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잼버리'에 의료계 우려 쏟아져…"이러다 '큰일' 난다" 

'폭염 잼버리'에 의료계 우려 쏟아져…"이러다 '큰일' 난다"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8.04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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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온 청소년들, 5분마다 온열질환 실려와…하루에만 수백명
수분·식사·수액·연고·병상 태부족…의료지원한 의사도 대기 '막막'
8월 6일 K-Pop 콘서트 '위험'…"응급 시 신속 이송 어려워, 예방 주력"

5일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야영장 내 있는 잼버리 병원에서 온열환자들이 수액을 맞고 있다. 잼버리병원 방문 환자는 2일 992명, 3일 1486명, 4일 990명 등 하루 평균 1000명 안팎에 이른다. ⓒ의협신문 김선경
5일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야영장 내 있는 잼버리 병원에서 온열환자들이 수액을 맞고 있다. 잼버리병원 방문 환자는 2일 992명, 3일 1486명, 4일 990명 등 하루 평균 1000명 안팎에 이른다.ⓒ의협신문 김선경

전 세계에서 한국을 찾은 스카우트 청소년들이 속속 온열질환으로 쓰러지자, 의료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현장을 방문한 의료인들은 인명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신속한 조치를 촉구했다.

제25회 세계스카우트대회잼버리는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 열리는 최대 규모 국제행사로, 8월 1일부터 12일까지 전라북도 부안군 새만금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현재 155개국에서 4만 3000여명의 청소년들이 참여했는데, 개최 첫날인 8월 1일에만 400여명, 2일에만 200여명의 온열질환 환자가 발생했다.

■ "현장 상황 심각…수돗물 마시고 복도서 수액 맞아"

의료지원을 다녀온 의사들은 하나같이 상황이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잼버리에서 진료를 했던 한 의사는 "처음에 갔을 때 물과 식사가 주어지지 않아 당황했다. 앞에서 잼버리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라면을 얻어먹었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어 "파견 의료진도 이런데 아이들은 어땠겠느냐. 수돗물을 마신 지 오래됐다. 전 세계에서 온 손님들에게 수돗물을 먹으라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안타까워했다.

의료인력과 물품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는데 "약사가 없어 의사가 약을 직접 지어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임상병리사가 없어 검사도 할 수 없었고 의사가 피를 직접 뽑아야 했다. 청진기도 의료·진료도구도 아무것도 없어 각자 가져왔고, 혼잡한 상황에서 의료진과 환자 구분이 안 돼 각자 가운이나 수술복을 입고 왔다. 연고와 수액마저 없다"고 말했다.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수액 고갈로 긴급요청을 했는데, 전북의사회에서 노멀셀라인(NS), 하트만솔루션(HS) 수액 각각 100개씩을 의사회 회비로 공급하기도 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잼버리 야영장 내 구급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잼버리 영내에는 가벼운 부상과 기본적인 치료가 가능한 허브 클리닉 5곳, 응급상황에 대비하고 전문진료과를 갖춘 잼버리병원이 1곳, 응급처치하는 응급의료소가 5곳 운영되고 있다.

직접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했던 의사에게 병상은 부족하지 않은지 묻자 "어제(3일)는 오후 2시부터 5분 단위로 온열 환자가 계속 들어왔다. 병상 역시 턱없이 부족해, 복도에 서서 수액을 맞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8월 3일에는 환자 1명이 발작·경련(seizure)으로 전북대병원에 긴급 이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참가자들을 위한 휴식 공간에 대해서는 "물이 분무되는 그늘막이 있으나 큰 도움이 안 된다. 아이들이 있는 텐트쪽은 아예 땡볕이라 어려움이 크다"며 "소방청에서 많이 투입된 덕에 앰뷸런스가 계속 오가는 등 발생 환자의 조치와 이송은 신속한 편이나, 영내가 너무 넓은 탓에 환자를 찾는 데에도 시간이 소요된다"고 덧붙였다.

■ 꼬이는 행정…있는 의료 인력 지원도 '삐걱'

개최 전에도 의료진이 최소 180명 이상은 필요한 행사에 50여명만이 확보됐다는 것이 알려지며 의료진 부족 문제가 수 차례 지적됐다.

이에 전라북도의사회는 오는 8월 10일 해외 의료봉사 출국을 앞뒀음에도 전라북도청의 요청을 받아 의료지원봉사에 나섰으나 오도가도 못한 채로 있었다.

전북의사회는 개원의 30여명 외에도 전북대병원, 예수병원, 원광대병원 의료인력을 포함해 응급의료단을 꾸렸으나,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8월 3일 '행사가 끝나는 12일까지 상주할 의료인력이 아니면 관리하기 어렵다'며 지원을 거절했다.

