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통·구토 환자, 심전도·심근효소 검사했지만 흉부CT 안 해서 '유죄'
응급의학의사회 "완벽 못한 응급진단이 죄라면 모든 응급의사 범죄자"
응급의학 전공의가 응급실에서 대동맥 박리를 진단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1심·2심 모두 징역형을 선고받자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판결을 강력히 규탄했다.
A 전공의는 지난 2014년 서울 소재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1년차로 근무하던 중 흉부 통증과 식은땀, 구토 등의 증상으로 내원한 B씨를 급성위염으로 진단했다. A 전공의는 심전도와 심근효소 검사를 실시했을 때도 별다른 이상 소견은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퇴원한 당일 오전 B씨는 의식을 잃고 병원에 실려 왔는데 대동맥박리 진행으로 인한 양측성 다발성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도 피해자에게 발생한 흉통의 원인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흉부 CT검사 등 추가적인 진단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이 주의의무 위반이라며 8월 17일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에 응급의학의사회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향후 흉통환자는 무조건 흉부 CT를 촬영해야 하고 무조건 입원시켜야 하며, 대동맥박리를 수술할 수 없는 병원은 흉통환자의 응급실 수용을 당연히 거부해야 하느냐"며 "세계에서 유례없이 모든 흉통환자에 대한 CT촬영 지침을 시행하고 이를 삭감한다면 심평원을 고발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실의 응급진단이 완전무결한 최종진단과 다르다고 처벌받아야 한다면 응급의학과 자체가 존재 의미가 없다. 우리 2500명 응급의학 전문의들과 460명 전공의들은 모두 범죄자일 수밖에 없다"고 분개했다.
또 "본질적으로 응급실은 예측할 수 없는 환자들이 다양한 이유로 방문하는 곳으로, 당연히 향후 경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곳"이라며 "의사 과실이 인정되려면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예견 또는 회피하지 못한 점이 인정돼야 한다"고 짚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의료 및 필수의료의 붕괴와 응급실 수용거부, 응급의학 의료진의 현장 이탈, 전공의 지원 하락 등이 심화할 것이라 우려하며 ▲무책임한 응급환자수용 강제법안 철회 ▲응급환자진료에 대한 개인의 형사책임 감면 및 국가책임보험 도입을 촉구했다.
응급의학의사회는 현재 진행 중인 응급의료전달체계 논의체에서도 응급실 수용거부금지에 있어 법적 책임 문제 해결 없이는 논의체 위원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