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파기환송심, 초음파 한의사에 의료법 위반 '무죄' 판결
한의사 초음파검사 '면허 외 의료행위'도, '면허된 의료행위'도 아냐
상용화 위해선 행위 등재 먼저...국민 의료비 부담 느는데 누가 받을까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처벌할 수 없다'는 확정 판결이 나왔지만 이 판결이 한의사의 실질적인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방 초음파는 현재 '비급여'로도 등재되지 못한 상태라 한의사가 이를 실시하더라도 환자에게 진료비를 받아서는 안된다.
같은 사건 민사소송에서 한의사가 환자 치료지연에 따른 배상책임을 진 사례에 비춰, 행위에 따른 책임이 따른다는 점도 부담이다.
서울중앙지법은 14일 한의사 초음파 사용에 대한 의료법 위반죄를 다시 심리한 결과, 대법원 전원합의체 결정과 동일하게 피고 한의사에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초음파 검사를 한 한의사에게 의료법 위반죄를 인정한 1·2심 판결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판결 직후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활용 합법성을 재확인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것은 곧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초음파를 쓴 한의사를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하지 않은 것과, 초음파 검사를 한의사가 쓸 수 있는 법정 의료행위로 인정하는 것은 엄밀히 다른 행위인 까닭이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이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의외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새로운 판단기준으로 내놓은 바 있다.
△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통상에 수반되는 수준은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이 한의학적 원리에 입각해 이를 적용 또는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하다는 점이 명백한지가 그것이다.
종합하자면, 형사벌을 내리려면 법 위반 사실이나 피해가 명확해야 하는데 한의사 초음파 사용은 그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같은 맥락에서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이 합법화 됐다고 볼 수도 없다.
법원의 판단에 따르자면 현재 한의사 초음파는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한의사의 '면허된 의료행위'도 아니다. 일종의 회색지대에 놓인 상태다.
한의사들이 당장 초음파 기기를 사용할 수도 없다.
한방 행위를 포함한 모든 의료행위는 정부가 비급여 혹은 급여로 승인을 내린 후에야 정상적으로 진료비를 받고 진료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다. 현재 한의사 현대 진단기기 사용은 급여는 물론 비급여 행위로도 인정받지 못한 상태다.
현 상태에서 한의사들이 돈을 받고 초음파 검사에 나선다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은 법정 진료행위에 대해서만 그 비용의 징수를 인정하고 있다.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가입자 등에 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에는 부당이득금 환수조치와 더불어 요양기관 업무정지와 부당이득금의 최대 5배에 달하는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된다.
한의사 초음파 사용 한방의료행위로 승인받기 위해서는 한방행위전문평가위원회 심의를 거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의결을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도 만만치 않다.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근거도 부족한데다 국민 의료비의 대폭적인 상승 우려 등 사회적 저항감도 만만치 않은 탓에 정부도 가입자도 선뜻 총대를 멜 이유가 없다.
급여는 더 어렵다. 그 비용 부담이 전국민의 건강보험료 부담, 건강보험 재정으로 전가되는 까닭이다.
앞서 특혜 논란 속 한방 1호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던 한방의 '경혈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 이른바 경혈두드리기 또한 한방행위목록 등재에는 성공했으나, 비급여로 결정돼 대중화에 실패한 전례가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국민 의료비와 건강보험 재정 부담 완화가 사회적 화두인 지금, 한의사 진단행위에 의료비를 쏟아 붓는 것은 말도 안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의계 일각에서 이번 판결을 기화로 초음파 무료 진료를 강행할 가능성도 있겠으나, 이 때는 그만한 책임을 각오해야 한다.
실제 동일 사건 한의사는 지난 2016년 민사재판부로부터 환자에 대한 손해배상 결정을 받은 바 있다. 당시 민사재판부는 피고 한의사로 인해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잃은 만큼, 환자에 그 피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피고 한의사로 하여금 1500만원을 배상토록 결정했다.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는 "한의사도 초음파 검사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떠나, 적어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한의학적 원리나 한의사가 아닌 의사 수준의 주의의무를 요구한다"며 "한의사들이 초음파를 시행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