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소아암 치료기관 45개 중 수도권 22개…소아암 치료 인프라 격차 벌어져
국훈 교수 "내년도 수가 인상률 1.6%…소청과 지원하라면 지원하겠나"
보건복지부, 7월 20일 소아암 진료체계 구축방안 발표
지역 내 소아청소년암 필수진료체계 구축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에서 소아청소년암 진료체계 구축 방안을 발표한데 이어 국회에서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 구체적인 의료체계 구축안으로는 거점기관 중심의 진료체계안과 거점 소아청소년암 개방형 진료체계안이 제시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상임위원회로 둔 국민의힘 서정숙·김미애·이종성·최재형 의원은 7월 20일 '소아청소년암 필수진료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 앞서 같은 날 오전 보건복지부는 소아청소년암 환자가 거주지 인근에서 안정적으로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지방 5개 권역에 소아청소년암 거점병원 육성안을 발표했다.
소아청소년암은 국내에선 0∼18세 사이에 발생하는 암으로 국제소아암으로는 △백혈병, 골수증식성질환과 골수형성이사증후군 △림프종 및 세망내피성 신생물 △중추신경계통 및 각종 머리내 및 척수내 신생물 △신경모세포종 및 다른 말초 신경 세포 종양, 교감 신경 계통 종양 △망막모세포종 △신종양 △간종양 △악성 골종양 △연조직 및 다른 골외 육종 △생식 세포 종양, 영양막 종양 및 생식선의 신생물 △다른 악성상피성 신생물 및 악성 흑생종 △기타 암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김영애 국립암센터 암관리정책부장은 이날 소아청소년암 현황을 주제로 발제하며 "소아청소년암은 고강도 항암화학요법이 필수적이며, 진단이후 치료 종료까지 성장발달기에 1∼2년간 집중치료가 필요해 교육 공백 발생 등 일상생활 어려움이 있다"며 "전문인력의 수도권 병원 집중으로 지방거주하는 소아청소년암 환자·가족의 붕괴 및 사회경제적 부담이 크다"고 소아청소년암의 특징을 설명했다.
2020년 기준 국내 소아청소년암은 1365명이 신규로 발생했으며, 2017년부터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2022년 기준 442명으로 2018년에 비해 52% 감소한 추세를 보이며, 소아과 수련병원은 2022년 75개소로 2018년 91개소에 비해 17% 감소했다.
소아청소년암 치료기관은 서울권에 14개로 가장 많았으며, 경기 서북부권 4개, 경기남부권 4개, 강원권 2개, 충북권 1개, 충남권 3개, 전북권 2개, 전남권 3개, 경북권 5개, 경남동부권 5개, 경남서부권 2개 등으로 나타났다.
김영애 암관리정책부장은 "지역 내 소아청소년암 치료가 어려워 수도권 의료기관을 이용이 증가하고 인구 구조변화 등으로 수도권과 지방의 소아청소년암 치료 인프라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며 "소아청소년기의 암진단 및 암치료 경험은 암치료에 따른 다양한 신체적 증상과 더불어 또래와는 다른 성장·발달기를 경험하며 성인기에까지 그 영향을 미친다"고 소아청소년암 지역완결적 의료 제공을 강조했다.
또다른 발제자로 나선 백희조 교수(화순전남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와 김지윤 교수(칠곡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각각 '소아청소년암 거점기관 중심의 진료체계(안)'과 '거점 소아청소년암 개방형 진료체계(안)'을 설명했다.
우선 '소아청소년암 거점기관 중심의 진료체계(안)'과 관련해 앞서 보건복지부는 ▲충남대병원-충남권역(대전·충남·충북·세종) ▲화순전남대병원-호남권역(광주·전남·전북·제주) ▲칠곡경북대병원-경북권역(대구·경북) ▲양산부산대병원-경남권역(부산·울산·경남) ▲국립암센터-경기권역(경기·강원) 등 5곳을 소아암 지방 거점병원으로 지정해, 육성해 나가겠다고 했다.
