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시범사업 확대하려다 방향 전환 "활성화 한계"
외과계 개원가 "시들어가는 필수의료 막다른 길로 몰아넣는 것"
외과계 개원가의 강한 반대 목소리에도 보건복지부는 수술 전후 '교육상담수가' 시범사업을 끝내기로 했다. 5년 넘도록 시행했지만 사업 참여가 저조하다는 이유에서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열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 수술 전후 관리 교육상담 등 시범사업을 종료한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해당 계획은 건정심 보고 절차만 앞두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불과 두 달 전인 10월까지만 해도 의료계 참여가 저조하다는 이유로 시범사업 명칭을 바꾸고 상담질환을 추가하며 수가도 올려 사업을 1년 더 확대한다는 계획을 건정심 소위원회에 보고한 터였다.
건정심 위원들은 사업 효과가 뚜렷하지 않고 참여도도 낮은 사업을 연장한다는 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정부는 결국 시범사업을 끝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10월부터 수술 관련 외과계 의원을 위한 수술 전후 관리 교육상담 시범사업을 도입, 시행하고 있다. 시범사업에는 외과계 진료과 10개(외과,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안과, 이비인후과, 마취통증의학과) 의원이 참여한다. 이들 진료과는 15개 질환자를 대상으로 교육상담 및 심층 진찰을 실시한다.
시범사업을 실시한 지 5년이 넘었지만 외과계 의원의 참여는 좀처럼 늘지 않았다. 참여 의사를 보인 외과계 의원은 제도 도입 초기 1485곳에서 올해 3월 기준 1727곳으로 늘었는데 이 숫자도 2019년부터 고정된 숫자다. 참여 신청 대상 기관인 1만 3439곳의 12.9%에 그친 숫자다.
여기서 실제 급여를 청구한 기관 숫자는 더 적었다. 올해 3월 기준 1727곳 중 9.3% 수준인 161곳만 상담수가를 청구한 것. 지난해는 186곳만 급여를 청구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제도 성과를 평가하기 위해 실시한 '일차의료 중심 외과계 교육상담 및 심층진찰 제도 도입방안 연구'에서도 특정질환 위주의 분석, 청구건수 불충분으로 분석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상담과 심층진찰에 대한 환자만족도가 96%에 이를 정도로 높다는 점만 확인할 수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시범사업 모형으로 사업확대 및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라며 "시범사업 시행 5년차임에도 사업 효과 평가를 위한 충분한 데이터 미확보로 성과 분석이 미진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참여기관과 청구 건이 많지 않아 사업을 확대해도 전반적 의료이용 패턴을 바꿀 영향력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사업 종료 후 외과계 보상을 위한 대안적 정책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외과계 개원가는 상담수가 시범사업 종료 계획을 접하고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하며 제도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외과계 의원 현실에 맞는 대상 및 수가를 확대하고 환경을 개선해 시범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하고, 나아가 본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지역 필수의료 살리기에 역행하는 결정이라고도 했다. 외과계 개원가는 "시들어가는 필수의료를 소생 불가능한 막다른 길로 몰아넣는 것"이라며 "외과계 의원 현실에 부합한 방향으로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