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협의회, 변호인단 통해 서한 발송 "강제노동 행정명령 남발"
헌법, 국제 기준 위배 지적…세계의사회 이어 ILO 판단 어떨지 '눈길'
29호 협약 중 '모든 형태 강제노동 금지' 명시, 국내법과 같은 효력
전공의 사직서 수리금지, 재계약 포기자 강제임용 등이 과한 조치라는 비판이 이는 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국제노동기구의 개입(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대전협은 변호사를 통해 긴급 개입을 요청하는 서한을 국제노동기구(ILO)에 발송했다고 13일 밝혔다. 공권력으로 강제 노동을 강요하는 한국 정부의 행태가 헌법은 물론 국제 기준에 심각히 위배된다는 것이다.
ILO는 노동자 근로조건 개선과 지위 향상을 위해 설치된 국제연합(UN)의 전문 기구로, 비자발적인 모든 형태의 강제노동 또는 의무노동을 금지하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을 명시한 제29호 강제 또는 의무노동에 관한 협약(C029-Forced Labour Convention,1930)에는 한국 국회 역시 지난 2021년 2월 비준한 바 있다. 즉 해당 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고 있다.
전공의 대표들은 "한국 정부가 의대 증원, 지불제도 개편, 인턴제 기간 연장 등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대다수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나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한국 정부는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 집단연가 사용불허 및 필수의료 유지명령, 집단행동 및 교사 금지명령, 업무개시명령 등 행정명령을 남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명령들은 강제노역 금지와 직업선택의 자유 등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기본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짚은 전공의들은 "실제로 행정처분을 위한 의사면허 정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했고, 구속 수사 등 형사 고발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업무개시명령은 ILO 강제노동금지조항에 위배되며, 한국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등 공권력으로 전공의를 겁박하며 노동을 강요하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료법 제59조의 제2항과 이에 따른 처벌조항(같은 조 제3항)을 폐지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ILO 협약은 각 회원국이 '처벌 위협, 강요를 통한 비자발적 강제근로를 금지할 것'을 명시하고, 강제근로를 불법 강요할 시 형사범죄로 처벌토록 하고 있다.
다만 '공중의 생존·안녕을 위태롭게 하는 전쟁·화재·홍수·기근·지진·전염병·해충침입 등 재해나 재해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을 예외로 뒀는데, 정부는 이를 근거로 행정명령 등 전공의를 향한 강경 조치가 ILO 협약에 반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속적인 응급의료 제공 의무 등 '의사 단체행동 윤리지침'을 명시한 세계의사회(World Medical Association,WMA)도 한국 의사들을 향해 거듭 지지를 표명했다. 세 차례 연달아 지지성명을 내고 한국 정부의 조치가 심각한 인권 탄압이라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세계의사회는 한국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윤리지침을 어기지 않고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지난 8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의료대란이란 표현은 언론에서 과장된 것"이라고 발언한 것 역시 정부의 조치가 과하다는 목소리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대전협은 "2022년 자체 설문 결과, 전공의는 주 평균 77.7시간 일하며 이중 25%는 주 100시간 이상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을 제외한 근로시간은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며 "전공의 근로환경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음에도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편 대전협은 이번 ILO 개입 요청에 한해 법무법인 로고스의 조원익·전별 변호사를 전담으로 함께 진행했다고 밝혔다. 두 변호사는 '미래를 생각하는 의사모임(대표 임현택)'과 이재희 변호사(법무법인 명재)를 중심으로 한 변호인단 '아미쿠스 메디쿠스'에 최근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