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 비하에 폭행까지…끝없는 응급의료 수난시대

'촌놈' 비하에 폭행까지…끝없는 응급의료 수난시대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1.0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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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T 권유에 폭언·폭행, 하루 5~6번 의료기관서 폭행 이상 범죄 
응급의학회 "응급실 폭력, 환자 생명 위협…의료진 존중해달라"

ⓒ의협신문
[사진=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끊이지 않는 응급실 의료진을 향한 폭력에 응급의료계의 공분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일 새벽, 강원도 강릉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홀로 당직을 서던 A의사는 환자 보호자로부터 폭행을 당했다. 낙상으로 머리가 심하게 부은 환자에게 CT를 권했다는 이유에서다.

만취한 가해자 B씨는 A의사의 가슴을 주먹으로 가격하고, 이후 경찰이 왔음에도 1시간가량 난동을 부렸다. '촌놈들이 무슨 CT를 찍냐'는 폭언도 함께였다.

이로 인해 응급실 업무가 마비돼 환자들이 그냥 돌아가는 일도 있었다. 당사자인 A의사는 타박상뿐 아니라 큰 정신적 충격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의료기관 내 폭행, 상해, 협박, 방화 등 강력범죄는 연평균 2000건이다. 하루에 5~6번은 의료기관 내 폭행 또는 그 이상의 범죄가 자행된다는 것이다.

또 대한응급의학회와 대한의사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급의료인 97%가 월 1~2회 폭언을 겪고, 63%는 신체폭행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실제 처벌된 비율은 10%에 그쳤다.

대한응급의학회는 9일 성명을 내고 강릉경찰서의 엄정한 수사는 물론, 법원에서도 주취자 감경이 아니라 응급의료법에 따른 추상같은 판결을 촉구했다.

"응급실 폭력은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 개인 차원의 피해를 넘어, 응급실에서 응급진료를 받고 있던 다른 응급 환자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응급의학회는 "지역 의료의 현장에서 애쓰는 의사에게 모욕적인 폭언을 했다는 게 더욱 가슴아프다"며 가해자 B씨의 지역의료 비하를 지적했다.

"지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려 야간과 휴일에도 응급의료 일선에서 힘쓰는 현장 의사가, 존경과 격려는커녕 비하와 폭행을 당했다"며 "이런 언행은 그나마 지역 응급의료를 지키고 있던 의료진의 사기를 꺾고, 지역의료 현장을 떠나도록 몰아가 결국 지역민의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된다"고 짚었다. 

이어 "우리 응급의학과 전공의, 전문의 선생님들이 소중한 국민 한분 한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안전한 환경에서 최상의 응급의료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존중하고 신뢰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정부를 향해서도 실질적인 보호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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