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전공의-전문의 의료행위 책임, 법적으로 다를까?

법률칼럼 전공의-전문의 의료행위 책임, 법적으로 다를까?

  • 이은빈 변호사(하모니 법률사무소)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10.09 07:58
  • 댓글 1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은빈 변호사(하모니 법률사무소)
이은빈 변호사(하모니 법률사무소)

의료사고에서 의사의 과실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견하지 못했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회피하지 못한 과실이 검토되어야 한다. 

의사의 주의의무의 내용과 정도 및 과실 유무는 당시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수준은 같은 업무와 직무에 종사하는 의사에게 알려져 있는 의학의 수준, 진료환경과 조건, 특수성 등을 고려해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 법원의 일관된 견해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과실을 법적으로 판단하는 데 있어 전공의와 전문의는 다른 지위를 가질까? 

사례 1. 정형외과 전공의 A씨는 모 대학병원 응급실을 지키고 있었다. 다음날부터 3일까지 휴일이어서 담당교수 회진이 없었다. A씨는 허리통증으로 내원한 환자에 대한 MRI 검사 결과 척추관 협착증과 추간판 탈출증으로 증상을 진단하고는, 환자의 집 근처 정형외과로 전원 조치했다. 

휴일 직후 응급실을 다시 찾아 혈종 제거 수술 등을 받은 환자는 현재 하지가 마비돼 보행이 불가능하다. 

사례 2. 내과 2년차 전공의인 B씨는 소화기내과 위장관 파트 임상조교수 C씨로부터 '부분 장폐색을 일으킨 원인을 감별하기 위해 대장내시경이 필요하고, 다만 그 진행은 추후 환자의 상태를 보아 진행할 것'이라는 지시를 받았다. 

부분 장폐색이 있는 환자에게 일반적인 방식으로 장정결제를 투여하면 장파열의 우려가 있으므로 감량해 시험적으로 투여하고, 배변 양상을 살펴 진행이 확인되면 추가 투여를 시도해야 한다. 

B씨는 배변 양상을 관찰할 것을 부기하지 않고 장정결제 투여량도 차이 없이 처방하는 한편, 당직 전공의에게 환자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인계하지 않고 퇴근했다. 장천공이 발생한 환자는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사례 3. 응급의학과 1년차 전공의 D씨는 가슴통증을 호소하며 내원한 환자가 오심구토 등을 동반하자, 급성 위염으로 이를 진단하고 진통제 등을 투약했다. 환자는 이후 대동맥박리가 확인돼 인조혈관치환술 등을 받았지만 식물인간 상태다. 

첫 번째 사례에서의 쟁점은 환자에 대한 MRI 검사결과 척추 경막외 혈종 등 출혈이 나타났음에도 A씨가 수술이 아닌 전원 조치를 한 행위의 과실 유무이다. 

이에 대해 원심은 "진료방법의 선택에 있어 합리적인 범위에 있으므로 여기에 A씨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환자측 청구를 배척했으나, 대법원은 "A씨가 의사에게 요구되는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서 이를 뒤집었다. 

만약 A씨가 당시 혈종을 진단해 입원 상태에서 경과를 관찰했거나, 환자 상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원시킨 의료진이나 환자측에 제공 또는 설명했다면, 신속한 수술로 하지마비와 같은 중한 결과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두 번째 사례에서 B씨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생체조직 검사를 실시한다"는 취지로 환자측에 설명하고, 부분 장폐색이 있는 환자에게 통상인에 대한 것과 같은 방법으로 장정결제를 투여한 과실의 단독 인정여부가 문제로 떠올랐다. 

최초 B씨에게 대장내시경 필요성을 언급하고 시행을 지도한 것은 해당 파트 임상조교수 C씨였기 때문이다. 

원심은 "B씨는 당시 전공의(레지던트)로서 아직 배우는 과정에 있었고…"라면서 임상조교수 C씨의 죄책을 더 무겁게 물었지만, 대법원은 전공의 B씨에 대해서만 유죄를 유지하는 것으로 판단을 바꿨다. 

전공의 B씨는 이미 1년 반가량 내과 입원환자의 진찰과 처방을 담당해 온 경력이 있었고, 장정결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는 B씨의 의료적 지식 내지 경험 부족 때문이라기보다는 단순 착오에 의한 것으로 볼 여지가 많은 점 등을 고려하면 그를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C씨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에서다. 

마지막 사례에서 D씨는 당시 상급 전공의에게 진료에 대한 의견을 물어 흉부 CT검사를 해보라는 권유를 받았으나, 대동맥박리를 진단하지 못하고 환자를 퇴원시킨 업무상 과실이 인정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물론, 이어진 형사재판에서도 최근 2심까지 유죄가 선고된 상황이다.  

전공의는 수련을 받는 지위에 있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의사면허를 받은 전문의료인으로서 처방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수련병원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고 이에 상응하는 구체적인 처방도 상당 부분 전공의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법원은 전공의가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악결과가 발생하는 경우 의료사고에서 의사의 주의의무를 파악하는 일반적 원칙에 따라 상당히 독립적인 견지에서 판단하므로, 전공의 신분에서 행한 의료적 처치가 법적 분쟁으로 비화되는 경우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