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홍보 부족 및 낮은 진료수가 때문…정책 개선 시급
의료정책연구원 '방문진료·재택의료 의사 인식조사 결과' 발표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이 2019년 12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방문진료가 필요한 환자 발굴의 어려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홍보 부족, 낮은 진료수가 등으로 의료기관의 참여가 낮아 정책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의 경우 등급 판정자 확인이 어려운 것은 물론 환자들의 경우 높은 본인부담금(30%)으로 인해 재택의료에 참여하지 않아 환자 발굴을 위한 체계 마련, 낮은 수가체계 조정, 환자 본인부담금 인하 등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에 대한 의사들의 인식을 조사하고, 향후 정책 개선을 제안하기 위한 근거자료를 마련하고자 일차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사를 대상으로 10월 17∼24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은 일차의료 방문진료 사업에 대한 인식, 참여 현황과 그 이유, 방문진료에 대한 만족도와 불만족 이유, 향후 방문진료 참여 여부 및 개선사항에 대한 의견을 조사했고, 339명의 회원이 참여했다.
또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6곳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조사도 함께 진행했다.
임선미 의료정책연구원 연구원은 1일 의협회관에서 열린 '방문진료·재택의료 의사 인식조사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및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 대한 의사들의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두 시범사업이 제대로 본사업으로 안착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관련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59.0%가 '시범사업에 대해 사전에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시범사업체 참여하는 이유로는 35.4%가 '환자의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위해'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답했고, 33.8%가 '환자의 요구에 의해'서라고 답했다.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제도에 대한 만족도는 60.0%(매우 만족 4.6%, 만족 26.2%, 약간 만족 29.2%)가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 불만족스러운 가장 큰 이유로 '방문진료가 필요한 환자 발굴의 어려움'(32.3%)을 꼽았다. 이 밖에 '진료비 신청 등 행정절차가 복잡'(20.0%), '외래환자 진료시간 감소에 대한 기회비용 발생'(16.9%), '병원 수입에 도움이 안 되서'(13.8%), '방문진료 지원 인력 부족'(10.8%) 순을 보였다.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도 물었다. 그 결과, '외래환자 진료시간 감소에 대한 기회비용 발생'(22.6%)이 가장 컸다. 다음으로 '홍보 부족으로 미리 알지 못해서'(17.9%), '방문진료 수가가 너무 낮아서'(15.3%), '방문진료를 지원할 인력이 부족해서'(13.9%), '진료비 신청 등 행정절차가 복잡해서'(11.7%) 순을 보였다.
또 현재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향후 참여할 의향이 있는가를 물은 결과, 43.4%가 '참여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고, 그 이유로는 '환자의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위해'(39.5%)가 가장 높았다.
방문진료 시 의사 외 인력(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에 간호조무사를 포함하는 수가 신설에 대해서는 84.1%가 '찬성한다'고 답했고, 방문진료 시 환자의 특성, 진료내용, 소요시간에 따라 환자를 개별화한 수가체계 필요성에 대해서는 87.6%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앞으로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활성화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으로는 '의사 진료 수가 개선'(31.0%)이 컸다. 또 '방문진료 지원인력의 수가 개선'(26.8%), '진료비 신청 등 행정절차 간소화'(16.8%), '방문진료 지원인력 인건비 지원'(10.6%) 순을 보였다.
향후 통합의료돌봄을 위해 바람직한 모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지역의사회 중심의 (가칭)의료돌봄 방문진료 통합센터 신설'(22.1%)이 가장 높았고, '돌봄은 제외하고 의료 중심으로 방문진료 통합센터 신설'(19.5%)이 뒤를 이었다.
임선미 연구원은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일차의료 방문진료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고, 의사 진료수가 개선, 방문진료 지원인력 수가 개선, 진료비 신청 등 행정절차 간소화, 지원인력 인건비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과 관련한 참여기관 6곳에 대한 심층 설문에서는 ▲최소한의 환자 확보(약 50∼70명 이상) 필요 ▲등급 판정자 확인 불가 등의 이유로 환자 발굴에 한계 ▲필수인력 기준에 따른 인건비 부담 ▲높은 환자 본인부담금(30%)으로 방문진료 참여 저조 ▲홍보 부족으로 환자가 방문진료 기관을 찾기 어려움 ▲급여비 청구시스템 입력과정이 번거롭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문제 ▲지방자치단체의 시범사업에 대한 개념 부족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기관(치매안심센터, 복지관 등) 및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협력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조사됐다.
임선미 연구원은 "시범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환자 발굴을 위한 적합한 인프라(공공기관, 지자체 등)가 마련돼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선별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필요하고, 낮은 수가체계 조정과 인건비 및 차량유지비 등 초기 정착 비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 전담인력들의 홍보 및 지원이 필요하고, 의협에서 방문진료 교육, 훈련 및 홍보 등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두 가지 시범사업에 대해 의료정책연구원에서 인식조사를 한 결과, 홍보가 부족한 것은 물론, 일차의료기관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적절한 수가책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설문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정부와 협의해 나갈 것이고, 의료가 중심이 된 의료통합돌봄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초고령사회를 맞아 방문진료와 재택의료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어르신들이 많을 것"이라며 "의사가 중심이 되어서 치료계획을 수립하고, 적정한 인력이 적절한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 요구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