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그리고 절망

희망 그리고 절망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4.02.28 19:09
  • 댓글 3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영재기자

누구나 희망을 갖는다. 그리고 늘 절망과도 마주한다.

희망과 절망은 서로 극단에 있지만 경계는 그리 뚜렷치도 멀지도 않다. 게다가 누군가의 절망에서 내 희망을 찾기도 한다.

거개는 어쩔 수 없이 절망에서 벗어나기 위해,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사는 동안 경계를 어른거린다.

희망과 절망은 가까이 할 수도 멀어질 수도 없다. 

개인의 삶에서 '희망'은 이렇다. 내가 가장 잘 아는 '나의 이야기'다.

세상은 무수한 다반사의 모임이다. 사는 모습도 살아가는 방식, 이유, 가치도 제나름이다. 

조직이나 집단의 희망이 개인의 희망과 결이 다른 까닭이다. 

무수한 작용과 반작용, 구조화된 생존 욕구, 가늠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섣부른 예측까지 스며든다. 

그런 희망이 정책이 됐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 규모 산정 근거에 대해 몇 가지 '밝힐 수 없는' 연구자료와 전국 의과대학에서 써낸 '희망' 인원이라고 언구럭부린다. 

희망이 정책이 되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다양한 영역의 수많은 희망들은 늘 그렇듯 희망에 머무른다. 그래서 희망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당장 내일도 가늠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정부 정책에는 더 촘촘하고 조밀한 판단과 고려가 뒤따라야 하는 이유다. 

과연 이 정부는 10년 후 자신들의 결정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결기는 있을까. 

우리는 지난 시간과는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미래를 가늠할 수 있고 그 예측이 눈 앞에 펼쳐진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는 숫자만 있다. 숫자로 모든 게 해결된다. 불명확 한 낙수효과는 필수의료·지역의료를 살리는 비방(祕方)이 된다. 

그러나 그 숫자가 미칠 영향은 살천스레 외면한다. 

'저출산'은 세계적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표제어가 된 지 오래이고, 인구절벽에 가파르게 다가서고 있다. 인구는 점점 줄어드는데 의사 수는 늘리는 형국이다. 붕괴에 직면한 필수의료·지역의료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의 시간은 숫자로 채웠다.  

내던져진 의대정원 증원에 소모적인 시간과 노력이 묻혀간다. 

보건의료체계 전반을 뒤흔드는 이 정책을 마련하는 데 과연 얼마의 시간을 들였을까. 

옛부터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다.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 교육은 더 지나쳐도 남음이 없다. 

10년 후 의사들의 우려가, 걱정이, 외침이 현실이 되는 게 두려울뿐이다.

의료는 간단치 않다. 

유한한 정부가 무한한 의료를 가위질하고 있다.

절망이 희망을 잠식하고 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