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기본법은 2008년에 제정되어 국가건강검진의 실시로 국민의 보건 및 복지의 증진에 이바지하고 있다. 특히 동법에 따라 제정된 건강검진 실시기준에 따라 필수적인 검진비용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
자연히 검진비용의 지급이 타당한지 심사하는 과정에서 검진의 내용 뿐 아니라 검진기관이 각종 시설기준이나 법령에서 정한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지도 판단하게 되고 검진기관에 대한 현지조사도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현지조사 결과 검진 자체가 잘못되었거나 검사항목, 검진비용, 대상자와 검사방법 등이 기준에 정한것과 달리 이뤄졌다면 이에 대한 제재를 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건강검진으로 인하여 국민의 보건 및 복지를 증진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련 규정이나 기준 중에서도 건강검진의 내용이나 결과와 큰 관련이 없는 경우에까지 해당 기준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행정처분이 이뤄진다면 다소 가혹한 결과가 된다.
소개할 사안은 다음과 같다. 어떤 건강검진기관에서 면허를 가진 의사가 문제 없이 건강검진을 실시하였음에도 해당 의사가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른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않은 것이 문제되었다. 일반검진기관의 검진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의사의 교육과정 요건은 2017년까지는 "일반검진의 생애전환기 2차 건강진단" 교육과정을 이수받으면 족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고시가 개정되며 "일반건강검진 교육과정"을 이수하도록 변경되었는데 이 새로운 과정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사이버연수원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과목당 20분 내지 80분 총 240분 강의를 들으면 이수되는 것이었다.
한편, 해당 검진기관은 2017년 새로운 검진의사를 채용하며 지원자에게 일반건강검진의로 지정받기 위한 교육을 이수하였느냐고 질문하였고 이수하였다는 지원자를 채용하였다. 그런데 이 의사는 2017년 이전 교육과정을 이수했던 것이었고, 2017년 변경된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하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다행히 의사가 변경된 교육과정을 추후에 이수하였으나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 의사가 일반건강검진에 참여하고 지급받은 검진비용 전액에 대해 환수처분을 하는 한편, 보건복지부장관은 검진기관의 업무정지 처분을 하였다.
물론, 받아야 하는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렇지만 이 교육이라는 것의 실상을 살펴보면 위 의사가 기 이수했던 교육과 변경된 교육 내용에 큰 차이가 없었다. 특히 전문의 자격도 있는 의사라면 이미 충분히 알고 있을 의학지식을 환기하는 수준의 것으로 6시간 정도 인터넷을 통해 수강할 수 있는 내용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전문의가 이 교육을 새로 받지 않았다는 사유만으로 해당 의사가 검진한 모든 비용을 환수하고 검진기관의 업무까지 정지하는 처분을 하는 것이 온당한지는 심히 의문이었다. 이러한 내용으로 사전처분에 대한 의견을 제출했지만 행정기관은 그대로 처분을 하였고 결국 소송이 시작되었다. 다행히 법원에서 업무정지처분의 집행정지결정을 받아들여 일단 계속 검진업무를 수행하며 소송을 할 수 있었다.
재판 과정에서 필자는 해당 의사가 이미 수료한 교육과 새로운 교육의 차이점이 거의 없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교육자료의 제출을 요청하는 한편, 해당 교육이 1:1 양방향 교육이 아니며 수강자가 카메라를 켜고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등 교육 수강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도 존재하지 않아 대리수강도 가능하다는 점 등을 밝히며 해당 의사가 설사 실수로 변경된 교육을 늦게 이수하였더라도 환자들에 대한 정상적인 검진을 실시하는데 문제되지 않음을 주장하였다.
결국, 법원은 환수처분 및 업무정지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하였다. 주요 이유는 검진기관이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의사로 하여금 검진업무를 하도록 한 것이 잘못이기는 하지만, 이 잘못만으로 검진비용 전부를 환수하고 업무정지처분을 하는 것은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는 취지였다. '재량권'이란 쉽게 말해 행정기관이 법률에 따라 처분을 하더라도 정해진 처분을 다 하는 것이 가혹한 경우에는 처분을 감경하거나 하지 않을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
즉, 문제가 있더라도 기계적으로 처분하지 말고 상황을 살펴 국민의 권익이 심각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처분하도록 행정청에게 일정한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음에도 행정청이 이를 행사하지 않고 기계적으로만 처분하는 경우, 법원은 처분의 필요성과 침해되는 사익을 비교하여 가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재량권을 남용하거나 일탈하였다는 이유로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선고한다. 그러나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처분을 할 '근거' 자체는 있었지만(잘못은 했지만) 일종의 '용서'를 해주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는 의미이다.
이 사건 환수처분의 근거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제1항인데 동 규정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았을 때 해당 급여비용을 환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안과 같이 전문의가 실제 환자들에게 검진을 실시하였고, 검진과정과 결과에 문제도 없었으며 형식적인 교육 이수를 뒤늦게 하였으나 그조차도 해당 의사의 실수에 의한 경우 과연 검진기관이 '부당한 방법으로' 검진비용을 받았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법원이 '부당한 방법으로' 검진비용을 받은 것이 아니라고, 즉, 잘못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 주었다면 검진기관은 다시 환수처분을 당할 위험이 없다. 그러나 법원이 '재량권의 일탈 및 남용'을 이유로 환수처분을 취소하였다는 것은 잘못은 있다는 의미이기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다시 해당 검진기관에게 감액된 금액의 환수처분을 또다시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행정청이 기계적으로 하는 처분에 대해 재량권의 일탈 및 남용을 이유로 위법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도 매우 다행한 결론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단지 관련 규정에 위반된 결과가 있다고 하여 당연히 국민건강보험법상 '환수처분'의 대상이 되는지, 즉 잘못 자체가 있는지여부에 대해서도 보다 세밀히 판단해 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