"기존 정부 지원 공공의료 수행기관으로서,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를 보유하고 있고 조혈모세포 이식이 가능하며 외래·입원·응급진료 기능을 갖추고 있는 등 소아암 진료의 핵심이 기능이 아직 유지되고 있는 병원들"이라는 판단이다.
구체적으로는 병동 촉탁의를 신규 채용해 입원 또는 응급실 등 기존 병원 내 소아혈액종양 전문의가 하던 업무를 대체하도록 하고,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는 외래진료와 조혈모세포이식에 집중하도록 하며, 타분과 소아과 전문의와 협력, 지역 내 타 병원 소속 전문의 진료 참여 등을 유도해 나가기로 했다.
백희조 교수는 해당 계획과 관련해 "의사 인력 확보를 통해 안정적인 진료가 가능하고 지역 내 소아혈액종양환자 입원 및 응급진료 지속성을 확보할 것"이라며 "거점병원 내 소아혈액종양환자 치료완결률을 향상시키고 지역 내 소아청소년암생존자 추적관리 및 돌봄 제공, 환자 및 보호자의 타지역 이동 및 숙식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이 감소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거주 지역내에서 치료가 가능해짐에 따라 가족붕괴 감소와 돌봄 부담이 감소되고 젊은 부모들의 지역 의료에 대한 불안감 해소 및 지역 이탈 방지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방형 진료체계는 지역 내 타 병원 소속 소아혈액종양 전문의를 거점병원 진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모형이다.
김지윤 교수는 "지역에서 계약직 전문의를 하기에는 어려운 사정이 있다. 특히 소아혈액종양이라는 질환은 중증도가 높고 근무 조건이 열악해 여러 가지 민원이나 소송, 구상권 청구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의사들이 훨씬 좋은 근무 조건이나 만족스러운 곳으로 이탈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에 지역의 겨우 1인 근무의 한계를 여설히 드러내고 있고 이로 인해 지역의료 체계의 붕괴가 임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역의료 붕괴 대책으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처럼 연합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개방형 진료체계 운영과 관련해 지역 거점병원 측면, 지역 의료기관 측면, 지역 환자 측면 등 3가지 측면으로 나눠 "지역 거점병원 측면에서 지역 근무부담을 개선해 지역 전문의 이탈 방지 및 신규 전문의 유입 환경 형성을 기대할 수 있다"며 "지역 환자에게는 지역 진료체계 붕괴를 막고 환자들에게 안정적인 의료 공급을 유지할 수 있고, 지역 의료기관 측면에서는 지역 내 기존 전문인력의 가용성을 향상하고 지역 의료진의 원소속을 유지하는 동시에 소아혈액종양 입원 진료 수용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대책안이 '응급 대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장기적으로 의료 현장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현장에서 작동이 가능한 대책들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박향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지난 1월 필수의료지원대책을 발표하고 2월에 소아 의료체계에 대한 개선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며 "특히 소아 진료는 저출생을 감안하더라도 현장에 남아있는 의사의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세부 분과별로 봐도 소아암 같은 경우는 희소 질환에 속하기 때문에 의사가 너무 제한적이라 문제 인식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선적으로 소아암 진료 현장을 여러 차례 다니면서 어떻게 의료 현장의 목소리를 제도로 정착시키게 할 것인가 고민을 많이 하고 우선적으로 응급 처방의 대책을 마련했다"며 "장기적으로도 최대한 현장에서 작동이 가능한 대책 마련에 고민하고 수가 문제 등도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근원적으로는 인력 확보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필수과라 불리는 과목의 인력 확보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대책들도 함께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필수과 인력 확보와 관련해 '수가 인상'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됐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국훈 교수(화순전남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는 토론회 말미에 토론회 참석자에게 "올해 의료 수가 인상률이 얼마인지 아느냐?"고 질의 한 후 "올해 소아과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일반 사람들에게 의료 수가 인상률을 물어보면 5%나 10%를 생각한다"며 "그렇게 올라도 부족한 상황인데 내년에 수가 인상률은 1.6%다. 수가 인상률을 이렇게 올리면서 소청과 지원하라고 이야기하면 지원을 하겠나. 보험 재정과 관련된 부분이 복잡하지만, 국회와 정부에서풀어줬으면 좋겠다"고 작심 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