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 없는 공무원 차라리 AI 공무원이 낫다
현실 외면한 의료정책 양산시 의료체계 붕괴 뿐
이런 상상을 한다.
공무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 공무원은 국민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지 않는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깊이 있게 고려하지도 않는다. 공무원은 자신의 승진과 영화가 정치권력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공무원은 정치권력이 매표를 위해 내 거는 정책의 부작용은 외면한다.
정치권력이 내 거는 명분만 포장하여 언론에 전달한다. 그리고 밀어붙인다. 자신이 추진한 정책의 부작용이 발생해도 공무원은 관심이 없다. 반성도 없다. 내가 했나? 대통령이 시키고 장관이 시키고 국회가 만든 것인데 내가 무슨 책임이 있나? 이렇게 자기합리화를 한다.
사실 이런 마인드라면 AI 공무원이 낫다. 어차피 책임도 없고 사명감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기술로는 AI 공무원을 만들 수 없다. 그렇다면 '공공 공무원대학'을 만들어 훌륭한 '공공 공무원'을 양성하자. 행정고시 체제도 바꾸어야 한다. 소수의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들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면서 권력을 장악해 왔다.
행정고시를 다른 공무원 시험과 합쳐서 '공공 공무원고시'로 만들어 합격자를 만 명으로 확대하자. 소수의 행정고시 출신에게만 특혜를 주는 차별 정책을 중단하자.
공공 공무원대학과 공공 공무원고시 개혁으로 시골에서도 평생 열심히 일하는 공공 공무원을 양성하자.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 성과를 만드는 공공 공무원을 양성하자. 정책의 부작용을 제대로 판단하는 공공 공무원을 양성하자. 공공 정책 정신으로 무장하여 평생 월급이 오르지 않아도 열심히 일하는 공공 공무원을 만들자.
상상하자면 뭣인들 못하겠는가? 사실 위 상상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의사들에게 강요되는 국민건강보험수가는 경력이 수십 년 된 의사나 갓 면허를 딴 의사나 같다.
민간인에게도 이런 부정의와 불합리를 강제하는데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에게 평생 같은 월급을 제공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이렇게 뭔가 근거가 있는 것과 상상을 결합하면 온갖 논리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합당한 주장일 수는 없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묵묵히 제 역할을 하는 공무원도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공'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마치 공무원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논리를 전개한다. 이는 그 자체로 수많은 공무원에 대한 모욕이다. 그런데 정부와 언론은 의료계를 향해 이런 모욕을 반복한다.
어느 날 갑자기 이들은 '공공 의과대학'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의대, 부산의대는 사립의대인가? 이미 전국에 10개의 국립의대가 있다. 이들은 당연히 공공의대다.
그런데 마치 공공의대가 없는 것처럼 공공의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립의대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온 수많은 의사들에 대한 모욕이다. 더 나아가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에 의해 강제로 우리나라 공공의료를 지탱하는 수많은 의사들에 대한 모욕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이들은 '의사과학자'를 양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003년 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에 약 7800여 명의 교수가 있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이들은 의과대학과 부속병원의 생존을 위해 열심히 진료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의학저널에 논문을 기고하여 인정받아야 한다. 이런 연구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퇴출된다.
2020년 우리나라의 '회피가능사망율'은 인구 10만 명당 142명이다. 이 지표는 질병의 예방활동 또는 시의적절한 치료서비스의 제공으로 막을 수 있는 사망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성적은 OECD 평균 239.1명보다 훨씬 낮다. 살릴 수 있는 사람을 더 많이 살린다는 의미다. 의료부문에 훨씬 더 많은 재원을 투여하는 영국이나 독일보다 우리나라 성적이 더 우수하다.
이런 좋은 성적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으나 의사들이 열심히 연구해 왔다는 사실을 빼 놓을 수 없다. 연구 없이 더 좋은 진료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전국의 의사과학자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속적인 연구로 수많은 국민의 생명을 살려왔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많은 공공의대가 있고 수많은 의사과학자가 있다. 이들의 역할에 문제가 있다면 그것은 제대로 된 지원이 없기 때문이다.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하에서 모든 의대 임상 교수는 교육, 연구가 아니라 진료에 몰두해야 한다.
기초 교수는 천시당한다. 당연히 교육과 연구가 부실해진다. 아무리 공공의대를 만들어도, 아무리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의대를 만들어도 이런 근본 원인을 직시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그러나 정부와 언론은 근본 원인은 외면한다. 그러면서 의료계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개혁에 반대하는 집단으로 국민에게 전달한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국제적으로 매우 좋은 건강 지표를 만들어 낸 의료계에 고마움을 전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모욕을 한다. 마치 제대로 된 공무원이 없다면서 공공 공무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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