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협 "장폐색에 수술보다 보존치료가 정석, 환자 위한 판단"
의사들도 필수의료 시름…"수술하는 외과의사 점점 사라질 것"
대법원이 의학적 판단에 따라 수술보다 보존적 치료를 택한 외과의사의 형사처벌을 확정하자 의료계 곳곳에서 규탄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대개협)는 9월 5일 성명서를 내고 대법원판결의 부당함과 해당 의사 판단의 합리성을 조목조목 짚었다.
사건의 피고인인 A 외과 전문의는 지난 2017년 11월 급성 복통으로 내원한 환자를 장폐색 의심하에 관찰 중, 통증이 호전되자 6개월 전 난소암 개복수술 과거력을 감안해 보존적 치료를 시도했다.
그러다 7일째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자 응급수술로 천공된 소장 일부를 절제했고 2차 수술을 거쳐 환자는 회복했다. 그러나 A 전문의에겐 지난 8월 31일 끝내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에 대개협은 "장폐색은 최대한 보존적 치료를 하며 지켜보다가 신중히 수술하는 것이 보편적"이라며 "복강 내 장기는 개복수술 시 서로 유착할 수 있고 수술 횟수가 거듭할수록 위험도가 증가한다. 어쩔 수 없이 유착 해결을 위해 개복수술을 하면 그로 인해 또 다른 장폐색 위험이 증가해 외과의 영원한 난제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술 시기에 대한 의학적 판단은 환자를 지켜보는 현장 의사가 가장 정확할 수밖에 없다. 의료감정을 하는 의사라 하더라도 그 상황을 판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대개협은 "완벽할 수 없는 의술이 완벽하지 못했다고 범죄 취급을 받고 있다"며 "의사 판단 기준이 오로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이 되도록 사회적 동의와 법적인 지지가 없다면, 그 결과는 환자에게 귀결될 것"이라고 개탄했다.
특히 불가항력 사고에 휘두르는 형법 철퇴가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개협은 "특정 분야 의사를 양성하는 데에는 10년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선의의 진료행위 중 발생한 고의가 아닌 의료사고에 형법을 적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해당 사건이 알려지자 의료계 커뮤니티에서도 의사들의 아우성이 이어졌다.
의사들은 "장폐색 때 가능한 한 수술하지 않고 보존하는 건 환자를 위해 기본이다", "수술을 빨리 했다면 오히려 더 나빠졌을 가능성도 상당한데 벌금도 아닌 형사 징역형이라니, 판사가 '이래도 수술을 할 거냐'고 몰아가는 것 같다", "남 일이 아니다. 저런 경우 환자를 바로 수술실로 데려가는 의사가 과연 있긴 하냐", "필수의료를 무너뜨리는 가장 큰 원인은 법원" 등의 성토를 이어갔다. 단체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특히 "A 전문의가 과연 이후로 수술을 할 수 있겠느냐. 당연히 그만둘 것"이라며 악화일로를 걷는 필수의료에 대한 낙담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외과의사회도 성명을 통해 대법원판결에 강한 유감을 표하고 시급한 개선을 촉구한 바 있다.
의협은 필수의료 기피현상에 따른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추진을 강력히 주장했고, 외과의사회도 A 전문의의 형벌이 수술하는 외과 의사 전체의 사기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