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그리소+항암화학 "두개내 질병 진행 억제 효과"
렉라자 "이레사 대비 뇌전이 효과...뇌수막전이 환자까지"
EGFR 비소세포폐암 3세대 TKI 치료제인 숙명의 라이벌 유한양행의 렉라자(레이저티닙)와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오시머티닙)가 ESMO(유럽종양학회) 학술대회에서 뇌전이 데이터를 두고 1차전(?)을 벌였다. 타그리소+항암화학 요법 FLAURA2 후속 발표와 렉라자 이레사 비교 임상연구 LASER301은 하루 차이로 ESMO에서 '뇌전이'를 키워드로 다뤘다.
뇌전이가 온 환자의 예후는 대부분 좋지 않다. 전체적인 상태가 나빠지다보니 세포독성항암제나 방사선 치료도 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1·2·3세대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환자의 기대수명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뇌전이 환자도 이러한 수명 증가로 인해 함께 늘고 있다.
3세대 표적항암제인 렉라자와 아스트라제네카는 모두 BBB(혈액-뇌 장벽) 침투력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약제는 이번 ESMO 발표를 통해 '구두 평가'를 데이터화 했다.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 FLAURA2 "두개내 질병 진행 억제 효과"
먼저 타그리소와 항암화학 병용요법을 타그리소 단독요법과 비교한 FLAURA2 연구의 뇌전이 환자 대상 분석 결과가 21일 공개됐다. 대상군은 이전에 전신요법 치료경험이 없는 EGFR 양성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 환자다.
뇌전이 환자 대상 하위그릅 분석에서 타그리소+항암화학 병용요법군의 두개내 질병 진행 억제 효과가 단독요법보다 더욱 강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55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했는데, 병용요법군에는 279명중 118명, 단독요법군은 278명 중 104명이 측정 가능한 또는 불가능한 1개 이상의 뇌전이가 있었다. 1개 이상의 측정 가능한 뇌전이는 병용요법군 40명, 단독요법군은 38명이었다.
전체 뇌전이 환자에서는 병용요법군의 두내개 객관적반응률(ORR)은 73%였다. 단독요법은 69%였다. 차이를 보인 곳은 두개내 완전반응(CR). 각각 59%, 43%를 기록했다.
두개내 반응지속기간(DoR)은 병용요법군이 중앙값에 이르지 않았다. 단독요법은 26.2개월로 집계됐다.
독립적검토위원회가 평가한 두개내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은 병용요법이 30.2개월, 단독요법이 27.6개월이었다. 병용요법의 두개내 질병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이 42% 더 낮았다(HR=0.58, 95% CI 0.33-1.01).
뇌전이 환자 중 기저 시점에 측정 가능한 병변이 있었던 환자에서 차이는 더 커졌다.
두개내 ORR은 병용요법이 88%, 단독요법이 87%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 반면 두개내 완전반응은 48%와 16%로 크게 벌어졌다.
병용요법은 두개내 반응지속기간과 두개내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에서 모두 중앙값에 이르지 않았다. 반면 단독요법은 각각 20.9개월, 17.3개월을 기록했다.
이는 병용요법의 두개내 질병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을 60% 더 낮춘 결과다(HR=0.40, 95% CI 0.19-0.84).
안명주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는 "뇌전이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예후가 좋지 않다. 이는 생존율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뇌전이에서는 약제 개발을 할 때 뇌로 얼마나 잘 전달됐는가가 중요하다. FLAURA2는 40%가 뇌에 도달했다.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약을 써서 뇌전이가 없는 환자가 뇌전이가 있을 때까지 기간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뇌전이를 미리 예방한다는 의미다.
"왜 화학치료를 했을 때 더 좋은가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이는 혈액-뇌 장벽(BBB)가 파괴된 환자가 많아 화학치료가 잘 들은 것 같다"고도 설명했다.
연구 의미에 대해서는 "결국 임상에서 어떤 환자에게 콤비 치료를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힌트는 역시 CNS 환자에서 찾을 수 있다"며 "암 부담(burden)이 많은 환자들에게 (콤비 치료를)적극적으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정리했다.
