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사 평균 2.6명 OECD 3.7명 보다 낮다?
보건복지부 [OECD 보건통계 2023] 분석 발표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의 지속적인 반론에도 보건복지부가 한국의 임상 의사 수가 OECD 국가 평균보다 부족하다고 발표해 논란이 예고된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과 안양수 대한의사협회 전 총무이사를 비롯해 의료계는 그동안 "국가별 의료 상황에 상관없이 OECD 국가별 단순 통계만으로 한국의 의사 수가 부족하거나 많다고 결론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적정 의사 수 도출을 위해서는 ▲수술 대기 시간 ▲도·농간 의사 밀도 차이 ▲의사 외래 진료 건수 및 입원 일수 ▲기대수명·영아사망률·암 사망률 ▲순환기 사망률, 회피·치료 가능 사망률, 자살 사망률 ▲코로나19 의료대응 ▲코로나19 초과사망 등 국가별 의료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의 의사 수 증가는 곧 의료비용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져 사회적 부담을 빠르게 늘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 통계치를 근거로 의사 수를 무작정 늘렸다간 사회적 비용을 톡톡히 치를 것이라는 경고인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7월 26일 'OECD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 2023'을 근거로 "2021년 기준 한국 임상 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 멕시코에 이어서 두 번째로 적었다"고 발표했다. OECD 국가 평균 임상 의사 수는 3.7명으로 집계됐다.
'OECD Health Statistics'는 OECD 국가 간 공통 기준에 따라 산출한 국가별 통계이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정책을 기획할 때 기초자료로 OECD Health Statistics를 활용한다.
보건복지부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가 많은 국가는 오스트리아(5.4명)와 노르웨이(5.2명)이고, 임상 의사가 적은 국가는 한국(2.6명)과 일본(2.6명, 2020년), 멕시코(2.5명)였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의학계열(한의학 포함, 치의학 제외) 졸업자는 인구 10만명당 7.3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 이스라엘(6.8명), 일본(7.2명)에 이어 세 번째로 적다고 지적됐다.
정부와 일부 정치권이 의대 증원 필요성을 주장하는 가운데 발표된 보건복지부발 데이터에 의료계는 이미 여러차례 반론을 폈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지난 6월 열린 국회토론회에서 "의대 정원이 유지돼도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OECD 평균 수치를 빠르게 따라잡는다"며 단순한 의사 수 비교의 한계를 경고했다.
우봉식 원장에 따르면 2040년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4.60명으로 OECD 평균 5.09명과 격차가 줄어들다가 2047년 OECD 평균을 넘어선다. 2047년 1000명당 한국의 평균 의사 수는 5.87명으로 OECD 평균 5.82명을 앞질렀다.
안양수 전 대한의사협회 총무이사 역시 최근 "의사 한 명당 외래환자 수가 한국의 경우 크게 줄어들고 있어 단순 의사 수 비교만으로는 적정 의사 수를 도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안양수 전 이사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의사 한 명당 연간 외래 환자 수가 7112명으로 2003년 8751보다 18.7%p 줄었다는 정부 연구자료를 근거로 들었다.
하시모토 히데키 도쿄의대 교수(일본의료경제학회장)는 7월 5일 국회 의료현안 연속토론회에서 실제 고령화율에 따른 한국과 일본의 의사 수를 비교했다.
히데키 교수에 따르면 고령화율 15% 시점에서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한국 2.51명(2020년 기준)으로 일본 1.89명(1998년 기준)보다 많았다.
고령화율 20% 시점에서 한국은 2.84명(2025년 추계)으로 일본 2.08명(2006년 기준)보다 3만 9100명 많았다.
김주경 의협 공보이사는 7월 26일 "의료계가 여러차례 OECD 단순 통계의 한계를 지적했지만 보건복지부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단순 통계자료만을 발표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협은 적정 의사 수 도출을 위한 합리적이고 깊이있는 근거를 계속 알리겠다"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 국민의 기대수명은 83.6년으로 OECD 국가 평균 80.3년보다 높았다.
'회피가능사망률' 역시 장기간 감소추세를 보인 끝에 인구 10만명당 142.0명으로 OECD 국가 평균 239.1명의 절반에 불과했다. '회피가능사망률'은 질병의 예방활동과 시의적절한 치료서비스 제공으로 막을 수 있는 사망률을 말한다.
한국의 15세 이상 인구 흡연율(15.4%)과 1인당 연간 주류 소비량(7.7ℓ)은 OECD 평균 흡연율 15.9%와 주류 소비량 8.6보다 낮았다. 만성질환의 주요 원인이 되는 과체중 및 비만인구 비율은 36.7%로 OECD 국가 평균 57.5%보다 크게 떨어졌다.
인구 1000명당 임상 간호인력 수는 8.8명으로 OECD 평균 9.8명보다 낮았다. 자기공명영상장치(MRI)는 100만명당 35.5대, 컴퓨터단층촬영(CT)은 100만 명당 42.2대로 OECD 평균 MRI 19.6대, CT 29.8대를 능가했다. 병원 병상 수 역시 인구 1000명당 12.8개로 OECD 평균 4.3개보다 약 2.9배 컸다.
한국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5.7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경상의료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3%로 OECD 평균 9.7%와 비슷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장기요양 수급자 비율(재가 8.1%, 시설 2.6%)은 OECD 평균(재가 10.2%, 시설 3.5%)보다 낮았으나 노인 인구 증가와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이용욕구 증가 및 보장성 확대 등으로 10년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