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정원 수요조사 발표 후폭풍...의료계 "총파업, 단일대오"
"일방적 발표, 의정간 신뢰관계 저버린 심각하고 불공정한 행태"
이필수 의협회장 "투쟁의 동력은 집행부 의지, 내가 앞장서겠다"
보건복지부가 의과대학 수요조사 결과 발표를 일방적으로 강행한데 대해,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을 거론하고 나선 것을 비롯, 의협 대의원회와 전국광역시도의사협회부터 젊은의사협의체에 이르기까지 나이와 지역, 직역을 막론하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는 의대 수요조사 자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의과대학들이 소원수리식으로 수요조사에 참여하고, 그 숫자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조사계획 초기부터 짐작되었던 바다.
그럼에도 의료계에서 이런 격앙된 반응이 나오는 것은, 의료계와 정부가 수많은 부침 속에서도 어렵게 이어왔던 '신뢰 관계'가 정부의 이번 발표로 무참히 훼손되었다는 판단에서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21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의료계는 수많은 부침에도 유연한 자세로 그간 모두 17차례에 걸친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통해, 정부와 소통을 이어온 바 있다"며 "그럼에도 협상 당사자인 의협을 배제한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과 발표를 진행한 것은, 의정간 신뢰관계를 깨뜨리는 매우 심각하고 불공정한 일로 묵과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발표는 정부 스스로 상대에 대한 신뢰와 존중, 소통 의지의 부재를 드러낸 것이라고 본다"고 직격한 이 회장은 "정부가 이를 근거로 의대정원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총파업을 포함한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다. 투쟁의 동력은 집행부의 의지다. 정부가 일방통행을 계속한다면 제가 선두에 나서서 투쟁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의협 대의원회와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등 의료자 대표자 모임도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원 확대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려는 비열한 수작"이라는,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표현까지 사용해서다.
의협 대의원회는 21일 성명을 내어 "언론의 비판이 비등해지자, 정부는 협회와의 협의 과정을 생략하고 일방적으로 결과를 공표해 의대정원 확대 규모의 기준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수요가 제기된 만큼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여론을 조성해 의대정원 확대의 당위성을 확보하고, 정원 확대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려는 비열한 수작"이라고 비판했다.
"인내심을 가지고 정부와의 협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의료현안협의체를 보건복지부가 더는 기만해서는 안 된다"고 짚은 대의원회는 "정부가 앞장서서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국가 의료체계에 위해를 가한다면,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모든 문제를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협의하고 상호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과학적으로 진행돼야 할 수요조사가 정치적으로 변질되고, 의대 정원 수치는 '부르는 게 값'인 투전판이 돼버렸다"고 개탄하고, "전문가와 상의없는 비상식적 일방통행이 지속된다면 더 이상 의대정원에 논의는 지속할 수 없다. 14만 의사들의 파업 등 강려한 투쟁만이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했다.
젊은의사들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공의와 공중보건의사를 주축으로 한 만 40세 이하 의사들의 모임인 젊은의사협의체도 21일 성명을 통해 "정부가 충분한 논의와 객관적 분석 없이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졸속으로 강행한다면, 우리 젊은의사협의체는 의협과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오늘(22일) 오후 18번째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테이블에서 다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