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의료연구소, 비대면진료 문제와 해법 주제로 토론회
필요성·안전성·효과성 평가 평행선...파급효과 전망도 제각각
진료는 비대면으로 받되, 약은 약국에서? “비상식” 한목소리
비대면진료를 놓고 의료계와 산업계가 난상토론을 벌였다.
제도 도입의 필요성과 안전성·효과성을 놓고 평가가 엇갈렸는데,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에는 양쪽 모두 공감을 표했고, 정부 시범사업에서 약 택배배송이 사실상 제외된 점을 두고는 함께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의료계와 산업계가 서로에게 궁금했던 문제들을 직접 묻고 답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의료계는 산업계를 향해 "어떤 이득을 얻고자 비대면진료를 활성화하고자 하는 것이냐"고 물었고, 산업계는 의료계는 향해 "적용 환자군을 늘리는 것이 정말도 안될 일이냐"고 질문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7월 15일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비대면진료 문제와 해법'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조병욱 바른의료연구소 연구위원(신천연합병원 진료과장) △이영화 대한개원의협의회 의무부회장 △이세라 서울시의사회 부회장 △장지호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공동회장(닥터나우 이사) △선재원 원산협 이사(메라키플레이스(나만의 닥터) 공동대표)가 토론자로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1. 비대면진료 필요한가
조병욱 바의연 연구위원은 과거로부터 이어진 원격의료 논란을 짚으면서 "대한민국에서 왜 비대면진료가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세계 유래가 없는 높은 의료접근성, 안정성 측면에서의 대면진료 효용 등을 고려했을 때 국내에 비대면진료를 도입할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산업계는 지난 3년간의 한시적 비대면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그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장지호 원산협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 3년간 비대면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되면서 사실상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이뤄졌던 것"이라며 "이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자리를 갖고 그 효용성을 분석해, 안전성을 담보한 정책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 비대면진료 안전한가
비대면진료의 안전성을 두고도 참석자간 평가가 엇갈렸다. 산업계 측은 지난 3년간 이뤄진 한시적 비대면진료에서 특별한 안전사고 이슈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그 안전성이 어느정도 입증되었다고 봤다.
반면 의료계는 코로나19라는 특수상황 하에 있었던데다, 비대면진료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그 평가를 달리해야 한다고 봤다. 특히 초진환자 진단까지 포함하는 비대면진료는 전혀 다른 영역이라고 했다.
조병욱 연구위원은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과, 그러니 비대면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며 "한시적 비대면진료의 경우 주로 코로나19로 진단된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그에 따른 후속조치(팔로우업)를 하는 행태로 이뤄져 안전사고가 벌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었다"고 짚었다.
이영화 대개협 의무부회장은 "같은 맥락에서 초진환자의 진단까지 포함하는 비대면진료는 절대 불가하다"며 "진단이라는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진단과 진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환자 안전을 위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절차로, 산업계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지지해줘야 한다"고 했다.
#3. 비대면진료 영향은
비대면진료 제도화의 파급효과를 두고도 다른 전망을 내놨다. 의료이용을 부추겨 비용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가 하면, 의료비 증가는 기우라는 입장이 맞선다.
의료계는 현재와 같이 비대면진료에 따른 비용을 수가로 규정하고,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하는 방식이라면 해외 일부의 사례에서 확인된 의료비 절감 효과는 기대할 수 없으며, 오히려 지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세라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지금처럼 건강보험의 틀 안에서 싼값으로 문호를 넓히면 의료비가 증가할 수 밖에 없다"며 "비대면진료 이용자가 대체로 경증질환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 비용을 비급여로 전환하는 등의 방식을 택했을 때 과다한 이용에 따른 비용증가의 문제를 막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산업계는 비용 폭증은 기우라는 입장이다.
장지호 원산협 회장은 "한때 건강보험 재정지출이 폭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했으나, 2022년 기준 비대면진료 비중은 3% 정도에 그쳤다"며 "국내 환자의 대면진료 선호경향 등을 봤을 때 비대면진료 비율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 없다는데는 양측 모두 동의했다.
선재원 원산협 이사는 "플랫폼 업체들이나 비대면진료 찬성론자들과 얘기해도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를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며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의 보완재이며, 향후 지역사회 커뮤니티케어 기반에서의 홈케어 정도가 그 확장판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4. 약 택배배송 제외, 입장은
정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두고는 양측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의료계는 준비없는 제도화 추진을 문제 삼았고, 산업계는 높아진 허들로 인한 시장 위축을 걱정했다.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되 의약품 택배배송은 불허한 점을 두고는 비판이 쏟아졌다.
조병욱 연구위원은 "이 결정이 이해가 가는 사람이 있겠느냐. '진료는 비대면으로 받고 약은 약국가서 받아라' 이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고, 이영화 부회장 또한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장지호 원산협 회장은 "비대면진료가 일부 걸음을 뗀 상황에서 약은 대면으로 받으라는 게 국민상식에 부합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복약지도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복약지도 또한 영상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선재원 원산협 이사는 약 택배배송 허용을 비대면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 의료계가 산업계에 "플랫폼, 비대면진료로 무엇을 바라나"
토론회에서는 의료계와 산업계가 서로에게 궁금했던 문제들을 직접 묻고 답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른바 상호간 난상토론이다.
의료계는 이날 산업계를 향해 "플랫폼 운영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느냐"고 물었다. 다른 중개플랫폼과 달리 수수료 등 직접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산업계가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요구하는 속내를 물은 것이다.
선재원 원산협 이사는 "다른 중개플랫폼은 수수료로 수익을 얻지만, 진료나 조제에 따른 수수료를 떼는 것은 불법이다. 현재로서는 수익모델이 없다. 장기적으로 광고 등 다른 영역으로의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지호 대표 또한 "비대면진료를 통해 수익 모델을 만들기 쉽지 않다는데 동의한다"며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 산업계가 의료계에 "대상 환자 확대, 정말 안될까"
산업계는 의료계를 향해 비대면진료 대상 환자의 확대가 정말 불가능한 일인지, 혹은 대상환자를 법률적으로 정의하는 대신 의료계가 자체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어떨지 그 의향을 물었다.
의료계의 대답은 안된다는 것이다.
조병욱 연구위원은 "앞서 논의된 바와 같이 진단의 영역은 원격모니터링이나 추가조치와는 다르다"며 "그런 이유에서 의료계가 환자의 편익을 위해 최대한 양보할 수 잇는 선이 재진이었던 것이며, 그 안에서도 감당 가능한 부분을 따로 정한 것이다. 비대면진료 대상 환자를 재진 이상으로 허용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잘라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