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동력 부족? 전공의도 의대생도 전수 설문 '주목'…2020년 재래할까
의대생 "의정 논의와 '숫자' 불확실에 망설였을 뿐, 도화선 불만 붙으면…"
전공의들이 의대정원 증원에 항의하는 단체행동 의지를 보인 와중, 의대생들도 설문을 진행하며 민의를 모으고 있다. 의료계 내부 동력이 부족하다는 관측에도 불구하고 의대생·전공의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지난 22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55개 수련병원에서 4200명 전공의 중 86%가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는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막론하고 심지어는 빅5 병원까지 80% 이상이 '단체행동에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설문에 집계된 수만 따져도 4200명의 86%인 3612명의 전공의가 55개 병원에서 투쟁에 나선다면, 그 파란은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전협은 이 같은 전공의들의 여론에 따라 전체 전공의 1만 5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할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대정원의 여파를 맞는 당사자인 의대생들도 설문에 나서자 '2020년 의료계 총파업' 재현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의대정원 이슈가 장기화되면서 관심이 조금씩 소강되던 와중, 대전협과 의대협의 움직임으로 의대생들도 논의에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의 비상시국정책대응위원회 TF는 의대정원 증원과 교육 질 하락에 대한 각 학교 학생들의 의견을 묻고 있다. 의대협의 공식적인 입장 표명은 의견 수합에 따르겠으나, 동맹휴학(단체휴학)도 거론되고 있다.
서울 소재 의대에 다니는 본과 3학년 A 의대생은 "그동안은 (행동에 나설) 계기가 없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증원 규모가 350명에서 수천명 이상을 오가니 단체행동에 나서기엔 애매한 감이 있었다는 것이다.
A 의대생은 "현재도 교육이 열악한 상황에서 정원을 대폭 늘리겠다는 것에 대해 분노는 충분히 쌓여 있다"며 "의대협에서도 정부의 '숫자' 발표 등 직접적인 행동이 있다면 비상총회를 열기로 결의했고, 행동을 취해야 할 시기가 오면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전했다. "단체휴학도 당연히 선택지 중 하나"라고도 덧붙였다.
서울 소재 의대 본과 4학년인 B 의대생은 "현재 분위기가 2020년 당시 전공의와 의대생 단체행동 직전과 비슷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B 의대생은 "지금은 2020년과는 달리 정부와 의협이 어쨌든 테이블에서 논의를 계속 하고 있고, 모든 상황이 불확실해 구체적 논의가 어려웠다"며 "학생들은 도리어 300여명 증원에서 그칠까봐 단체행동을 망설였지만, 수천명 이상을 늘리겠다는 발표가 나온다면 곧바로 도화선에 불이 붙을 것"이라고 전했다.
B 의대생은 "2020년 당시 입시 과정의 불공정을 지적하는 마땅한 목소리를 냈는데도 국민에게 지탄받은 기억이 있어 조심스러운 것인 사실"이라면서도 "교육 여건 현실화를 원하는 의대생들의 목소리를 정부가 들어준다면 모를까, 현 상황에서 정원을 늘린다면 불가능하기에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김이연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의 주체적인 의사를 존중한다"면서 "행동에 있을 시 의협의 지원과 공조는 당연하다"고 밝혔다.
의협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합리적인 합의를 이루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지만, 정부가 현장에서 교육과 수용이 불가능한 규모의 증원을 강행한다면 행동에 나서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