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써내"라는 정부, 의협 "부적절한 시도" 일축

"의대정원 써내"라는 정부, 의협 "부적절한 시도" 일축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4.01.17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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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15일 의협에 "적정 의대정원 규모 제출" 공문 발송
의협 "의정협의 와중 무슨 짓, 진정성 있게 협상하라" 즉각 반박

ⓒ의협신문
ⓒ의협신문

'적정한 의대정원 숫자'를 써내라는 정부의 요구에, 대한의사협회가 의대정원 문제를 가벼이 여기는 매우 부적절한 시도라고 반박했다. 

적정한 의대정원 규모는 시험문제의 답지를 적어내 듯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객관적인 데이터를 갖고 전문가와 협의해 나가야 할 일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관련 의정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정부가 이런 공문을 보낸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고도 짚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15일 의협에 공문을 보내 '적정한 의대정원 규모'에 대한 의협의 의견을 적어내달라고 요구했다.

'한장 짜리' 의견 회신 양식과 함께다.  여기에는 '현재 정원 3058명'이라는 단순 설명과 함께 의협이 원하는 증원 규모, 산출근거와 사유 등의 답변항목이 나열되어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지역과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인력 부족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심화되는 등 필수의료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가 필수의료 살리기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나 현재 공급되는 수준의 인력을 적정하게 배분하는 노력만으로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의사인력 확충과 균형배분 정책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2006년 이래 3058명으로 고정된 의과대학 정원을 2025학년도부터 확대해 의사 수를 적정한 수준으로 증원하기로 발표한 바 있다"면서 "적정한 의대정원 규모에 대한 의협의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현재 의료현실과 문제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이 있다면 의견을 함께 제출해달라고 덧붙였다. 

ⓒ의협신문

복지부의 갑작스런 공문 발송에 의료계 안팎에서는 그 의미를 두고 여러가지 해석이 이어졌다. 의정협의를 통해 관련 논의가 이어지고 있던 까닭이다. 일각에서는 의정협의를 통한 합의점 마련에 난항을 겪자 정부가 사실상 의협에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의협은 "매우 부적절한 시도"라며,  적정 숫자를 써내라는 정부의 요구를 거부했다. 의대정원 증원의 문제는 '공문 한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면서다.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해당 사안에 대한 의정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보건복지부가 공문을 통해 별도 의견을 요청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도 짚었다. 

의협은 16일 오후 정부에 보낸 공문에서 "의협은 필수·지역의료의 인프라가 부족한 원인이 의사 수 부족이 아니라 저수가·의료사고 법적부담·근무여건 등 열악한 환경과 정부의 필수의료 지원 정책 부재 등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으면서도, 정부가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는 의대정원 정책에 대해서도 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유연성 있는 자세로 논의과 검토를 이어가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바람직한 의대정원 정책에 대한 논의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공문을 통해 의대정원 증원규모에 대한 의견을 별도로 요청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아울러 "의협은 지난 연말 협의체에서 객관적인 데이터를 갖고 정부와 열린 마음으로 밤을 새워서라도 끝장토론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고 환기하고 "정부 또한 의대증원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와 근거를 제시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협의체에서 논의를 진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이연 의협 대변인은 "의정협의가 이뤄지는 와중에 이런 공문은 면피용, 정치적 의도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며 "의협은 지난 연말 23차 회의에서는 끝장 토론을 해서라도 합의안을 만들자는 이야기를 한 상황이다. 의협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의대정원 숫자를 써내도록 한 복지부 회신 양식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표했다.

김 대변인은 "적정한 의대정원 규모는 객관적 데이터에 근거해 의정간 합의를 거쳐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로, 단순히 답지를 써넣듯이 적어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의대정원 증원 문제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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