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된 의정협의, 의협 "비합리적 수요조사·현장점검 중단" 요구
재개된 의정협의, 의협 "비합리적 수요조사·현장점검 중단" 요구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3.11.29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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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지역의료 수가 주요 논의, "재정투입 확대 등 적극적 마련 약속"
보이지 않는 신경전 팽팽…복지부 "이번엔 저희가 일어날까요?"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의료계가 다시 시작된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정부의 비합리적인 의대정원 증원 수요조사와 짜맞추기식 현장 점검을 중단해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그러면서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고강도·고위험 진료에 대한 합당한 보상과 필수의료 보상 정상화임을 강조하며 건강보험재정이 아닌 별도 예산을 통해 필수의료 지원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는 29일 제19차 의료현안협의체를 진행했다.

의료계는 이날 회의가 재개된 배경에 대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우리나라의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대의를 위함이라고 강조하며, 다시 한번 공식적으로 보건복지부의 의대정원 수요조사를 비판했다.

양동호 의협 협상단 단장은 "최근 의료계에서 전국의사대표자 및 연석회의에서 많은 의료계 대표자들이 정부에서 얼마 전 발표한 수요조사 결과가 단순히 대학들이 희망하는 인원만을 그냥 더하기만 한 무의미한 숫자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며 "합리적 근거가 없는 부적절한 수요조사 결과를 정부기 무리하게 발표해 의료계는 물론 대한민국이 혼란에 빠졌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합리적이지도 못한 수요조사와 짜맞추기식 현장 점검은 즉각 중단되야한다"며 "의사들이 응급실을 기피하고 중증환자를 떠나는 것이 정말 의사가 부족해서인지, 정부는 진정으로 의사 수만 늘리면 필수·지역의료의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9·4의정합의를 일방 파기한 정부의 행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양 단장은 "의대 정원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한 정부가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수많은 의사들이 성토하고 있다"며 "의료계는 정부가 9·4 의정합를 파기하고 의료계의 신뢰를 무참히 짓밟았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대한민국의 필수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정부와 대화에 임할 것을 강조한 양 단장은 "정부도 의료계의 합리적인 비판과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며 필수·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재정 외 별도의 기금과 예산을 통한 합당한 보상을 촉구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추진 의지를 재확인하며 의사 수급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의대정원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정부는 그간 과학적인 연구 방법론을 활용해 여러차례 의료 수요와 공급을 추계하고 지역별·진료과별 임상의사의 분포, 그리고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추이, 의료취약지의 의료 공급현호아과 국제 비교 등 객관적인 통계와 정교하고 과학적인 근거를 축적했다"고 대변했다.

이어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노력에 대해 과학적이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 할 것이 아니라 더 발전적인 논의가 될 수 있도록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접근성이 높다는 주장 ▲의사 수 증가 경향을 보인다는 주장 ▲의사가 늘면 의료비 증가한다는 주장 등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정 정책관은 "의료 수요는 국토 면적에서 나오지 않는다. 인구를 기준으로 볼때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OECD 최하위 수준인 2.6명이다. 지역편차를 고려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며 "우리나라 의사 수 증가율이 높다는 주장 역시 우리나라는 모수인 의사 수 자체가 적어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착시 현상"이라고 선을 그었다.

의사가 늘면 의료비가 증가해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에도 "의사가 부족한 필수의료 분야와 지역에 의사가 늘어서 국민의 의료접근성이 높아진다면 이것은 정부가 마땅히 지출해야할 비용"이라며 "의사들이 수익을 위해 과잉 진료를 할 수 있다 우려는 의사 개인의 직업윤리의 문제이지 의사 증원으로 인해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정 정책관은 "의사정원 확대를 검토함에 있어서 정부가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과학적인 근거나 방법론이 있다면 언제라도 검토할 것"이라며 "환자와 의료진의 의료사고 부담 완화, 수가 체계 개선 그리고 전공의 등 근무 여건 개선 등을 의대 정원 증원과 병행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는 고위험·고난이도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이 주요 아젠다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한숙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백브리핑을 통해 "의협 의견을 반영해 필수지역의료 적정 보상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시각은 공급이 부족하고 수요가 감소하는 의료 분야를 비롯한 집중 투자가 필요한 분야를 발굴해서 재정 투입 확대 등 적극 보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한 "의협과 함께 단기적인 필수의료 보상 방안 마련과 중장기적인 보상 체계 개선 등 다각적인 필수지역의료 적정 보상 정책을 지속 검토하고 상급종합병원의 경증 환자 쏠림 완화, 의료기관 기능에 맞는 의료 이용 유도 등 의료전달체계 개선 대책을 포함한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필수지역의료가 실질적으로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의협과 보건복지부는 의료현안협의체 다음 회의에서 의료사고 법적 부담완화 방안을 주제로 심도있는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이날 협의체는 어색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앞서 진행된 제18차 회의에서 의료계가 보건복지부의 비합리적인 의대정원 수요조사를 실시한데 반발하며 회의가 파행됐기 때문. 

의협과 보건복지부는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보이기도 했다.

양동호 단장은 본격적인 회의 시작 전 "의협 집행부에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정부를 믿어보자, 의료현안협의체는 진정성을 가지고 해야하지 않겠나'라는 의견이 나와 자리에 나오게 됐다"고 말문을 띄웠다.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한편에서는 투쟁위원회를 열어 투쟁한다고 하고 한편에서는 협상한다고 한다"며 멋쩍은 웃음을 보였다.

이에 의협에서는 서정성 총무이사가 "불편하면 협상하지 말까요?"라고 농담을 던졌고, 보건복지부에서는 임강섭 간호정책과장이 "이번에는 저희가 일어날까요?"라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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