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캐나다·호주(2015년), 일본(2017년), 중국도 지난해부터 '급여'
항히스타민제 불응 환자 30% 제한된 치료 옵션·경제적 부담 고통 가중
환자·의료진 모두 질환 심각성 인지도 낮아…중증도 질병코드 신설 필요
"죽고사는 병은 아니지만 환자들은 죽고 싶을 만큼 고통에 시달립니다."
'만성 두드러기' 이야기다.
생명에 위협이 되지는 않지만 삶의 질은 중증 아토피, 건선, 혈액투석,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와 다르지 않다. 신체적 고통은 물론 수면장애에 시달리며 일상 생활에 지장을 초래한다.
최근 들어 만성 두드러기 환자는 증가 추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건강 취약층인 소아와 노인에서 흔하게 발생하고, 치료기간이 보통 3∼5년 소요되며 10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게다가 우울·불안 등 정신질환, 자가면역질환, 각종 알레르기 질환 등을 동반한다.
그러나 환자는 물론 의료진도 만성 두드러기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낮다.
치료제 접근성 문제도 있다.
만성 두드러기 치료 지침상 표준용량(항히스타민제 1개)으로는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 환자가 62%에 이르고, 증량이나 복합처방에도 환자 37%는 질환이 개선되지 않는다.
이렇다보니 면역억제제, 사이클로스포린, MTX, dapsone 등 고위험 약물이 치료에 이용되고, 급성 두드러기 등에 단기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스테로이드 사용도 늘게 된다.
최근 생물학적제제(오말리주맙)의 월 1회 주사치료 효과가 확인됐지만, 건강보험 급여가 이뤄지지 않아 환자 부담이 크다. 1회 주사 비용이 30만원에 이르고 1년이면 360만원, 유럽 치료기준인 월 2회를 적용하면 720만이나 된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는 5일 '세계 두드러기의 날'(10월 1일)을 맞아 '삶의 질 위협하는 '만성 두드러기' 치료 접근성 개선을 논하다'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만성 두드러기 질환 심각성 및 환자들의 사회적·정신적 부담을 톺아보고 생물학적제제 건강보험 급여 확대 등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방안도 제시됐다.
간담회에는 지영구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이사장(단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장윤석 총무이사(분당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예영민 아주의대 교수(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김미애 차과학대교수(분당차병원 알레르기내과), 최정희 한림의대 교수(동탄성심병원 알레르기내과) 등이 참석했다.
지영구 이사장은 "만성 두드러기는 정책적인 아젠다에서 소외돼 있어 환자들이 신체적·정신적·경제적 고통을 오롯이 감내해야 한다. 특히 중증 만성두드러기의 중증 질환 분류를 통해 환자가 경제적인 부담 없이 중증도에 따라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장기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는 만성두드러기 환자가 필요한 시기에 최적의 치료를 통해 건강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치료 환경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첫 발제를 맡은 예영민 교수는 '만성 두드러기 질환 심각성 및 환자들의 사회적·정신적 부담'을 주제로 국내 만성 두드러기 현황과 역학 분석, 환자들의 고통과 삶의 질 문제를 짚었다.
만성 두드러기는 가려움을 동반한 팽진과 혈관부종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며, 두드러기가 6주 이상 거의 매일, 평균 3∼5년간 지속되는 질환이다. 국내에는 약 150만명의 환자가 만성두드러기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한국의 유병률은 3% 안팎으로 유럽 및 북미 지역(1%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다양한 병인 기전이 관여하는 만성두드러기는 난치성인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예영민 교수는 "만성두드러기는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질환, 불안, 우울 등 정신질환을 동반할 수 있고, 악화와 호전을 오랫동안 반복하기 때문에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쳐 개인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면서 "만성두드러기 환자의 삶의 질은 중등도 이상의 건선 및 아토피피부염 환자, 혈액투석 중인 만성 콩팥병 환자, 인슐린 투여가 필요한 당뇨 환자만큼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수면장애가 심한 경우가 많고 전반적인 업무 수행에 느끼는 어려움도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증도가 높은 만성두드러기 환자의 삶의 질을 분석한 결과,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와 비슷한 0.7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증 건선과 비교 분석한 연구 결과에서 중증 만성두드러기 환자의 ▲불안 ▲우울 ▲수면장애 지수는 중증 건선 환자보다 모두 높았다.
장윤석 총무이사는 '만성 두드러기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제언' 발제에서 만성 두드러기의 치료의 미충족 수요와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한 정책적 접근 방안을 제시했다.
만성두드러기는 중증도에 따른 치료제 투여가 필수적이다. 특히 고용량 항히스타민제로도 충분한 임상적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 사이클로스포린 등 면역억제제 사용이 필요하지만 고위험 약물사용에 대한 부담이 따른다. 최근 이들 환자를 대상으로 생물학적제제(오말리주맙) 치료 환경이 조성됐지만, 급여가 되지 않아 중증도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어려운 실정이다.
2022년 발표된 국내 리얼 월드(real-world) 연구에 따르면 6개월 이상 항히스타민제 치료로 조절이 되지 않는 중등도 및 중증 두드러기 환자 중 55.8%가 항히스타민 치료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적인 부담 등을 이유로 효과가 떨어지는 치료제를 계속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항히스타민제로 치료되지 않는 만성두드러기 환자에게 생물학적제제 급여를 적용하는 외국 사례와 대조적이다. .
영국·효주·캐나다 등은 2015년 급여를 시작했으며, 일본은 2017년, 중국도 지난해부터 급여를 적용했다.
항히스타민제에 불응하는 만성 두드러기 환자 30%는 제한된 치료옵션으로 인해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장윤석 총무이사는 "현재 만성두드러기의 경우 중증도를 가리지 않고 모두 하나의 질병코드로 분류되고 있지만, 중증 건선이나 중증 아토피 피부염처럼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수적인 질환인 만큼 별도의 질병코드를 신설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라며 "장기적으로는 중증 질환으로 분류해 환자의 경제적인 부담을 경감해주는 제도를 통해 적절한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