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련 '정부-의료계 협의체' 구성 제안
서울특별시의사회는 9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과 관련해 정확한 목적과 구체적 사업지표가 정부와 의료계 협의체를 통해 제시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추진 방안 발표 이후 3개월간의 계도기간을 거친 후 시행되고 있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은 의료계·약사회·산업계와 어떠한 합의점도 찾지 못하고, 정확하고 구체적인 목적 없이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의사회는 9월 6일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하락함에 따라 한시적이었던 비대면진료의 법적 근거가 사라졌고, 현재 시범사업이 법 개정 전 제도 공백을 최소화 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의료법 개정을 포함해 그 무엇 하나 확실하게 정해진 바 없이 의료현장에서 매우 심각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국민건강증진과 의료취약계층 접근성 제고를 위한 것인지, 의료계에서 주장하고 있는 안정성과 유효성의 검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 등에 대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 목적 및 달성 목표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무엇을 검증하고자 하는지 평가 지표조차 없는 시범사업은 1년이 지난 뒤, 어떠한 결론에도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제도 공백을 막기 위한 구체적인 목적 없는 시범사업은 문제가 많다"고 꼬집었다.
서울시의사회는 "비대면진료에 있어 기본적 필수조건 즉, 진료 형태로서 초·재진 여부, 플랫폼 이용 및 정부의 지원 여부, 환자의 위치 및 횟수 제한, 허용 질환의 범위, 의료 서비스의 형태, 약 처방과 배송, 수가 문제, 법적 책임 문제, 개인정보 등등 논의돼야 할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범사업 계도기간이 끝나는 지금, 정확한 시범사업의 목적과 구체적 사업지표가 정부와 의료계 협의체를 통해 제시돼야 한다"며 "원격의료라는 이름으로 지난 20여년간 여러 시범사업을 실시 했지만 예산낭비만 해왔던 것과 달리 정확한 목적과 구체적 사업지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명 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구체적 목표, 이제는 정리되어야 한다!
정부는 지난 5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 방안을 공개하고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허용되었던 비대면 진료에 대한 시범사업과 8월 31일까지 3개월간의 시범사업 계도기간을 두었다. 또한 계도기간이 끝나면 비대면진료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며 사업지침 위반이 확인되면 관련 보험급여를 삭감하고, 부작용이 확대되지 않게 시스템을 점검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9월 1일부터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비대면 진료를 실시하고자 할 경우 수진자 조회 시스템을 통해 대상 환자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비해당 환자 진료시 급여 삭감 등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 콜센터(129)에 '불법 비대면진료 신고센터'를 설치·운영하면서 비대면진료지침 위반사례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조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계획은 안정성과 유효성의 검증이 없어 걱정하는 의료계, 약 배송에 문제 제기하는 약사회, 초진 허용을 강력히 주장하는 산업계의 서로 다른 입장을 조율하지 못한 채 그 어떠한 합의점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정부의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가장 큰 문제는 시범사업을 통해 무엇을 할 것이고, 무엇을 검증하고자 하는지 구체적인 목적이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됨에 따라, 한시적 비대면진료는 법적 근거가 사라져 종료되었다. 정부는 비대면진료를 시행하기 위해 필요한 의료법 개정을 2023년 6월경에는 실시할 계획이었으며 법 개정 후 시행까지 1년의 소요로 인한 제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 또한 절차상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의료법 개정을 포함하여 그 무엇 하나 확실하게 정해진 바 없이 의료현장에서 매우 심각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건강증진과 의료취약계층 접근성 제고를 위한 것인지, 의료계에서 주장하고 있는 안정성과 유효성의 검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 등에 대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 목적 및 달성 목표가 없다. 무엇을 검증하고자 하는지 평가 지표조차 없는 이러한 시범사업은 1년이 지난 뒤, 어떠한 결론에도 도달하지 못할 것이 우려된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의 또 다른 문제는 의료계와의 합의 사항이 제대로 잘 반영될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의료계와 정부는 비대면진료 제도화 4대 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대면 진료 원칙하의 비대면진료 보조수단, 재진 중심, 의원급 의료기관, 비대면진료 전담 의료기관 금지를 전제로 비대면진료를 실시하고자 의료계와 합의한 사항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추진방안에 제대로 반영이 되어있지 못하다. 진료 보조수단으로 비대면진료를 하려면, 대상환자 및 지역 제한의 필요가 있으나, 시범사업 대상 제한이 명확하지 않다. 도서벽지환자, 거동 불편자, 감염병 확진자, 희귀질환자들에 명확한 구분이 있어야 한다. 재진 중심으로 비대면진료를 한정하여야 하는데, 만18세 미만 소아(의학적 상담), 도서벽지환자, 거동 불편자, 감염병 확진 환자 등에 대해서 모호하게 초진에 포함시키고 있어 논란의 대상이다.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이 되어야 할 비대면진료가 희귀질환, 수술 치료 후 지속적 관리 필요 환자는 대상에 병원급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의정간 비대면진료 4대원칙과 합의가 시범사업 기간에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재진을 원칙으로 하되 야간·휴일 소아과 진료와 감염병 확진 환자 및 외출이 힘든 중환자에 대해서만 초진을 허용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대한약사회와 협의를 통해 비대면진료 약 배송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으나, 휴일과 야간 소아환자나 특정 환자군에 대해서는 약 배송도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비대면진료 업체들은 환자의 위치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약국으로 자동 연결했지만, 앞으로는 환자가 지정한 약국에서 직접 수령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동안 비대면진료가 사회에 안착했다고 오판하는 복지부의 평가를 그대로 수용하기에는 우려되는 바가 많은 시점이다.
비대면진료는 원격의료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이미 20여년 전부터 여러 시범사업이 있어 왔으며, 제대로 된 과학적 분석이나 이론적 근거를 도출하지 못한 채 매번 상당한 예산 낭비를 해왔다. 그러나 현재 상당수 국민이 직접 비대면진료 경험하였으며, 오랜 기간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어갔기에 이제는 찬반 프레임을 넘어 지속적으로 협의를 해야 할 것이다. 비대면진료에 있어 기본적 필수조건 즉, 진료형태로서 초·재진 여부, 플랫폼 이용 및 정부에서의 지원여부, 환자의 위치 및 횟수 제한, 허용 질환의 범위, 의료 서비스의 형태 - 지속적 관찰, 상담 교육, 진단 및 처방까지 할 것 인지의 여부, 약 처방과 배송, 수가 문제, 법적 책임 문제, 개인정보 등등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 상당히 넓으며, 시범사업 계도기간이 끝나는 지금, 정확한 시범사업의 목적과 구체적 사업지표가 정부와 의료계 협의체를 통해 제시되어야 한다.
2023. 9. 6
서울특별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