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이럴 줄이야"…묵살당한 교수들, 사직에 소송까지

"설마 이럴 줄이야"…묵살당한 교수들, 사직에 소송까지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4.03.05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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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명 요청'에서 '1000명 더' 창조해 낸 대학들 "그렇게 호소했는데 3000명"
필수의료 교수 사직은 증원 순? "일단 나부터"…"버티던 중 등 떠밀어"

ⓒ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또다시 시행된 의대정원 수요조사가 지난번보다 늘어난 '3401명' 증원으로 마감되자, 전공의에 이어 교수들까지 사직하겠단 성토가 일고 있다. 대폭 증원을 강행한 의대에서도 '바이탈' 교수들을 중심으로 사직이 시작되고 있다.

교수들은 강력히 항의했음에도 이를 모두 무시하고 일방적인 증원 신청을 강행한 것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증원 신청 거부 또는 '0명' 증원 요청을 요청했음에도 백 단위의 증원을 부른 대학들이 더러 있었다.

의대정원 수요조사가 마감된 이튿날인 5일, 강원의대의 학장과 의학과장은 삭발식을 단행했다. 강원의대 교수들이 증원 신청을 거부해야 한다는 의견을 총장실에 피력했음에도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한 항의다. 

강원의대의 현 정원은 49명인데, 여기서 3배 가까이 늘린 140명 정원(91명 증원)을 원한다고 제출했다.

류세민 강원의대 학장은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단 한명의 증원도 불가능하다는 교수들의 의견을 대학 본부에 수차례 호소했지만, 학생을 직접 가르치는 교수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증원을 써냈다. 현재로서 할 수 있는 게 삭발식뿐이라 삭발식을 단행했다"고 전했다. 류세민 학장은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다.

익명을 요청한 강원의대 A 교수는 "의대정원 수요조사 과정은 굉장히 폭력적"이라며 "누울 자리를 마련해 준 다음 다리를 뻗으라 해야 할텐데, 일단 누우면 자리에 맞춰 다리를 잘라내 주겠다는 꼴"이라고 분개했다.

또 "강원의대 교수가 120여명인데, 정원이 3배 늘어난다면 교수가 얼마나 필요할지 감도 오지 않는다"며 "삭발식 등 강력한 항의가 필요하다는 것에 교수들이 다 동의하고 있다. 이 사태가 지속되면 일단 나부터 사표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원 49명의 5배 이상인 250명 정원(201명 증원)을 요청한 충북의대 교수들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해 첫 의대정원 수요조사 때도 교수들은 30명을 늘린 80명 이하 정원을 최대치로 얘기했는데 1차 조사 때 170명 정원에 이어 이번에는 250명 정원을 써냈다는 것이다.

배대환 충북대병원 교수는 수요조사 마감일인 4일 "교육자의 양심이라곤 눈꼽만치도 없는 총장들의 생각없는 의대정원 숫자 써내기 행태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사직의 변을 냈다. 생명을 다루는 바이탈, 심장내과 교수다.

충북의대 내과계의 B 교수는 "산부인과 교수 3명이 의대생 250명을 교육해야 하는 현실이 눈앞에 있다. 게다가 심장혈관흉부외과에서 심장혈관 교수는 0명"이라며 "전국의 의대 정원이 우후죽순으로 늘면 지역의 필수의료 교수조차 수도권으로 쏠릴 텐데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경북의대는 첫 사직 교수를 배출(?)했다. 현 정원이 110명인데, 여기서 2배 이상 많은 250명 정원(140명 증원)을 요청했다.

수요조사 마감일인 4일 윤석열 대통령이 경북대를 방문한 민생토론회에서 홍원화 경북의대 총장은 250명 정원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윤우성 경북의대 교수는 "다른 많은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미 오래전 번 아웃 상태"라며 "매일매일 그만두고 싶다 생각하며 살던 와중, (정부가) 도와주는 건 없고 더 힘만 빠지게 된다"며 사직 의사를 밝혔다. 윤우성 교수의 진료과 역시 혈관외과, 필수의료 과목이다.

우성 교수의 동기라고 밝힌 C 교수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전했다. 

"마감 전날인 3일, 대학으로부터 교수들에게 정원 규모 의견을 하루만에 내라는 요청이 왔다"고 운을 뗀 C교수는 "주위 교수 중 증원에 찬성하는 교수는 한 명도 보지 못했고, 나처럼 '총장 사퇴하라'고 회신하는 교수들도 더러 있었다"며 "대부분의 교수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분노는 이미 행동으로 번지고 있다.

울산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5일 서울아산병원, 울산대병원, 강릉아산병원 교수 78%(605명 응답 중 469명)가 겸직해제 또는 사직서 제출 등의 대응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임상교수들은 74%가 사직서 제출에 찬성했다.

전국 33개 의과대학의 교수협의회도 같은 날 보건복지부와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2000명 증원과 관련한 처분 취소 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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