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현황 파악·과업·목표 성취 감측 등 지속적인 질적 개선 추구
스스로 자신을 대상화하고 시간적 공간적으로 확장된 사고 필요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해리 크레이머 주니어(Harry Kraemer Jr.)는 올바른 일을 하면서 뛰어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가치기반의 리더십을 주장했다. 의사단체도 예외는 아니어서 영감을 얻어내는 가치를 표방해 회원의 지지와 능동적 참여를 고취시키는 것이 리더십의 핵심이다.
의사 전문직 단체가 추구하는 가치는 윤리적이고 사회 공익적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의사 단체가 특정 가치를 위해서 헌신적인 노력을 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환자나 사회의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 가능하다.
최빈국에서 고소득 국가로 초고속 성장을 한 우리나라는 가난한 시절에도 경제적 안정성이 가장 높았던 의사직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됐고 지금도 사회는 의사단체를 지독한 이익집단으로 곡해하고 있다.
이러한 불리한 사회적 이미지는 주요 이해당사자인 정부와 사회와 불편한 관계의 개선도 쉽지 않게 한다. 정치 주도의 기득권 증오도 의사 집단의 부정적 이미지 조성을 부추기고 있다.
가치기반의 리더십은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자기성찰·균형·진정한 자신감·진정한 겸손 등을 중요한 요소로 간주한다. 의사단체는 의학전문직업성(Medical Professionalism)이 가치의 근본으로 마치 모태신앙과 같은 이치다. 성공한 단체들이 보여주는 리더십의 보편적 현상은 물질적 추구보다 보편적 내적 가치 추구에 우선을 두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도 협회가 갖는 태생적 가치에 대한 이해와 확인이 필요하다. 단체가 갖는 본질적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자기 성찰적 입장을 견지해야 하고 스스로 자기를 대상화하거나 객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즉 단체의 가치관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명확하게 해서 이를 목표화하고 구체적 성과로 표현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단체적 역량을 배양해야 한다. 본질적 가치에 대한 초보적이며 근시안적인 결정은 의사 집단에서는 금기사항이다. 초보적 가치에 사회는 집단의 밥그릇 타령이라고 폄훼한다.
대한의사협회는 3년마다 회장과 집행부가 바뀌는 구조로 새 집행부의 시작과 더불어 반드시 단체가 추구하는 가치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임 집행부가 결의한 추진 정책의 연속성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고 성공적인 가치기반의 리더십을 위해 주기적 자기성찰은 필수적이다.
일정 기간마다 주기적으로 단체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인 현황 파악과 과업이나 목표의 성취에 대한 감측(monitoring)을 꾸준히 해 지속적인 질적 개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의 조직 문화에서 집행부의 협회 목표 달성이 원활하지 않아 보이면 반대의 의견은 곧잘 탄핵의 시비로 연결된다.
서양의학의 전통은 중세부터 윤리를 담보로 하는 길드 조직이 조직과 구성원의 이권 보호와 더불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구호를 단체의 규약으로 삼았다. 현재나 과거나 세상은 아직도 해결 못한 가난·환경·질병·술·마약·흡연 등과 자살·저출산·아동학대·고령화·인구감소 등 의료화(Medicalization)된 사회 문제가 산재 돼 있다. 현대적 사회의 문제는 의료의 직, 간접적 개입이 더욱 필요한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제적으로도 이익 조합(Trade Union)인 의사회(Medical Association)도 명확한 공익적 과업을 택해 사회적 봉사를 통한 가치 구현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나라도 정부의 역할만으로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금연·마약·교육 등 의사단체의 적극적 역할이 기대되는 분야도 많이 있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정부에 의한 지나친 통제에 혐오감과 좌절감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의사단체의 사회적 공헌 사업에 대해 회원의 반감을 사기도 쉬우나 의사의 단체적 이미지 변화나 성공적 리더십 형성에는 필수 불가결한 핵심 사안이다.
가치기반을 실현하기 위해 단체 스스로 자신을 대상화하고 객관적 조망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적 공간적으로 확장된 사고도 필요하다. 광범위한 국제적인 시각과 동시대를 넘어 과거와 미래에 대한 조망도 필요하다. 선진국의 다양한 기능과 형태의 의사단체에 대한 리더십을 연구하고 배워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인간이 구성한 단체도 사회적 속성이 존재한다. 국제적 교류를 통한 전문직 단체의 성장도 꼭 필요한 사안이다.
대한의사협회의 존재 가치는 이익단체의 시각에서 회원 보호라는 당연한 명제가 존재한다. 그러나 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법정단체라는 태생적 근거를 바탕으로 회원 중심 시각을 초월한 가치표방이 필요하다. 최고학력의 의사단체가 표방하는 가치는 보편적이고 거시적이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가 개원의를 위한 조합이라는 이미지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의사단체라면 정의·자율·혁신·구원 등 진정한 전문직업성이 추구하는 초월적 가치를 내세워야 하는데 어떻게 구체화할지 심각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대표적 초월적 가치의 하나인 자율도 이미 지난 집행부에서 강력히 추진하던 대의원회의 결의사항이다.
가치기반의 리더십이 미진한 이유는 아마도 지나치게 이상적인 가치를 표방하는 것이 회원의 지지를 외면 당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벌써 차기 회장 선거 준비를 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2년의 집행부 실적으로 차기 선거를 쟁취해야 하는 현재의 지배구조는 전문직 단체가 추구하는 초월적 가치의 추구는 고사하고 긴급 현안도 처리하기 버거워 보인다. 아무리 노력해도 달성할 수 없는 것 같은 의사협회의 장애적(Handicapped) 지배구조의 극복이 가치기반 리더십을 위한 선결 사안이 아닌지 회원의 냉철한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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