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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focus-황부근원장(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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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인혜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4.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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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는 죽음과 같은 고통이죠.고통이 반복되지만 그 만족의 수준은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영화 'Foolish Game'(제작 황부근)연출에서 제작까지 총 지휘한 황부근 원장(경기도 의정부의사회장·황부근 안과)의 영화에 대한 철학은 실제 경험하지 않는다면 쉽게 느끼지 못할 강한 매력을 담고 있는 듯 하다.

그 '맛'을 못 잊는다는 황 원장은 영화제작 뿐 아니라 실제 환자진료에서도 예술가다운 열정과 에너지를 다 쏟아 붓고 있다.세심하게 그리고 꼼꼼하게 환자들에게 증상을 설명하는 모습은 그의 창조작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상상을 충분히 가능하게 한다.
 
시나리오 작성부터 연출, 제작까지 100% 황 원장의 역량으로 발휘된 그의 첫 작품은 'Foolish Game'.20대의 사랑이야기를 다소 진지하게 엮어 가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황 원장의 손을 거쳐 '필름'으로 태어났다.시나리오를 쓴 작가도 황 원장이었다.
1인 다역을 완벽히 해낸 황 원장은 하지만 영화감독이라는 칭호를 거부한다.

"영화란 상영관에서 스크린에 비춰져야 비로소 영화다"라는 다소 강한 그의 신념 때문.그의 작품이 개봉관을 통해 많은 관객들과 같이 호흡을 할 수 있는가는 그가 감독의 정식 명칭을 부여받는 것과 맥을 같이하기 때문이다.그 칭호는 3월초 즈음에야 확정될 예정이다.배급사와의 '마케팅 작업'을 통해 영화관을 확보하는 과정이 남았는데 그 작업은 황 원장의 손을 떠난 일이니 좀 두고 볼 일이다.정성현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에 노출돼 있는 황 원장의 영화는 마케팅 작업의 결과에 따라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된다.

영화의 상업적 성공에 대한 평가를 떠나 어찌됐든 그는 처음부터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일지라도 쉽게 완성하지 못한 '작품'을 완성한 셈이다.그의 일관된 '예술철학'과 함께.
 
본인의 영화세계에 대해 말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황 원장은 "나에게 영화는 생활이다"라는 말로 더이상의 질문을 막는다.'왜 영화가 좋은지'에 대한 질문조차 거부해버리는 황 원장에게 영화는 진정 그의 삶 대부분을 차지한 듯 비쳐진다.
 
고려의대(76년 졸업) 재학 시절부터 계속해 온 영화 연구회에서의 활동은 공부 이외에 가장 큰 관심사였다.8mm 단편 실험영화를 찍으며 친해진 동기들은 지금 영화계의 유명인이 되기도 했단다.지금도 동아리 활동을 같이하며 친해진 이황림 감독(영화 써클 제작자)과 오랜 친분을 유지한다는 그다.

하루에 4~5편의 영화를 보는게 지겨워 창작에 도전했다는 황 원장에게 영화는 실제 그의 삶에 스며들고 있다.진료시간이 끝나면 나머지 시간을 '영화'와 함께 하는 그는 영화에서 그리고 일상생활 모든 면에서 시나리오의 소재를 얻는다고 말한다.

일상의 대부분이 결국 그의 창작시간으로 활용되는 셈.이런 창작과정을 즐기고 또 창작의 고통마저 사랑하기에 그의 예술적 감각과 철학을 직접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이 드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예술가의 창작 욕구일지도 모른다.
 
결국 그는 영화제작에 직접 투신한다.5년전부터 직접 써왔던 시나리오를 토대로 그의 에너지와 자본을 작품에 투영해 그의 영화를 만든 사건(?)을 일으킨 것.

창조자의 길로 들어서기 바쁘게 설립한 영화사 BOKE 필름.프로듀서와 본격 제작 작업에 투입된 시간은 약 6개월여였으며 총 5억원의 비용이 들었다.큰 비용은 아니었다.영화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의 말이 "투자자의 자본이 가장 적게 투입되는 소규모 영화예산에 보통 20~30억원은 들어간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개인이 혼자 부담하기에는 결코 적은 돈이 아니다.특히나 전문 영화인도 아닌 무명 감독에 의사가 제작했다는 점은 큰 위험부담이기도 했다.유명한 시나리오 작가를 기용한 것도 아니고 시나리오와 모든 제작 과정을 황 원장이 진두지휘했다는 점은 어쩌면 모험에 가까웠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의 작품은 우선 배우들에 의해 검정을 받았다.배우 김태연씨와 이동규씨가 주연을 맡아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는 인정을 받은 셈.자신의 이미지와 부합되는 기회를 잡기 위해 수 백편의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요즘 배우들의 성향을 고려한다면 황 원장의 시나리오는 이미 유명 배우들에게도 매력있는 작품으로 평가받았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감정을 스타일로 만드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는 황 원장.예술과 미술, 음악이 하나의 종합예술로 표출되기 위해서는 팀과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어울림이, 때로는 전문가인 그들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성 그리고 흐름을 파악하는 큰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을 작품을 완성한 이후에야 알게 됐다는 황 원장이다.

"예술이라 하더라도 결국 팀웍에 의해 만들어져요.팀원들과 같이 호흡하며 만드는 과정이 제일 힘들었습니다"라는 그는 "예술을 표현하는 과정이 '제작'이며 그 표현들을 구체화시키는 과정이 테크닉"이라고 말한다.결국 경험에서 우러난 노하우가 작품의 질로 반영되고 관객에게 설득력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첫 작품을 탄생시키면서 값진 배움을 얻은 황 원장은 앞으로는 제작은 하지는 않는다는 계획이다.하지만 연출은 계속 도전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욕심이다.

"'경제적 지원'과 '시간'의 충분한 뒷받침 없이는 결코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들지 못한다는 제작 현장의 한계를 절감했다"는 황 원장은 하지만 탁월한 테크닉에 의존한 연출력으로 관객과 계속 커뮤니케이션 하고 싶다고 말한다.
 
제작의 노하우와 마케팅의 힘, 그리고 관객이 무엇을 주시하는지 그 '코드'를 발견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표현해내는 종합예술가 황부근 원장의 다음 연출작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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