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우실리 사람들

[신간] 우실리 사람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3.07.2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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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수 지음/도서출판 지누 펴냄/1만 5000원

1950년 6월 25일 새벽. 개성 사람들은 매일 아침 '북진 통일'을 외치며 시가지를 구보로 누비던 국군들에 대한 믿음 때문에 공산군에게 점령 당하리라고는 아무도 믿지 않았다. 전세가 여의치 않게 되면서 인민군들은 사나와지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젊은이들을 찾아 징집하기 위해 광분했다. 어렵게 두 형의 징집을 피한 후 어쩔수없이 다음해 1·4 후퇴 때 어머니 손에 이끌려 고향 개성을 떠나 충청남도 성환과 경기도 평택 사이에 있는 산골마을 우실리에서 반년 남짓 피난생활을 지냈다. 

1940년에 태어난 저자에게 한국전쟁은 열 한 살 소년의 풍요로운 과거를 송두리째 지워버렸다. 기차 지붕 위까지 떠밀려 이르게 된 우실리에서는 그나마 작은 안정과 평화를 찾았고, 다시 못 볼 줄 알았던 노구의 아버지와도 해후했다. 

한광수 대한의사협회 고문(인천·원광효도요양병원장)이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는' 수필집 <우실리 사람들>을 펴냈다. 

이번 수필집에는 의사수필동인 '박달회' 문집에 소개했던 글들을 모았다. 

이 책은 부모님과 고향 개성, 그 그리움을 달래준 우실리에 대한 추억을 풀어놓는다. 지금은 남의 땅이 돼버린 고향 개성, 그곳을 그리는 열 한 살 소년을 품어준 '마음의 고향' 우실리와 우실리 사람들이 담긴다.  

저자는 개성 만월초등학교 5학년 때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피난길에 나서 대구 회도초등학교, 서울 경기 중·고교, 가톨릭의대를 졸업했다. 군의관으로 장기복무하면서 공군의무감, 해군의무감(직대), 공군항공의료원장 등을 역임했다. 마포에 용현의원을 개원한 이후에는 서울특별시의사회장, 대한의사협회장, 가톨릭의대 동창회장, 의협 100주년사 편찬위원장, 국제보건의료재단 총재, 한국의약평론가회장 등을 맡아 의료계 일선에서 활동했다.

저자는 "지금까지 펴낸 수필집 가운데 <아버지, 아버지 사랑하는 아버지>에는 '쉰둥이'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었고, <엄마, 엄마 미꾸리 안 먹어?>는 부모님께 드리는 제사상 차림이었다면, <우실리 사람들>은 헐벗었던 소년기를 품어주는 따뜻한 마음의 안식처"라고 소개했다. 

이번 수필집에는 마흔 세 편의 단상이 차려졌다. 

권성원 차의과학대 석좌교수(강남차병원 비뇨의학과)는 추천사를 통해 "이 책은 금빛 가문에서 태어난 문무를 겸비한 저자가 담담하게 쓴 가족사로, 쉰둥이로 태어나 일찍 여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한국전쟁 당시의 쓰라린 삶, 어머니의 백수잔치를 열어드리는 지극한 효성이 담긴 맛깔스러운 글을 만날 수 있다"면서 "우리가 80년 인생을 어찌살아왔는지, 잔혹한 전쟁을 겪고 굴곡진 세상을 살아온 꼰대들을 우습게 보는 젊은 세대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저자 나이 구순을 향해 가는데 마음엔 주름살이 없다"고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02-3272-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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