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그 어느 때보다 필수의료 붕괴가 화두였다. 소위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로 알려진 현상이 대두되면서 의료계와 정부뿐 아니라 온 국민의 이목이 쏠렸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갖가지 호흡기 감염병이 소아를 중심으로 크게 유행하는데, 아픈 아이를 안고 병의원이 문을 열기도 전 새벽 6시에 달려가도 긴 줄을 서야 했다.
소청과 전공의 충원율은 불과 5년 전만 해도 100%를 넘겼다. 그러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으로 의료진을 구속 수사한 이후로 추락을 거듭해 2023년도 지원율이 16.3%인 지경에 이르렀다.
급기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3월 29일 '폐과'를 선언하고 대국민 작별인사 기자회견과 '소청과 탈출' 학술대회를 열었다. 지난 5년간 3일에 하나씩 소청과 병의원이 문을 닫았고, 서울 대형병원마저 버티지 못해 소아 외래입원이나 응급진료를 순차적으로 중단 또는 축소했다.
응급의학과도 유독 다사다난했다. 응급실로 실려 온 환자의 초기 진단 결과가 완벽할 수 없고 응급실 전전은 전달·이송 체계의 문제라고 지적해도, 끊이지 않는 형사처벌에 응급의료진의 시름이 깊어 갔다.
지난 3월 대구에서 투신한 10대 청소년을 전원조치한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피의자' 조사중에 있다. 정신적 응급환자 수용 불가를 사전에 고지했고, 발목 외상 등 경증으로 진단해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전원했음에도 환자 사망 책임을 묻는 것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에서는 전달체계 정비와 배후진료인력 확보 없는 수용 강제는 응급실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올해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지원대책과 2차례에 걸친 소아의료 개선대책, 필수의료 혁신전략을 연달아 내놨으나 필수의료 소생은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 12월 6일 마감된 2024년도 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서 소청과 지원율은 25.9%, 응급의학과 지원율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