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 근거된 OECD 통계 '스웨덴 패러독스'로 반박

의대 정원 증원 근거된 OECD 통계 '스웨덴 패러독스'로 반박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4.03.0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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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의사 4.3명에도 '전문의 90일이내 만나기' 목표
정부 의료개혁 정책, 포퓰리즘·의사노예화 비판도 제기

3월 3일 거리에 나선 의사들이 의대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김미경 기자]ⓒ의협신문
3월 3일 거리에 나선 의사들이 의대정원 증원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사진=김미경 기자]ⓒ의협신문

정부가 국내 의사 부족의 근거로 내세운 OECD 의사 수 통계가 의사 수를 늘리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눈길을 끈다. 

OECD 국가간 의료 현실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보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많은 스웨덴은 일반의 진료를 7일 이내, 전문의 진료는 90일 이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을 정책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어디서나 쉽게 전문의를 만날 수 있는 국내 의료 상황과 비교된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3일 오후 2시 여의도공원 옆에서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을 반대하는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의료계는 다시 한번 정부의 의료정책 방향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박형욱 대한의학괴 부회장이 연대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의협신문
박형욱 대한의학괴 부회장이 연대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의협신문

특히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은 이날 연대사를 통해 정부가 그동안 의사 부족의 근거로 내세운 OECD 통계인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통계가 가지는 한계점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 스웨덴과 우리나라의 사례를 들고와 각 나라의 의료현실을 비교한 박형욱 부회장은 스웨덴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4.3명임에도 일반의 진료를 7일 이내, 전문의 진료는 90일 이내 가능토록 하는게 정책 목표라는 점을 짚었다. 

박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쉽게 전문의 진료를 받고 있다"며 "OECD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통계는 어떤 절대적인 기준이 아님에도 정부는 절대적 기준인 것 처럼 거짓말 한다. 이는 보건통계의 의미를 전혀 모르는 짓"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를 거론하며 의대정원 증원이 시급하다고 선동한다는 점을 짚은 박 부회장은 "수 많은 소아과 의사들이 현장을 떠났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고려한다면 그들을 현장으로 되돌리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15년 후를 바라보는 의대증원 정책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현재 대한민국 의료 현실과 외국에서 바라보는 대한민국 의료에 시각도 전한 박 부회장은 "대한민국 의료는 짧은 시간 놀라운 성과를 이뤘다"며 "예약도 없이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 원스톱으로 각종 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바로 확인하는 것, 값싼 진료비 등 외국 사람들은 우리나라에 와서 진료를 받고 놀란다"고 말했다. 

안덕선 고려의대 명예교수(왼쪽)과 이형민 한림의대 교수(오른쪽)이 정부의 의료정책에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의협신문
안덕선 고려의대 명예교수(왼쪽)과 이형민 한림의대 교수(오른쪽)이 정부의 의료정책에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의협신문

이날 총궐기대회에서는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과 필수의료패키지 정책 등 의료개혁 정책이 포퓰리즘과 의사노예화 정책이라는 날 선 비판도 함께 언급됐다.

이형민 한림의대 교수(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의대 증원은 필수의료 위기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의료개혁이 아니라 지지율 상승이 그 목표"라며 "이렇게 준비없이 비현실적인 무리한 정책을 추진할 경우 의료계 뿐 아니라 국민에게도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현실성도 없고 준비도 없는 증원 결정은 전형적인 졸속 탁상행정이다"고 주장했다.

의료계 탄압 중단을 요구하기도 한 이 교수는 "현재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응급실을 지키고 있지만 정부정책에 동의한 것도 아니고 정부의 협박이 무서워서도 아니다. 우리가 응급환자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더이상 필수의료 의사들을 욕보이고 조롱하지 말아달라. 가만히만 놔둬도 스스로 알아서 열심히 할 의사를 욕하고 때리고 처벌해 필수의료 현장을 망가뜨리는 것은 정부라는 것을 국민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덕선 고려의대 명예교수는 "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정책패키지는 전문직의 자율성이 바탕이 아닌 각종 타율적 규제종합세트로 이것이 진정한 의료개혁인지 아니면 의사노예화인지 매우 통탄스러울 뿐이다"며 "명령과 통제로 압박하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의 의료보상체계가 바뀌지 않는 한 필수의료는 결국 붕괴할 것이라 전망한 안덕선 교수는 "고위험 불공정 보상의 문제를 시정해달라는 의료계의 요구에 정부는 응답이 없었다"며 "여기에 급증하는 의료의 형사범죄화와 감당하기 어려운 분쟁배상액은 젊은 의사의 필수의료 진입을 막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위해 정부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 의료에 대한 합의된 이념부터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당하 정책 패키지를 차근차근 풀어나가야한다"며 "의료가 의사의 기본권의 침해를 바탕으로 유지되는 한 필수 의료의 붕괴는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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