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학생 대 교수 수 한국의 3.2배…하버드는 학생당 교수 17명
한국 의평원 기준 '교수 최소 110명'…재정·인프라 가능할까 "우려"
국내 의대 교수 1명당 의대생 1.6명으로 여유있어 별다른 투자없이 의대정원을 증원해도 문제없단 주장에 의학 교육의 특성을 모르기에 할 수 있는 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선진국 의대에서도 타 분야보다 압도적인 수의 교원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의대 교수(1만 1502명)는 학생 수(1만 8348명)의 0.63배 가량이었다.
이종성 의원은 "교원 1명당 학생 1.6명을 담당하는 꼴이다. 비율만 놓고 보면 개인과외 수준"이라며 "의대 정원을 확대해 학생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서는 대대적 교원 충원 없이도 의대 정원을 늘릴 수 있을 거라 낙관하고 있는데, 의학 교육계 인사들은 큰 우려를 표명했다.
■ 한국 의대만 교수 과잉? "가짜뉴스"
미국의과대학협회(AAMC)에 따르면 올해 전체 의대생은 9만 6520명, 교수진은 19만 3896명이다. 오히려 교수가 학생보다 2.0배 많아서 학생 1명을 교수 2명이 맡는 격이다.
한국이 '2대 1 과외'라면 미국은 거꾸로 '1대 2 과외'다. 학생 수 대비 교수 수 비율로 따지자면, 한국보다 교수가 3.2배 많다.
하버드 의대는 2022년 기준 학생 702명에 교수 1만 2311명으로, 교수가 학생보다 17.5배 많다. 수치로만 보면 학생 하나에 교수 17명이 붙는다.
일본 도쿄의대도 올해 학생 1248명에 교원이 4021명으로 학생 수의 3.2배였으며, 비율상 한국의 5.2배 수준이다.
■ 왜 의대는 유독 많은 교수가 필요한가?
의학은 6년이라는 긴 교육 과정에 과목 수도 압도적이며, 대학당 110명 이상의 교수를 필요로 한다.
전공만 기초과목 10개에 임상 과목 23개다. 23과목 중 하나인 내과만 해도 9개 분과가 있고, 그중 하나인 소화기내과에서만 간, 위, 담 등 모두 각각 세부전공 분야가 갈린다.
의학교육평가기준에 따르면 국내 의대는 기초의학 교수 25명과, 교육 경력이 10년 이상인 임상의학 교수를 각 과마다 1명씩 85명 두어야 한다. 기초와 임상을 도합해 최소 인원이 110명인 것이다.
안덕선 의평원장은 "이는 최소한의 기준일 뿐 의학 교육의 질을 생각하면 학교에 따라 훨씬 많은 교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정부의 포부대로 2025년까지 충분한 수의 교수를 고용하는 것이 가능할까?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은 "임상은 몰라도 기초의학 교수는 인력 풀 자체가 부족하다"며 "지금도 연구하던 비의사 교수들을 뽑아 채용하고 있고, 그들이 새로 배워서 가르치고 있는 상황이다. 몇몇 대학은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 교수만 확보하면 끝일까? "의자 아닌 공간 자체를 늘려야"
교수 충원 외 교육 인프라 확보에 대해서도 우려를 이어갔다.
신찬수 이사장은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조사 결과 학생등록금은 학생을 교육하는 비용의 50% 내외에 불과했다"며 "실습과 실험을 위한 유무형 자산이 막대한데,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각 대학의 예산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이사장은 "현재 의학 교육 추세는 소규모 그룹의 문제지향식(Problem Oriented) 토의로 이뤄지고 있다. 학생들이 전형적인 증상뿐 아니라, 의사가 된 후 실제로 환자를 보는 경우를 상정해 교육하는 것"이라며 "질 높은 의사 배출을 위해서라도 소규모 토의를 위한 공간을 추가 확보하는 것이 필수인데, 대형 강의실 확보가 차라리 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덕선 의평원장도 "국가시험 중 임상술기시험을 위한 시뮬레이션 센터 등 시설을 학교에서 마련해야 한다"며 "기존 학생 정원에 맞춰 만들어진 기자재와 공간의 수용 인력을 더 늘리는 것은 의자를 몇 개를 더 갖다 놓는 수준이 아니다. 시설과 공간 자체를 늘리거나 재정을 투자해 개편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