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수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겸 대한의사협회장
이필수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 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 위원장이 세 번째 삭발을 했다. 지난해 5월 간호단독법의 일방적인 추진에 항의하며 한 번, 대법원이 현대의료진단 기기를 쓴 한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던 지난해 12월, 그리고 지난 주가 세번째이다. 이필수 위원장은 잘린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떨어질 때마다 다짐했다고 한다. "이번 싸움은 반드시 이기는 싸움이 돼야 한다."
칼과 창을 든 전투처럼 정부를 물리적으로 섬멸하거나 백기투항을 받아내는 싸움이 아니기에 '이기는 싸움'의 정의는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이필수 범대위원장을 1일 만나 의대 정원 증원 정국에서 '의료계가 이기는 싸움이란 무엇인지' 들어봤다.
<일문일답>
'이기는 싸움'이란 무엇인가?
이번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이기는 싸움이 되기위해서는 세 가지 목표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의료계가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데이터를 두고 논의에 들어갔는지이다. 둘째는 의대 정원 조정이 사회적 이익에 부합하는가이다. 자칫 무분별한 증원으로 교육여건이 제대로 안된 부족한 의사가 양상되거나 과잉 배출된 의사로 국가단위의 의료비용이 폭증하는 불이익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의대 정원 조정을 계기로 필수·지역 의료가 살 수 있는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이 세가지 요건에 부합하는 결론이 나와야 의료계가 이기는 싸움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반대로 '지는 싸움'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상대를 쓰러트리는 것은 '격정'이 아니라 '냉철함'이라고 생각한다. 투쟁은 격정적인 면이 크다. 격정과 열정은 성공적인 투쟁을 위한 땔감이지만 최종적인 목표는 투쟁이 아니라 이 투쟁을 통해 싸움에서 이기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투쟁은 뜨겁게 하더라도 의료계 리더들은 뜨거운 투쟁의 한 가운데에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투쟁 동력이란 의료계의 뜨거운 에너지를 잘관리해 스스로를 태우는 일이 없어야 한다.
둘째는 내부 분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모든 인간사가 그렇다. 모이면 서로서로 차이가 있고 다름이 있다. 자칫 작은 차이와 다름에 정신을 뺏겨 내부적으로 분열하며 스스로 무너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의료계가 분열되지 않도록 의료계 리더들과 함께 노력하겠다.
범대위를 구성하고 최대집 전 의협 회장을 범대위 수석부위원장으로 삼았다.
최대집 수석부위원장께 감사드린다는 말을 먼저 드린다. 최대집 전 의협 회장이 받기 녹록지 않은 제안일 수 있었다. 특히 그는 현재 제도정치권으로 진출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런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의대 정원 증원 대응 투쟁에 힘을 집중하기로 했다.
수석부위원장을 맡던 날 지난 투쟁 과정에서 불거졌던 모든 논란은 당시 투쟁을 이끌던 자신의 불찰이었다고 인정하고 우선 합심하자고 제안도 했는데 의료계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져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범대위 출범으로 이제 투쟁국면으로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사안은 그 어느때보다 가파르게 날이 서 있다. 모든 직역과 지역이 통합해 하나의 대오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범대위는 바로 그런 역할을 하는 거버넌스가 될 것이다. 최대집 수석부위원장과도 좋은 협력모델을 만들겠다.
이필수 위원장과 최대집 수석부위원장의 역할 분담은?
이 싸움의 결과와 거기에 대한 책임은 이필수가 지는 거다. 이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싸움은 제가 앞장선다. 최대집 수석부위원장은 이 총체적인 싸움, 혹은 전쟁에서 가장 최전선일 수 있는 투쟁의 진행과 완수를 맡았다. 어떤 이는 '이필수가 투쟁에서 책임을 던지고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저는 공동투쟁위원장이라는 각오로 최대집 수석부위원장과 이번 투쟁의 전면에 나서겠다.
범대위와 의협 집행부는 아마추어가 아니라 프로페셔널이다. 프로에게 '졌잘싸(졌지만 잘싸웠다)'라는 건 없다. 이 싸움을 반드시 이기는 싸움으로 만들겠다.
범대위 구성의 의미는?
우선 정부에 보내는 경고메시지라 할 수 있다. 이제 투쟁 국면이 펼쳐질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범대위 출범으로 이제 모든 직역과 지역이 통합돼 단일 대오를 완성했다. 그동안 대한의학회가 투쟁체에 참여한 적은 없었는대 이번에는 의학회와 의학교육평가원 이른바 학계가 범대위에 참여했다. 주목할만하다.
문제의식이 있고 의협과 저를 신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의학회 워크숍을 갔는데 의학계 교수님들이 의대 정원 증원의 문제를 지적하며 너무나도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해 놀랐다. 이런 학계의 움직임에 다시한번 큰 힘을 얻는다.
하지만 투쟁동력이 약하다는 우려가 있다?
투쟁 동력은 '선동'에서 나오게 아니라 사안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나오는 것이다. 필수의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선택됐다는 이 이해할 수 없는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대한 의료계의 올바른 인식은 이미 자리잡았다.
그런 이해가 바탕이 돼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투쟁 동력이 창출될 것이다. 의사 회원들은 지금 여당과 정부가 이 과제를 어떻게 끌고 가는지 지켜보고 있다. 합리적인 선택을 통해 정부와 의료계가 모두 파국으로 치닫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 싸움의 키 역시 젊은 의사의 참여여부가 될 듯 하다. 젊은 의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늘 미안하다. 선배로서 면목이 없다. 하지만 상황이 다급하다. 특히 의대 정원 증원과 같은 잘못된 제도로 가장 고통받을 수 있는 세대가 곧 젊은 의사다. 너무 끔찍하다. 의협 회장으로, 의료계 선배로 반드시 이번 싸움을 이기는 싸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한다. 지난 9.4합의 과정에서 젊은 의사가 겪은 섭섭함은 잊고 하나가 돼 달라고 감히 부탁드린다.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1999년부터 지역의사회를 시작으로 25년째 대한의사협회 관련 활동을 하고 있는데 한 해도 어렵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래도 우리 의료계는 항상 힘을 합쳐 난관을 극복했다. 우리 14만명의 회원들과 2만여명의 의대·의학전문대학원생과 힘을 합쳐 이 난관을 현명하게 극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