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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시론] 의사단체 정치 세력화
시론 [시론] 의사단체 정치 세력화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4.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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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봉식 노원구의사회장

의협의 최근 화두는 '의사단체의 정치세력화'에 있다.

이 길로 가야하나 저 길로 가야 하나 의견이 분분하고 내면적으로는 갈등도 있어 보인다.그러나 한발자국 떨어져서 보면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정치세력화의 바탕은 얼마나 많은 우군을 확보하느냐가 문제의 핵심에 있기 때문이다.

좀더 냉정히 우리를 성찰해 보아 과연 눈앞의 17대 총선에서 의사단체의 우군을 얻는 것이 얼마나 가능할 것인가를 짚어보자.

"의사들의 지지를 받는 사람은 총선에서 낙선한다"는 정서가 팽배한 가운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혹자는 "총선에 나서는 후보들 가운데 친의료계 인사들을 보이지 않는 지원을 해주자"고도 하고, 혹자는 "의협이 공개적으로 지지의사를 밝히자"고도 한다.

그러나 이런 지엽적인 논란에 집착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면 의사들이 정치를 너무 쉽게 생각하여 안이하게 판단하지 않나 하는 느낌이다.

정치는 국가의 시스템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메카니즘이고 그 메카니즘의 핵심에 도달하기까지는 많은 장애물과 관문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절차를 한꺼번에 넘어보겠다는 발상은 상식적인 선에서 보기에도 너무 무모하기까지 하다.

이러한 고차원방정식을 풀기 위해서 필자는 중국 한나라의 무장 한신과 민주노총의 예를 원용하고자 한다.

불우하던 젊은 시절에 시비를 걸어오는 시정 무뢰배의 가랑이 밑을 태연히 기어나갔던 한신은 훗날 유방을 도와 제나라를 물리치고 초왕의 자리에 올랐고, 민주노총은 1995년 설립된 후 상당기간 동안 고립무원의 고난과 실패를 거듭했지만 굽힐 줄 모르는 투지로 자신의 논리를 끊임없이 주장하여 노조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얻고 민주노동당이라는 정치세력을 형성해 냄으로써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강력한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하였다.

둘 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이 있다. 4·15 총선을 앞둔 이 시점에서 의협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긴 안목에서 보아 우선의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민주노총처럼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인가, 아니면 한신처럼 사회 각계각층을 향하여 최대한 자신을 낮추고 접근해 갈 것인가를 놓고 전술적인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도 있지만 회원들이 처한 오늘의 현실이 그리 여유롭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에 필자는 다음과 같이 주문하고 싶다. 의협은 오늘 이 시점에 한신의 지혜와 민주노총의 투지를 총선을 전후로 시의적절하게 유연한 방식으로 쓸 줄 알아야 하며 자칫 불필요한 자존심과 비겁함으로 인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서 장기적인 정치세력화의 투쟁 계획을 갖지 못하고 오로지 다가오는 총선에 모든 것을 올인한다는 식으로 임해서는 정치세력화는 요원할 것이다.

결단의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결단의 몫은 의협이지만 그로인한 결과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인내하며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의협의 현명한 선택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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