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인상 환영 요인, 필수의료 유인책으로 부족 지적
필수의료 종사자 법적·제도적 안전 장치 마련 강조
정부가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소아진료와 분만수가 개선 카드를 꺼냈지만,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는 와닿지 않는 개선책이라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해당 정책만으로 필수의료를 선택하도록 유인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젊은 의사들은 필수의료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 등에서 의사를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소아진료 정책가산 신설과 분만 수가 인상 등을 결정, 각각 건강보험 재정을 연간 300억원과 2600억원을 추가 투입하도록 했다.
구체적인 소아진료 정책가산은 ▲소아청소년과를 표방하는 의료기관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소아 환자를 ▲초진 했을 때 환자의 연령이 6세 미만인 경우 3500원, 1세 미만인 경우 7000원의 정책가산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분만 수가의 경우 지역사회 분만기반 유지를 목표로 ▲산부인과 전문의가 상근하고 ▲분만실을 보유하고 있는 모든 의료기관에 분만 건당 55만원의 안전정책수가를 지급하기로 했다. 대도시를 제외한 분만의료기관에는 지역수가 55만원이 추가로 지급된다.
이외에도 고위험분만 가산수가 또한 현재의 30%에서 최대 20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를 살리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이 대거 투입됐음에도 해당 과목을 진료하는 의료 현장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낸다.
건강보험 재정 투입이 환영할 만한 요인임에는 분명하지만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유인하기엔 수가 인상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실제 대학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를 진료하는 젊은 의사들은 수가 인상외에도 필수의료 종사하는 의사를 보호하는 법적, 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A 산부인과 전문의는 "수가 인상 자체가 전공의 모집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며 "전공의들이 산부인과를 선택 안하는 이유는 늘 응급 상황이 벌어지고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근 산부인과 의사에게 20∼30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이 들어오는 현실을 언급하며 "법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의사들을 의료사고에 대한 보호 조치가 우선 마련돼야 장기적으로 산부인과를 선택하는 의사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대학병원에서 수련받고 있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B씨 역시 "수가 영향을 받는 사람은 로컬 의사뿐"이라며 "수가 인상은 전공의와 상관이 전혀 없기 때문에 그 자체가 소아청소년과 지원율을 높이는데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의대생들 사이에서도 단순 수가 인상만으로는 필수의료 기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C 의대생은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학문 자체가 재미가 있고 어린 아이들을 좋아하는 의대생들도 꽤 많아 과 자체에 대한 흥미는 높은 편"이라면서도 "다만 의사에 대한 무차별적 고소와 예민한 환자 보호자들에게서 오는 스트레스 등 의사에게 주어지는 현실이 그 흥미를 막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 의대에서 일부 교수들은 어떠한 상황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고소를 피할 수 있고 재판에서 승소할 수 있는지를 강조하는 내용의 강의도 주요하게 다룬다는 전언이다.
이 의대생은 "돈보다는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요즘 세대의 성향에 돈을 아무리 늘려줘도 의사에 대한 보호 조치가 없다면 앞으로도 해당 과목을 선택할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