이튿날 전북의사회는 의료지원 의사를 밝힌 회원들에게 무산됐다는 문자를 작성하고 발송하려던 와중, 8월 4일 오전 잼버리 조직위로부터 다시 의료지원을 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는데, 당일에 도로 의료지원이 필요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종구 전북의사회장에게 전북의사회 의료지원단의 향방을 묻자 "혹 다시 상황이 바뀔 수 있으니 대기하고 있는 상태"라며 "준비된 의료진 투입 등이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한편 같은 날 오후 전북의사회의 의료 지원은 의협 응급의료지원단 운영에 함께하기로 합의됐다.

박용현 전북의사회 총무이사는 "의료지원 담당자에게 차량 바코드와 신분증을 확인받아야 입장할 수 있는데, 만날 수 없어 2시간을 기다리다 그대로 돌아간 회원들도 있다"며 행정적 관리보다 유연한 현장 주도를 주문했다.

땡볕아래 수돗가에서 대원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땡볕아래 수돗가에서 대원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 '안전 잼버리' 위한 명심 사항…6일 K-Pop 행사도 우려

8월 2일 열린 잼버리 개영식은 오후 8시에 개최됐음에도 139명이 탈진과 두통 등 온열질환 증세를 보였다. 139명은 밤 10시 30분부터 자정까지만 집계한 환자 수다. 

오는 8월 6일에는 마찬가지로 오후 8시에 K-Pop 콘서트 행사가 예정돼 있는데, 또 다시 온열질환 환자가 대거 속출하지는 않을지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더해 박용현 총무이사는 "바닥이 미끄러운 갯벌에서 4만명이 공연을 보는 상황도 걱정"이라며 "경찰 배치가 아니라 자체적으로 경호업체를 선정한다고 들었는데, 제대로 선정이 안 돼 있는 것으로 안다. 4만명이 몰려 공연을 보다가, 더 가까이 보고 싶어 밀거나 넘어지기라도 하면 순식간에 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며 심각하게 우려했다.

질병관리청에서 배포한 온열질환 매뉴얼에 따르면, 충분한 수분 섭취는 물론 1시간당 10~15분꼴로 서늘한 곳에서 주기적인 휴식이 중요하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청소년들이 만성질환자나 노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것은 사실이나, 결코 온열질환으로부터 안전하지는 않다"면서 "온열질환은 고온다습 환경에 얼마나 오래 노출돼 있었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잼버리는 성과와 목표가 있는 행사이니만큼 청소년들이 몸에 약간의 이상을 느껴도 크게 티를 내지 않고 무리할 가능성이 있다"며 휴식 시간·공간 제공을 강조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 전경. ⓒ의협신문 김선경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증상 발생 시 적절한 환경에서 빠른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며 "체온이 상승하고 의식과 기력이 떨어지면 시급히 수분을 공급해야 하는데, 구강으로 물 공급이 어렵다면 수액공급을 하고, 과도하게 올라간 체온을 낮추는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응급의학의사회 역시 전북의사회와 함께 자원봉사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거절당한 상태다. 지원을 위해 계속 컨택하고 있으나 담당자와 연락이 잘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도 "북유럽이나 북미처럼 평생 더운 날씨를 겪어보지 못한 청소년들도 있는 만큼 크게 건강을 상할 것이 우려된다. 10분가량의 휴식 시간도 이런 폭염 속 야외활동을 한다는 상황에서 유효할지 의문이다. 열성경련으로 의식소실이 있는 응급환자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해야 하는데 행사장과 거리가 멀어 걱정된다"고 말을 보탰다.

실제로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으로부터 원광대병원은 58km, 전북대병원은 69km 떨어져 있어 응급·중증환자 발생 시 신속한 이송이 어려워, 사전 예방이 안전에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잼버리 조직위원회는 8월 4일 임시국무회의에서 예비비 69억원을 확정함에 따라 참가자 휴식 그늘막을 추가 설치하고 인당 하루 5병씩 냉동생수를 제공, 이 외에도 휴식 냉방 버스와 쿨링버스 등을 확보할 계획이다. 5개소 잼버리 클리닉 운영시간 또한 연장하겠다고 밝혔으며, 의사 23명을 금일(4일) 추가 배치했고 5일에는 14명을 추가 배치한다.

아울러 대한의사협회는 의협 상임이사진들과 전북의사회원들로 우선 의료지원단을 꾸리고, 필요 시 회원들을 추가 모집해 빠르면 오는 5일부터 긴급의료지원단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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