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병은 지음/도서출판 이음/1만3000원
청안(靑眼) 곽병은 원장(전 강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밝음의원·전 갈거리사랑촌 원장)이 자전적 에세이 [날마다 선물-인간에 대한 사랑이 전부인 그의 삶]을 펴냈다. 도서출판 이음이 책을 만들었고, 표지는 한살 터울의 동료의사이자 인생 동반자인 임동란 원장(이화의대 졸업/방사선종양학과·영상의학과 전문의)이 그렸다.
[날마다 선물]은 70년 인생에서 40년 넘게 의사로 살면서 따뜻한 봉사와 나눔의 삶을 살고자 노력한 곽병은 원장의 성찰과 반성의 시간을 담담히 풀어냈다.
책갈피 곳곳에는 청빈·청결·순명의 길을 걷어가는 수도자의 길을 걷고 싶었던 곽병은 원장의 잘 살아온 칠십 평생을 만날 수 있다. 조용하며서 담담하게 써내려간 회고록을 읽다보면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고, 때로 뜨거워 지기도 한다.
자서전은 △시골 청년에서 도시 청년으로 △철없던 수련의 시절의 초상 △어쩌다 개원의, 사람의 길로 △내 삶의 원천, 세상 속으로 △가슴 속 나의 사랑 원주, 나의 원주 △자화상 등 시간의 흐름에 맞춰 써 내려간 삶의 발자국을 차근차근 담았다.
금장태 서울대 명예교수(종교학과)는 "누구라도 그와 만나면 쉽게 정다운 친구가 될 수 있고, 좀 더 사귀다 보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질 것"이라며 추천사(인간에 대한 사랑이 전부인 삶)를 썼다.
"지금까지 대과 없이 살아온 것은 부모님의 사랑과 하느님의 은혜"라고 고백한 저자는 "나이 들어 원하는 나의 모습은 유유자적"이라면서 "내게 주어진 것과 시간에 지족하고 자유롭게 그리고 작게 사는 것"이라고 작게 사는 삶에 방점을 찍었다.
곽병은 원장은 1977년 중앙의대를 졸업하고, 국립원호병원(현 중앙보훈병원)에서 전공의 과정을 거쳐 1982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다. 군군원주병원 군의관 복무를 계기로 1989년 원주시 중앙동에 평생의 반려자 임동란 원장과 함께 부부의원을 개원하면서 뿌리를 내렸다.
틈틈이 달동네 주민을 진료하던 부친(고 곽한근)의 영향을 받아 의대 재학시절부터 의료봉사·야학 교사로 활동한 곽 원장은 1991년 사재를 털어 갈 곳 없는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공동체 '갈거리 사랑촌'을 설립했다. 해를 더하면서 규모가 커지자 1996년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에 기증했다.
1997년에는 노숙인들을 위해 '십시일반'이라는 무료 급식소를 차렸고, 노숙인 쉼터인 '원주노숙인센터'를 열었다. 독거노인을 위한 임대 공간 '봉산동 할머니의 집'도 설립했다. 국내에서 처음 복지형 협동조합인 '갈거리 노동조합'을 설립, 노숙인을 위해 무담보 대출 및 재무 교육·상담을 벌이고 있다.
헌신적인 삶을 살아온 저자에게 세상은 대구가톨릭사회봉사대상(2000)·원주시민대상(2001)·보령의료봉사상 대상·대한민국 인권상(2006)·동곡상(2012)·아산상(2013)·만해실천대상(2023) 등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