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 "의대를 나와서 다행", 오세훈 시장 "환자·대중 소통의 고민"
제10회 젊은의사포럼 '활짝'…전공별 상담까지 "외과 가야 할 이유는?"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이 4년 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여러 의료계 현안으로 복잡한 상황에서, 전공별 교수를 비롯한 선배 의사들은 물론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젊은 의사들과 소통에 나섰다.
제10회 젊은의사포럼이 대한의사협회의 지원으로 발족한 젊은의사협의체와 투비닥터 공동 주관으로 18일 가톨릭의대 성의회관에서 열렸다. 2019년 제9회를 마지막으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고 코로나19 팬데믹이 맞물려 중단됐다가, 젊은의사협의체의 발족으로 재개됐다.
이번 젊은의사포럼은 의대 정원과 필수의료 붕괴 등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젊은 의사들이 서로 소통하고 힘을 모으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날 서연주 젊은의사협의체 공동대표는 축사에서 "최근 의대 정원 문제에서도 당사자인 우리는 논의에서 빠져있다"고 지적하고 "의료계에도 추운 겨울이 왔으나, 우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라며 연대를 강조했다.
이필수 의협회장도 "이번 포럼이 각종 현안에 대한 젊은 의사들의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축사를 전하고 "이번 21대 국회에서 의료분쟁특례법이 제정돼 의료인들이 소신진료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젊은 의사 한 분 한 분이 우리 의료계의 소중한 일원으로서 힘을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독려했다.
박명하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은 "여러분은 미래의 희망을 보기 위해 오늘 포럼에 참석했지만, 의사가 된 순간부터 모든 민형사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의료정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의사회와 의협 활동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첫 강연은 의사 선배이기도 한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맡았다. 안철수 의원은 "(나는) 의대를 나와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안 의원은 "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정체성 두 가지는 다른 사람을 직접적으로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소중히 여기는 '봉사자'와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하는 '문제해결사'"라면서 "의대를 나온 덕에 두 정체성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안랩을 일반인에게 무료로 배포한 것도,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에 나선 것도, 코로나19 현장에 달려간 것도 의대를 나온 덕분"이라고 밝혔다. 의대에서 두 정체성을 간직한 덕에 지금의 자신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21세기에 필요한 리더십으로는 문제 해결을 리더가 아닌 전문가의 주도로 이뤄지도록 하되, 정책적으로 전폭 지원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안철수 의원은 "mRNA 백신을 통상 개발 기간인 5년~10년이 아닌 1년 만에 개발해낸 것도 미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백신개발 과정에 예상되는 규제를 없애고 이를 지원할 법안을 만든 덕"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리더가 앞에서 끌고 가도 됐다. 그러나 현대의 리더는 각 분야 전문가에게 권한과 책임을 주고, 뒤에서 지원하고 도와주는 역할이어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법체계를 확립하지 못한 국가는 도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의 청년 지원, 소외계층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소개했다. 젊은 의사들과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진료 중 뺨을 맞은 후 환자와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는 젊은 내과 의사에게는 대중에게 비판받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위로하고 격려했다.
또 젊은 의사들을 향해 "여러분은 앞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아닌, 수백 수천 어쩌면 수만명의 인생에 관여하게 된다. 여러분이 없었다면 불행해질 수 있었던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고 보람있는 삶으로 만들어 줄 굉장히 의미있는 힘을 갖게 된다"며 "사는 동안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태어난 의미와 보람을 느끼며 살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문과목 선택을 고민하는 젊은 의사들을 위한 전공박람회도 함께 진행됐다.
외과전공박람회에서 박상협 원장(서울·소중한유여성외과의원)은 "내가 여러분이라면 외과를 갔을 것"이라며 학생들의 선택을 독려했다. AI 개발에 시드가 될 빅데이터와 수술 기술 개발에 외과의사의 수술이 중요한 만큼, 타 분야 진출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어 "현재 전국에 소아외과 활동의사는 단 29명뿐이고, 외과교수 TO 또한 남아돈다. 그 자리가 다 여러분이 갈 곳"이라며 "외과의사가 개원해서 할 수 있는 분야가 굉장히 한정적인 것은 맞다. 그러나 유방외과 등 특화된 분야 외과의 가치가 많이 오르고 있다. '외과'란 말 자체에 겁먹지 말고 능력계발에 힘쓰라"고 조언했다.
박람회 후 박상협 원장은 "오늘 같은 소통의 장을 많이 마련하지 못해 선배로서 아쉽다. 수술실 CCTV 등 의료환경이 악화일로에 이른 것도 다 선배들 책임"이라며 "후배들의 미래가 많이 걱정된다. 후배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더 안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많은 것을 얻어갔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제10회 젊은의사포럼은 사전등록인원만 600명을 넘으며 많은 의사들이 발걸음했다. 전공박람회와 포럼 후 네트워킹은 좌석 제한으로 인해 각각 260명, 230명이 참석했는데 현장에서 이에 아쉬움을 표하는 학생이 있을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