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의협 보완의학전문위원회 역할 기대
시론 의협 보완의학전문위원회 역할 기대
  • 조명덕 기자 mdcho@kma.org
  • 승인 2004.03.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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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보완의학인가

국내 연구진의 인간 배아 줄기세포 개발은 세계의 과학계를 흔들어놓을 만큼 엄청난 사건임에 틀림없다. 각종 난치병 극복과 장기복제의 서막을 알리는 꿈의 기술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과학의 힘으로 무장하고 있는 첨단의료 시대에 보완의학에 대한 논의는 일견 궁색해 보이기도 한다. 예컨대 줄기세포와 동종요법을 의학의 한 범주에 넣고 설명하기엔 그 갭이 너무나도 크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는 보완의학을 논의해야 하고, 그러한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는 2월초부터 '세계의료 웰빙 바람-자연의학이 뜬다'라는 주제로 장기 기획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의료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는 보완요법에 대한 실상을 가감없이 그대로 의료소비자에게 보여주자는 것이 기획의 의도였다.

물론 기획 첫 단계부터 '고민'은 있었다. 첫째는 보완의학에 대한 정보가 독자에게 얼마나 필요하며, 가치가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둘째는 현대의학과의 상충되는 부분은 없느냐 하는 것이다. 정통의료를 고수하는 배타적인 분위기에서 사이비 비법이나 소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이었다. 셋째 한의학계의 이해와 지지를 받을 수 있느냐는 것도 과제였다. 어떻게 보면 보완의학은 자연치유력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한의학과 많은 부분에서 닮은 꼴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첫 번째 고민은 기획 시리즈가 나간 첫 회부터 말끔히 씻겨졌다.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이는 보완의학에 대한 국민들의 정보 욕구가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두 번째 걱정 역시 기우였다.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첨단의료를 구사하는 나라일수록 보완의학을 포용하는 자세는 전향적이었다. 대체의학 또는 통합의학 등 용어의 차이는 있지만 환자 진료에서부터 연구·교육 분야에 쏟아붓는 열정은 대단했다. 이는 의료를 환자 중심·소비자지향 중심으로 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계적인 의료기관인 MD앤더슨이나 슬로안 캐터링 같은 최첨단 의료기관에서도 보완요법은 환자를 지지하는 중요한 치료법 중에 하나였다. 다른 점은 동서양의 모든 보완요법을 망라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과 해를 미치는 것,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것을 분류해 정보를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한의학과의 관계설정은 앞으로도 과제일 것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국제화·과학화·대중화하기 위해서는 서구의 보완의학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보완의학은 의료의 본질

우선 보완의학의 필요성은 의학의 본질 면에서 논의돼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의료는 치료중심 의학으로 발전해왔다. 사람을 치유시키는 것이라기보다 환자가 가지고 있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따라서 치료과정 중에 발생하는 환자의 '삶의 질'은 도외시되기 일쑤였다.

또 하나 현대의료는 인간이 소망하는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키는 것에는 소홀해 왔다. 국가의 모든 의료시스템과 수가 구조가 치료기술과 의약품에 한정해 비용을 지불한 탓이었다. 돈이 되지 않는 분야가 발전이 더디다는 것은 의료의 문제만은 아니다.

만성소모성 질환에 대한 현대의학의 한계도 지적된다. 물론 새로운 치료법이 계속 나오기는 하지만 여전히 환자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급속히 진행하는 인구의 고령화에 대해서도 현대의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은 크지 않다. 노인들의 건강한 생활과 삶의 질보다는 질환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요즘 웰빙이 뜨고 있다. '건강하게 살자'는 국민적 관심사가 상업화와 맞물려 현대인이 추구하는 삶의 주제가 되고 있다. 의료는 그 자체가 웰빙이다. 건강한 삶을 통해 행복을 주는 것이 의료의 궁극적인 목표이며 본질이다. 웰빙에는 육체적 건강 뿐 아니라 정신적·영적 건강까지 담고 있다.

얼마전 기자는 레포츠의 개념을 교회 안으로 끌어들인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이름도 '레포츠 교회'다. 이곳엔 러닝머신부터 웨이트트레이닝 시설과 수영장을 갖추고 일반인에게도 운동시설을 개방하고 있었다. 교회는 영적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곳이다. 여기에 육체적 건강을 도와주는 기능을 통합해 새로운 개념의 교회를 설립한 것이다.

