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전공의 간담회 "연말·총회로 바쁜데 구체안도 없이…정책 현실 드러나"
공공의대·지역의사제 여파도? 서남의대 겪은 현 전공의 세대, 30일 총회 주목
대한전공의협의회 정기대의원총회를 나흘 앞두고 전공의와 대화에 나선 보건복지부.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간담회는 참석한 전공의들에게 분노만을 남겼다.
총회를 목전에 두고 정부가 불붙인 분노가 전공의 행동의 기폭제가 될 거란 예측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6일 오후 7시 '의료의 미래를 바꾸는 제2차관-전공의 대화'를 개최했다. 필수의료 살리기 정책패키지 등 정부의 노력을 전공의들에게 알리고 정책을 설명하겠다는 취지였다.
전국 68개 수련병원 전공의 100여명이 온오프라인으로 모였으나, 3시간 동안 구체적 답변은 하나도 듣지 못했다는 불평이 일색이었다. 진정성 있는 대화가 아니라 보여주기식 대외 홍보에 불과했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간담회에 참석한 A 전공의는 "바쁜 연말에 일방적으로 전공의를 모아 진행한 행사였는데도 들은 답변이 없고 남은 게 없다. 도대체 뭘 설명하고 싶었던 건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궁금해서 직접 온 전공의들도 있었지만 각 병원을 통해 차출된 이들도 있었고, 회의 시작도 전에 보도자료가 배포되는 등 여러모로 무리수였다"며 "(총회에서) 중요한 결정을 앞둔 전공의에게 당근책을 쓰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너무 다분하다. 소통을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실제로도 이번 행사는 대전협 측에서 연말인데다 총회를 준비하는 관계로 1월 중 개최를 원했으나, 박민수 제2차관의 강력한 의지로 대전협 정기총회 직전에 열렸다는 후문이다.
박단 대전협회장은 "의료현안협의체 등 소통 창구에서도 구체적 정책 방안을 듣지 못해 답답했는데 차관이 직접 얘기한다길래 약간의 기대를 했다"며 "우리를 홍보용으로 이용할지언정 제대로 된 답변을 듣고 싶은 마음으로 참석했지만 새로운 내용이나 구체적 내용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예컨대 보건복지부가 전문의 중심으로 병원 인력구조를 개편하겠다기에 필요한 재정이나 제도 개선 계획을 물어보면, '아직 발표할 단계는 아니고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는 건 없다'던가 '추후에 발표하겠다'는 식의 답변만 반복됐다는 것이다.
이에 박단 회장이 간담회 중 "구체화된 내용도 없이 앞으로 다 잘될 거란 장밋빛 미래를 그릴 수 있다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3년간 뭘 했던 거냐"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박단 대전협회장은 "전반적으로 현장에 있던 전공의들도, 그 모습을 온라인으로 봤던 전공의들도 다들 화가 많이 났다"며 "저만 해도 (간담회 중) 진심으로 화가 났던 순간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와 간담회에서 얻은 분노는 오히려 전공의 행동의 원동력으로 전환되는 모양새다.
A 전공의는 "전공의들의 업무가 과중하다 보니 최근 여러 의료현안에 관심을 갖더라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간담회를 계기로 정책 및 현안의 세부 내용과 정책의 구체성 부재 등 현재 상황을 좀 더 확실하게 인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간담회 현장에 참석했던 이한결 전공의(전 대전협 부회장, 서울대병원)는 "정부가 구체안을 밝히지 못한다는 것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며 많은 전공의들이 알게 됐다. 벌써 여러 커뮤니티에서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며 "간담회가 전공의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기폭제가 된 것 같다"고 봤다.
이에 따라 오는 30일 열릴 대전협 정기총회에 더욱 이목이 집중된다.
이번 총회에는 의대정원 증원에 대한 대전협의 대응이 안건으로 올라왔는데, 최근 공공의대·지역의사제 법안이 기습 상정·통과됨에 따라 전공의들의 반발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단 대전협회장은 "공공의대는 2020년도에도 이슈였기에 전공의들의 격한 반응이 예상된다. 더욱이 서남의대의 여파를 직접 겪었던 세대가 지금의 전공의를 이루고 있는 만큼, 부실의대와 부정입학 문제에 더욱 민감할 수 있다"며 총회에서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