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심각성 잘 알지만, 혈당수치는 모른다?

당뇨병 심각성 잘 알지만, 혈당수치는 모른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3.11.0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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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 유병률 급증 추세…정부 차원 개입 필요
국가검진 항목에 '당화혈색소' 추가·35세부터 선별검사 필요
당뇨병학회 '당뇨병 인식조사'…당뇨병전단계 1500만명 '위기'

2030세대의 당뇨병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당뇨병에 대한 인식과 관리 수준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당뇨병의 날'(11월 14일)을 맞아 대한당뇨병학회와 노보 노디스크가 공동으로 실시한 '당뇨병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30세대 응답자 10명 중 6명은 자신의 공복이나 식후혈당 수치를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59.9%, 344명 중 206명). 

공복혈당 및 식후혈당 수치와 함께 당뇨병의 중요한 진단기준 중 하나인 '당화혈색소'에 대해서는 2030세대 중 73.6%가 모른다고 응답했다. 당뇨병 고위험군인 '당뇨병전단계'를 모르는 경우도 54.2%에 달했다. 

국내 당뇨병 인구가 6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2030세대의 당뇨병 유병률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 <span class='searchWord'>2030세대</span> 당뇨병 질환 심각성 인식률
2030세대 당뇨병 질환 심각성 인식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30대 당뇨병 환자는 12만 1568명으로 4년 전보다 25.5% 늘었다(2016년 9만 6891명). 같은 기간 20대 유병률은 약 47% 늘어 심각한 증가세를 보였다(2016년 2만 3798명→ 2020년 3만 5005명). 20대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인 연령대는 80대 이상이 유일했다(52.5% 증가). 

2030세대가 당뇨병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당뇨병 인식 조사에서 2030세대 응답자의 89.5%는 당뇨병을 '심각한 질환'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20대 88.2%, 30대 90.8%). 특히 당뇨병 비진단자(325명) 2명 중 1명은 자신이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으며(20대 55.6%, 30대 43.6%), 고혈압이나 당뇨병에 대해 걱정해 본 비율도 66.7%로 나타났다(20대 68.5%, 30대 65.0%).

올 해 2030세대의 당뇨병 심각성 인지율은 지난 해(82.8%)보다 6.75% 상승했다. 당뇨병 고위험군 '당뇨병전단계' 인지율은 작년보다 9.5% 올랐고(2022년 36.3%→2023년 45.8%), 30대 인지율은 51.4%로 12.8%나 증가했다. 반면, 당화혈색소 인지율(26.5%)과 자신의 공복혈당이나 식후혈당 수치를 아는 사람의 비율(40.1%)은 지난 해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2022년 당화혈색소 인지율 24.7%, 공복혈당 수치 인지율 40.8%).

■ <span class='searchWord'>2030세대</span> 당뇨병 심각성 인지에 따른 핵심 진단기준 인지 정도
2030세대 당뇨병 심각성 인지에 따른 핵심 진단기준 인지 정도

당뇨병 관리수칙 중 적정 체중 유지와 규칙적 식사는 10명 중 3명꼴(각 36.7%, 39.7%)로, 규칙적 운동은 10명 중 2명꼴(19.9%)로 실천하고 있어 지난 해 대비 큰 진전을 보이지 않았다.

당뇨병 유병률의 급증세와 질환 심각성 인지율 증가에도 2030세대의 당뇨병에 대한 경계심은 낮았다. 

2030세대 당뇨병 비진단자 중 당뇨병을 '심각한 질환'이라고 인식한 사람조차 자신의 공복혈당이나 식후혈당 수치를 아는 사람은 10명 중 4명에 그쳤다(42.5%). 게다가 당화혈색소 인지율은 이보다 더 낮았다(27.9%).

당뇨병은 국내 질병부담이 1위 질환으로 고혈압, 신장질환, 심근경색증 및 뇌졸증 등과 같은 만성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적극적 관리가 필요하다. 

■ <span class='searchWord'>2030세대</span> 당뇨병전단계 및 핵심 진단기준 인지 정도(2022년 vs 2023년)
2030세대 당뇨병전단계 및 핵심 진단기준 인지 정도(2022년 vs 2023년)

특히 2030세대의 당뇨병은 인슐린 저항성과 함께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이 빠르게 악화되는 특징이 있다. 늦은 나이에 발병하는 당뇨병에 비해 이른 나이에 미세혈관합병증과 대혈관합병증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조기사망 위험 역시 증가한다. 

원규장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은 "이번 조사는 젊은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2030세대가 당뇨병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획됐다. 조사 결과, 2030세대의 당뇨병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높았으나,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에 대한 인지율이나 관리 수칙 실천율은 낮게 나타났다"면서 "젊은 당뇨병의 조기 발견과 관리를 위해 대국민 캠페인과 교육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규장 이사장은 "2030세대는 질병 위험도가 낮을 것으로 생각해 당뇨병을 간과하기 쉬운 연령대로, 숨어 있는 당뇨병 환자와 당뇨병 고위험군을 발견하기 위한 국가적 개입이 필수적"이라며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대한당뇨병학회는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당화혈색소'를 추가하고, 남녀 모두 35세부터 당뇨병 선별 검사를 받을 것 등을 제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당뇨병 인식 조사는 마크로밀엠브레인을 통해 20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0월 23일∼30일 온라인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서 ±3.1%.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병 환자 600만명, 당뇨병전단계 인구 1500만명을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고, 당뇨병 인식 개선과 조기 발견 및 적극적 관리 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세계당뇨병의 날'(11월 14일)을 맞아 청와대에서 열리는 '푸른빛 점등식'을 통해 당뇨병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을 촉구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당뇨병 위험도를 자가진단할 수 있는 '당당체크 캠페인'을 11월 7일∼21일 전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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