이렇게 교회조차 웰빙 개념을 도입하고 있는데 웰빙 그 자체인 병원이 질환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보완의학을 알면 새로운 시장이 보인다

미래의 의학은 통합의료(Integrative medicine)로 갈 것이다. 첨단의료에 보완의료를 결합한 형태다. 아무리 현대의료가 발전해도 인간의 삶의 질은 보완의학이 키를 쥐고 있다.

보완의학의 시장규모는 치료시장보다 결코 작지 않다.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1년 동안 전통적인 의료에 지불하는 돈은 5조원에 불과한데 보신이나 건강기능성 식품 등에 쏟아 붓는 돈은 2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바로 소비자의 욕구가 어디에 있는지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를 웰빙으로 확대하면 시장은 더 커진다. 발효유 시장에서 '윌'이라는 상품을 히트시킨 한국야쿠르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5,500억원이다. 뒤를 이은 '매치니코프'나 '불가리스' 같은 제품들도 년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연구를 통해 헬리코박터 균을 규명한 것은 의학계지만 이를 상업화해서 돈을 버는 것은 기업이다. 이러한 바람은 식품업계 뿐 아니라 레저·주거환경·가전제품 등 전 산업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의약품 역시 삶의 질(QOL)을 높이는 약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발기부전·비만 치료제, 탈모제 등 해피드럭이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일반의약품이 5%대의 성장에 그치는 반면 QOL의약품은 20~30%의 고도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의료에 대한 시각을 바꿔 인간에 초점을 맞추면 엄청난 산업이 눈에 보인다는 얘기다.
실제 많은 의료인들이 진료실에서 보완의학을 접목시키고 있다. 비의료권에서 우왕좌왕하는 의료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유인효과도 클 뿐 아니라 환자 건강에 개입하는 의사의 영역도 커진다.

현재 의사들은 질병에 걸린 환자만을 다뤘지만 이제는 불건강한(질병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건강하지 않은 상태) 사람들에게 건강하도록 이끌어주는 새로운 역할이 생기는 것이다. 영양·운동·마인드 컨트롤 등 다양한 분야에 의사들의 영역이 확대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제도가 따라야 성공한다

의료계가 공식적으로 보완의학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보완의학에 대한 의사들의 개입은 국민이 절실히 원하는 새로운 수요를 충족하고 '보완'시켜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동안 의사들의 보완의학에 대한 배타적 태도는 비의료인들에게 반사적 이익을 준 것이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몬도가네식 몸보신 민간요법에 매달리고, 갖가지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들이 난무하는 것을 어찌 국민의 의식수준 탓으로만 돌릴 것인가.

대한의사협회가 보완의학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우선 이름부터가 정립되지 않았다. 의료계 안에 비공식적인 각종연구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아직 공식적으로 통일된 이름도, 구심점도 없다.

의료인의 참여와 이해를 구하는 교육과정과 교재도 시급히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국민을 계도하는 교재는 더욱 그렇다. 비방과 비법에 대한 과학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어떤 요법을 수용하고, 버릴 것인지 지침서를 만들어야 교육해야 할 것이 아닌가.

보완요법을 제도로 보장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된다면 보완요법을 처방했을 때 정부가 수가로 이를 보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보완의학은 국민건강 증진과 질병 예방을 통해 보험재정을 절감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보완의학에 비의료인을 참여시켜야 할 것인가, 참여시킨다면 어느 정도 허용해야 할 것인가하는 점도 지금부터 연구대상이다. 재야에서 이 분야에 기여해온 사람들을 배제하기보다 이들과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소비자 중심의 의학이라면 보완의학이 의사들만의 영역은 아니기 때문이다.

보완의학의 존립 근거는 과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각 요법에 대한 제도권의 수용 여부 역시 잣대는 검증된 진실이다.

대한의사협회 보완의학전문위원회가 이런 역할들을 잘 수행해주리라 믿는다. 이 위원회가 제 몫을 다하기 위해서는 전체 의사들의 협력과 성원이 절실하다. 보완전문위원회는 환자, 나아가 의료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대한의사협회 내 가장 중요한 조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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