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얼음'같은 '안전한 항진균제'…10년 연구 드디어

'따뜻한 얼음'같은 '안전한 항진균제'…10년 연구 드디어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11.0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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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2-19, 8일 네이처 게재…FDA 패스트트랙으로 1차 임상 착수
기존 항진균제보다 효능↑·독성↓ 비결은? 원자 단위서 '새로운 발견'

ⓒ의협신문
[사진=rawpixel.freepik] ⓒ의협신문

매년 200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진균(곰팡이) 감염증 치료에 청신호가 켜졌다. 치명적인 부작용으로 사용이 제한됐던 기존 항진균제의 효능을 강화하고 독성을 없애는 데 최초로 성공한 것이다.

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새로운 항진균제 물질, Am-2-19가 공개됐다. 현재 FDA로부터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1차 임상시험에 들어간 상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10억명이 곰팡이에 감염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암 환자, 장기이식환자, 면역저하자들이 수술이나 치료를 무사히 마친 후에도 곰팡이 감염으로 사망하거나 악화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새로운 항진균제의 필요성이 더욱 제고됐다. 많은 환자들이 2차 진균감염으로 생명을 위협받거나 사망에 이르렀고, 남용으로 인한 항진균제 내성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항진균제는 이제껏 없었다. 

인간과 진균 모두 핵과 세포막을 갖춘 진핵생물이기에, 항진균제는 인간의 세포도 함께 공격한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없앨 항생제는 수십 종류인 데 비해 항진균제는 네 종류뿐인 이유다. 그마저도 간과 신장에 치명적 손상을 감수해야 한다. 

일리노이대 화학 교수이자 칼 일리노이 의대 교수인 마틴 D. 버크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안전한 항진균제 개발에 10년을 매달렸다. 

연구팀은 새로 개발한 Am-2-19가 살아있는 생쥐와 인간 세포에서 부작용이 없음을 보였다. 더 나아가 다른 계열의 항균제도 안전하게 개량할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항진균제의 원리는 진균 세포막의 구성성분(에르고스테롤)에 결합해 제거하고 약화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인간의 신장 세포막을 이루는 콜레'스테롤'이 에르고'스테롤'과 유사한 바람에, 신장에도 같은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의협신문
침습성 진균 감염증에 쓰이는 기존 항진균제 AmB(암포테리신)의 분자 구조와 연구팀이 일부 변형한 분자구조. [사진=Burke et al. Nature(2023)]ⓒ의협신문

침습성 진균 감염증에 최후의 수단으로 쓰이는 AmB(암포테리신)는 범용성이 넓고 효능이 탁월하지만 80% 환자에게 신장 손상을 유발해 사용이 제한된다.

연구진은 기존 항진균제 AmB의 화학구조를 조금씩 바꿔가며 독성을 감소시키는 데 성공해 2015년 사이언스지에 발표했지만, 효능도 함께 떨어졌기에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이후 원자 단위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분석했는데, 항진균제의 효능을 좌우하는 것이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세포막 성분과의 결합 '세기'가 아니라 결합 '속도'라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추가로 200개 이상의 물질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마침내 인간에게 안전하면서 항진균 효과가 뛰어난 물질, Am-2-19를 얻었다.

분자 골격의 수소 원자와 하이드록실기 위치를 서로 바꿔 인간 세포막의 콜레스테롤과 결합하지 않도록 했고, 분자 아래쪽의 카복실기를 조정해 진균 세포막 제거 속도를 높였다.

Am-2-19는 500종 이상의 진균 제거에 효과적이었으며, 원형인 AmB 이상의 효능을 보였다. 살아있는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독성 반응 없이 감염을 치료했다. 인간의 혈액과 신장 세포에서도 안전했다. 내성도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AmB라는 하나의 항진균제를 안전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같은 방식으로 분자 간 상호작용을 알아냄으로써 시중의 다른 항진균제들도 개량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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