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 외과·비뇨기과·정형외과·이비인후과·신경과·정신과도 지원해야
소아의료체계를 개선하려면 소아청소년과만 지원할 게 아니라 소아환자를 진료하는 모든 관련 과를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6일 "소아는 소아청소년과만이 아닌 소아외과·소아비뇨기과·소아정형외과·소아이비인후과·소아신경과·소아정신과 등 대부분의 과에서 진료하고 있다"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만 '정책 가산'을 제시한 정부의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대개협은 "전국민 건강보험체계인 대한민국에서 모든 진찰료는 종별로 전문 과목 상관없이 모두 동일하게 적용되어왔다"면서 "같은 연령·같은 상병의 환자에 대한 진료비가 전문 과목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이가 난다면 이는 헌법에 보장된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2019년 6세 미만 소아의 1차 의료기관 외래 진료건수는 5,500만에 달한다. 이중 소아청소년과가 60%(3,500만 건)를 차지하며, 나머지 40%는 소아외과·소아비뇨기과·소아정형외과·소아이비인후과·소아신경과·소아정신과 등이 분담하고 있다.
대개협은 "대부분의 과에서 소아환자 진료를 하고 있고, 소아청소년과와 마찬가지로 인구 감소와 저수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만일 정책 방향을 잘못 설정한다면 40%의 소아 진료를 담당하는 의료기관에서 진료 왜곡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소아의료체계 개선 대책' 추진 시 필요한 재원 조달에 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는 내년 의원급 수가협상 시 부대 요건으로 사상 최저인 내년 의원급 수가 인상분 1.6% 중 0.6%를 활용하여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를 살리는 데 활용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고 밝힌 대개협은 "이 재원으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정책 가산을 시행하면 이는 결국 다른 진료과 모두의 희생을 바탕으로 특정과에 수가 가산을 시행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면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진료하면 필수의료이고, 다른 과 전문의가 진료하면 필수의료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개협은 "필수의료 살리기와 우리의 미래인 소아청소년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소아진료에 대해서 과별 구분없는 정책가산 적용이 필요하다"면서 "이에 필요한 재정도 40%만 추가로 투입하면 가능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대개협은 특히 의원급 수가 인상분의 일부를 활용해 재원을 마련하려는 부대조건은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는 점에 무게를 실었다.
대개협은 "1차 의료기관 수가 인상분 1.6% 중 0.6%를 필수의료 살리기에 활용하겠다는 발상은 1차 의료기관의 희생을 감수해도 된다는 논리로 보인다. 1차 의료의 붕괴는 결국 의료비 상승을 초래하여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초 서울대어린이병원 담화에서 언급한 것처럼 별도로 재원을 마련해 소아청소년과 살리기에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아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협의체도 제안했다.
"소아진료는 소아청소년과 한 과에서만 보는 것이 아니다"고 밝힌 대개협은 "소아 필수의료를 살리기를 위해서는 소아진료를 시행하는 모든 진료과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정책의 뼈대를 세우고, 정부와 함께 시행 방안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 "눈앞의 문제만을 틀어막기 위한 미봉책보다는 10∼20년 후를 예측하고 대비하여 지속 가능하도록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