콤비 화학치료에는 시스플라틴을 사용한다. 이경우 빈혈, 설사, 백혈구 떨어짐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환자의 운동수행력, 당뇨·고혈압, 고령 등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안 교수는 "환자가 왔을 때, 암을 줄이고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길게 생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그 다음 치료로 넘어갈 수 있다"며 "모든 환자가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FLAURA2 데이터에서 40%의 이점을 보인 만큼 CNS 환자 등 화학요법을 당겨서 써야하는 환자는 당겨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렉라자 LASER301 연구 "뇌전이에 효과...연구자주도 임상 통해 뇌수막전이 환자까지 품었다"
렉라자는 22일 ESMO에서 LASER301 연구에서의 뇌전이에 대한 효능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이레사(게피티닙)와의 비교임상이다.
LASER301 임상에 참여한 393명 중 86명의 환자가 투약 시작 당시 뇌전이 종양을 가지고 있었다. 이 중 33명이 1개 이상의 측정 가능한 뇌전이 종양을 가지고 있었다.
두개강내 객관적 반응률은 렉라자군이 94.4%, 이레사군이 73.3%였다. 두개강 내 무진행 생존기간의 중위값은 렉라자군 28.2개월, 이레사군 8.4개월이었고, 상대적 위험도(HR)는 0.42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p=0.020).
중추신경계 질병진행 억제 효능 평가에서, 6개월 및 12개월 시점의 중추신경계 질병진행 비율이 렉라자군에서는 각각 5%, 17% 이었다. 대조군(이레사군)에서는 각각 18%, 26%로 차이를 보였다.
김범석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는 "렉라자가 뇌전이 환자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의사들은 이미 임상을 통해 알고 있었다. 실제 MRI를 보면 줄어드는 것이 보였다"며 "이번 발표는 이러한 내용이 데이터화됐고, 전향적 임상시험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정리했다.
실제 임상에서의 치료제 선택은 역시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분명히 했다.
김범석 교수는 "의사의 성향, 환자 성향, 진단 받은 시점에서 뇌전이로 인한 증상이 어떠냐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뇌전이가 너무 크면 약으로도 녹이기 어렵다. 수술이나 방사선 등으로 안정시킨 뒤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ESMO에서는 또다른 연구인 LAZARUS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연수막전이 (Leptomeningeal Seeding, LMS) EGFR 돌연변이 양성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렉라자와 pemetrexed 병용요법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연구자주도 임상연구다. 해당 연구는 대한항암요법연구회에서 개시했다.
김범석 교수는 "보통 뇌 연수막 전이 환자는 예후가 너무 좋지 않기 때문에 보통 임상시험에서 제외 기준이다. 하지만 17%의 환자에서는 궁극적으로 뇌연수막 전이가 생긴다"며 "약을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하는 환자를 위해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환자 등록 소요 기간은 단 1년. 예상 기간인 2년보다 빠르게 등록이 마감됐다. 그간 치료제의 수요가 컸던 지점이라는 의미다.
연구는 연수막 전이 EGFR 돌연변이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렉라자와 pemetrexed 병용요법 치료를 진행했다.
김 교수는 "이번 발표에서는 효과 데이터가 아닌 일정기간 치료 후 뇌척수액에서의 렉라자의 농도를 측정했다. 치료 시작 3주 후, 유리 혈장 대비 뇌척수액에서의 렉라자 농도 (CSF/Free plasma) 비율이 평균값 77%, 중앙값 50%를 보였다. 약물농도가 100이라고 할 때 뇌척수에서 50은 나온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기존 EGFR TKI 대비 높은 CNS 농도 결과를 보인 것. 이는 렉라자가 높은 농도로 뇌척수액에 들어가 연수막에 전이된 암세포에 작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끝으로 "추적관찰 기간이 충분하지 않아, 아직 생존기간 연장 등 치료 효능에 대한 결과는 도출되지 않았지만 우수한 약동학적 특성이 긍정적인 효능 결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