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정책에 관심 없으면 환자에게 좋지 않아…의사·환자 모두 피해"
"'젊은의사' 협회 활동 관심을…회원 참여도 어떻게 높일까 고민해야"
최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선거에 출마자가 없어 선거 후보자 등록 기간이 다시 또 한 번 연기됐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도 2021년에 출마자가 없어 선거 후보자 등록이 연기된 적이 있다.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현재 회장단 없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 중이다.
젊은의사 협회 구인난이 심각하다.
경북 포항시 북구 공보의이자 대공협 홍보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안준범 명예기자가 김철수 원장(경기도 시흥시·김철수내과의원)을 만나 '젊은의사' 구인난에 관해 해법을 구했다. 김철수 원장은 고신대학교의과대학 학생회장·대전협 홍보이사·제31대 대공협 회장·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 등을 맡아 누구보다 동분서주한 젊은의사로 살았다.
Q. 신기하게도 저는 원장님이 공중보건의사로 복무한 경주시 옆 포항시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원장님의 공중보건의사 생활은 어떠셨나요?
공중보건의사 생활할 때 가장 재밌게 한 것이 '카우치 서핑(Couch Surfing)'입니다. 에어비앤비(Airbnb)로 요즘 방을 많이 구하는데, 에어비앤비와 다르게 카우치 서핑은 여행자를 위해 숙소를 무료로 제공하는 여행자 커뮤니티입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방문하는 도시는 당연히 서울과 부산이 1, 2위고 3위가 바로 제가 근무한 경주시입니다. 제가 살던 원룸에 배낭여행 하는 외국인들을 많이 재웠습니다. 주말에 시간이 나면 같이 경주 여행도 했어요. 그랬더니 영어가 정말 많이 늘었습니다. 화상으로 영어강의를 듣기도 했지만, 카우치 서핑을 하면서 영어가 가장 많이 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카우치 서핑을 하면서 제 가치관이 많이 바뀌었어요. 이전에는 인생에는 모범답안이 있고, 이를 찾아 실행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카우치 서핑 하는 외국인들은 다들 계획 없이 놀러 왔어요. 최소 한 달에서 1년 정도 여유있게 여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 박자 느긋하게, 그리고 가족과 친구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양한 국적과 배경의 외국인들을 보면서 인생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길고 넓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공보의로 복무할 때 '카우치 서핑을 하지 않았더라면 개원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Q. 원장님께서는 의대생일 때는 고신의대 학생회장, 내과 레지던트로 일할 때는 대전협 홍보이사, 2014년 의사 총파업 당시 전국전공의비대위원장 선출위원장, 공중보건의사로 복무할 때는 대공협 회장으로 일했습니다. 복무를 마친 후에는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로도 활동했는데요, 여러 협회 일을 하게 된 계기와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원래 사회구조 문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고등학교 때 문과였지만, 재수하면서 의대에 진학했어요. 의대에서도 학생회장으로 일했고, 고신대학교복음병원 전공의협의회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불합리한 부분을 고쳐보고 싶어서 열심히 일했고, 열심히 협회 활동을 하니 주변에서 같이 도와달라고 요청이 많이 와서 여러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 대공협 회장 시절 기억에 남은 활동이 있을까요?
대공협 활동을 하면서 [민원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이 가장 기억이 남습니다. 같이 일한 제31대 대공협 문믿음 법제이사님이 정말 힘써주셨어요. 공중보건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시도군 공무원과 공중보건의사와 마찰을 빚는 일이 늘어났는데, 공중보건의사들이 지침·법적 근거·주무 부처 등을 정확히 알지 못해 적절한 대응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대공협에서 민원게시판을 운영했지만, 반복된 질문도 많아서 민원 대응하는 이사들 업무가 많았어요.
따라서 반복된 질의를 해결하고, 민원 대응을 위한 공중보건의사제도 해설서로 활용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공중보건의사 제도의 불합리함을 개선하기 위한 근거자료로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민원가이드라인]을 만들었습니다.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전반적으로 공중보건의사의 복지를 향상하고자 했습니다.
대공협 [민원가이드라인]은 2016년 김재림 집행부에서 준비를 시작해서 2017년 김철수 대공협 집행부에서 완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후대 대공협 회장단과 법제이사를 비롯한 중앙운영이사들이 꾸준히 수정·보완해 활용하고 있다. 대공협 선배들께 감사를 드린다.
Q. 협회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 있을까요?
참여율이 낮으면 힘들었던 것 같아요. 참여율이 낮으면 일을 진행하는 집행부 사기도 떨어집니다. 하지만 협회가 일을 많이 진행해서 가입률을 높이고 협회에 참가하는 회원을 많이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원들이 내는 회비 이상으로 혜택을 제공한다면 협회에 가입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집행부가 일을 많이 해야 합니다.
Q.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은 있나요?
대공협 회장은 의협 당연직 정책이사로 상임이사회에 참여합니다. 특히 이필수 KMA POLICY 의료 및 의학정책분과위원장(현 의협 회장)과 함께 의협 대표단 자격으로 2017년 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 AMA) 총회에 참석한 것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AMA는 상근직만 300명이 넘고 협회를 이끌어가는 전문경영인이 따로 있습니다. 한국과는 다른 구조가 인상 깊었습니다.
Q. 2014년 의사 총파업과 비슷하게 현재 젊은 의사들은 2020년 의료계 단체행동을 겪었습니다. 그 후 젊은 의사들의 협회 활동이 이전보다는 저조합니다. 젊은 의사들에게 협회 활동을 권유하기 위한 방법이 있을까요?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의사 총파업, 2020년 의료계 단체행동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모두 확실하게 결론이 나지 않고 끝나 젊은 의사들이 매우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아요.
의사 업무·보수·고용 형태 등 의사와 관련된 모든 일이 정책에 의해 결정됩니다. 우리가 정책에 관심이 없으면 의사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환자한테도 좋지 않은 방향으로 의료가 나아갈 수 있습니다. 바쁘겠지만 정책에 관심을 두고, 젊은의사 협회에 적극 참여하길 부탁합니다.
Q. 원장님의 인생 목표와 꿈이 궁금합니다.
사회에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의과대학 때는 학생회장도 하고, 고신대학교복음병원 전공의협의회장, 대공협 회장도 했었던 것 같아요. 의사 일도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누군가를 살리고 병을 고치는 일 자체가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기 때문에 좋아요.
그리고 균형 잡힌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의사와 협회 일 모두 개인 희생이 크고, 그 일에 몰두할 경우 가정에 소홀할 수도 있어요. 사회에 도움이 되면서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Q. 마지막으로 협회에 관심을 두거나 협회 일을 하는 의대생, 공중보건의사, 군의관 선생님들께 조언 부탁합니다.
대한민국 의료는 국가가 운영하는 보험제도에 속해 있기 때문에 정책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관심이 없으면 의사와 환자가 모두 피해를 보게 됩니다.
협회 일을 하는 분들께 조언을 드리자면, 참여도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회원에게서 좋지 않은 피드백을 받았을 때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협회 일을 계속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데, 새로운 사람을 참여시켜 함께 더 발전해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