 있도록 정확한 정보 제공 ▲공공임상교수제와의 결합 방안 ▲다양한 유인책 마련(각종 지원 및 혜택 강화/예를들어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차원의 법률적·경제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문조사결과 발표에 이어 김영완 충남서산의료원장은 '지역 공공의료기관의 현실'에 대해 김국기 전문의(보훈공단 중앙보훈병원 신경외과)는 '공공의료기관 시니어의사 사례'를 소개했다.
김영완 의료원장은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35곳 지방의료원 중 183명의 의사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의사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는 은퇴를 한 60세 이상 의사인력 비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라며 "시니어의사가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면서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홍보 및 인건비 지원 등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겠지만, 은퇴 후에도 진료를 계속하기를 희망하는 의사들의 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에, 시니어의사-지역공공의료기간 매칭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니어의사(비활동의사)-지역공공의료기관 매칭사업이 보다 활성화되어 경륜과 전문성을 갖춘 의사들이 지역 곳곳에 재배치되고, 이를 통해 필수의료와 공공의료의 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또 "지역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니어의사를 활용한 지역 공공병원 매칭사업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거듭 밝히면서, 의협과 보건복지부, 국립중앙의료원이 공동으로 추진 중인 '시니어의사 지역공공의료기관 매칭사업'의 향후 활성화 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