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에서 '의학전문기자'의 색다른 세계를 엿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균형 잡힌 냉철함으로 바라보고 판단해야 '제대로 된 기자'
명색이 학생 신분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신문사를 방문한 경험이 없다. 동아일보사 안내 데스크 직원이 전화로 "의협신문 기자가 취재차 방문했습니다"라고 안내하는 멘트를 듣고서야 비로소 내가 기자임을 알 수 있었다.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 힘쓰는 분들 틈에서 그들의 일부가 된 것만 같은 설레는 기분으로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 기자를 만났다. 겉으로 보기에는 의협신문 명예기자증을 목에 건 기자였지만, 나의 마음은 2기보다 좀 나은 3기 학생 기자활동을 위해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인터뷰를 진행한다기보다는 '상담'을 요청한 학생의 마음 같았다. 분주하면서 시끌벅적한 병원과는 달리 기자들이 일하는 사무실 내부는 비교적 조용했고, 사무실을 비춰주는 조명은 따뜻한 느낌을 주는 것 같은 첫인상을 받았다. 의대생 신분의 기자는 이전까지 병원이 아닌 신문사로 의사 출신 기자를 취재차 방문할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대부분의 의대생들이 택하는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아닌 의학 기자로서의 일상은 어떨까하는 기대감과 설렘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자의 일상은 어떤가요?
기자의 생활은 따로 고정된 업무와 일정하게 정해진 시간이 없어요. 회의를 통해 지면에 반영할 기사를 정하고, 기획물 등을 함께 구상합니다. 일선 병원의 기자실을 통해 현장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일을 보고 듣게 돼요. 최근 의료계에서 가장 큰 이슈인 '의사 수 증원 문제' 혹은 유명 정치인에게 생긴 사건 사고 등 많은 경우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병원업무의 전문성과 깊은 연계가 돼 있어요. 필요할 경우 바로바로 병원의 현장으로 취재를 나갑니다. 또 사회적인 문제들을 깊이 있게 취재하기 위해 병원이 아닌 다른 현장에 가기도 하고요. 그것뿐만 아니라 저 출산 문제로 각종 심포지엄이나 국회 토론회에 의학 분야 전문기자의 자격으로 참여하기도 합니다. 또한 의과대학 본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최신 학술 지견이나 병원에서 일어나는 뉴스는 어떻게 취재하나요?
나의 경우에는 의사 출신 기자인 덕에 일선 의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들과 미팅이나 식사 자리가 많아요. 그러다 보면 최신의 의료 기술이나 다양한 분야에서 의사들이 진행하는 연구들에 대해 사전에 듣고 파악할 수 있어요. 이런 것들이 밑바탕이 돼 지금까지 학회나 다른 언론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들에 대해 새로운 기사를 작성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학회에서 공식 발표하기 전에 국내 최초로 자궁 이식에 성공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에 대한 취재를 할 수 있었던 것이죠. 취재의 또 다른 방법으로는 인터넷을 활용하는 것이 있어요. 논문 검색을 통해 의미 있고 뉴스 밸류가 있는 논문들을 골라내서 기사로 발굴합니다. 기획 기사를 통해 색다른 기사를 연재하기도 합니다.
의사로서 남들이 가지 않는 길, '의학전문기자'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의대생 시절에는 '의료와 사회'라는 동아리 활동과 독서 토론회 활동을 통해 우리가 사는 사회가 어떠한 지 간접적으로 많이 배웠어요. 제 별명이 '발발이'였거든요(웃음). 발발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다녔어요. 학생회 활동, 학년 대표 활동 등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했어요. 이러한 성격 덕에 기자로서 쉽게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의대생 시절에 당시 사회적으로 매우 핫 했던 '의약분업 사태'가 일어났어요. 의사는 진료와 진료결과를 바탕으로 약을 처방하고, 약사는 조제만 하도록 의사와 약사의 역할을 법으로 구분하자는 것이었지요. 이에 의료계는 강력히 반대했고 일선 의사들과 병원 할 것 없이 파업에 돌입하기도 하고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이는 실로 엄청난 사태가 발생한 것이었지요. 그 당시 각 언론사에서는 의학전문기자들을 많이 뽑았어요. 나도 이러한 시대적인 상황이 배경이 되어 의학전문기자에 지원하게 되었어요.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의료 문제와 특히 건강에 대한 보도 양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기자들의 기사가 대부분인 현재, 의학을 전공한 의학전문기자가 갖는 강점은 무엇일까요?
기자이기 이전에 의사이기 때문에 동료 의사들을 자주 만날 수 있고, 그들이 사용하는 의학 용어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이런 점들이 기사를 쓸 때 일반 국민의 시각으로 눈높이에 맞춰서 연결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유리해요. 또한 의사로서의 경험을 살려 강연을 하거나 토론회에 참여하기도 해요. 책도 쓸 수 있고요. 의사와 기자, 두 직업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단체의 의견에 편중되지 않고 의사, 병원, 시민들의 입장을 쉽고 균형 있게 모두 이해할 수 있어요. 양쪽의 의견을 모두 들을 수 있는 시각 덕분에 균형 있는 기사를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의과대학 학생 시절에 글을 잘 쓰기 위해 따로 공부하거나 노력한 것이 있나요? 훌륭한 기자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요?
기자가 되기 위해서 글을 잘 써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러한 자질은 기자가 된 후에 자연스럽게 늘어요. 매일매일 신문, 칼럼을 보고 기사를 끊임없이 쓰는 과정 자체가 연습이 돼요. 특별한 능력보다는 기본적으로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성격을 가져야 해요. 기자들은 노숙자부터 대통령까지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야 하고, 매번 새로운 사람들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야 해요.
의학전문기자로서 의협신문 의대생 기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의대생 기자들은 미래의 의사가 될 것이긴 하지만, 사회의 다양한 개인이나 단체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해요. 일선 의료현장의 의사들의 의견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닌 보건복지부의 입장,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입장, 병원협회, 의사협회와 환자의 입장을 골고루 균형 있게 들어보면 모두가 타당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요. 그러면 그 중심이 어디에 두어야 하나 고민이 될 텐데, 중심은 항상 기사를 읽는 독자,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봐야 해요. 의사들을 잘 모르는 국민들이 불편한 점에 접근해서 그들의 불편함을 듣고, 전문가를 찾아가 이를 어떻게, 누가 해결해야 할지 물어야 해요. 인턴 기자 활동을 통해 여러 시각에서 사회를 대하고 균형 감각들을 익히세요. 그러면 나중에 의사 생활을 할 때 하나의 시각에 매몰되지 않고, 환자 중심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각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는 이번 겨울에 우크라이나 난민촌에 의료 봉사를 다녀왔다고 한다. 최신의 의료기술을 접하는 기자답게 '반지'와 같은 웨어러블 건강 진단 기기를 활용하여 환자의 증상을 관찰하고 진찰했다고 한다. 글로벌 엑스포 난민센터 팀장의 인터뷰가 담긴 단순한 기사가 아닌, 의사로서 경험이 묻어나오는 기자의 글에서는 국제적인 난민 지원에 대한 호소력이 짙게 배어 있었다. 의사와 기자를 겸직하는 것과 동시에 '톡투건강TV' 유튜브 채널과 집필 활동을 통해 20년차 서울대 겸임 교수로서의 정확한 건강정보를 전달하는 일을 통해 오늘도 활발하게 독자들과 교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