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협 회장 "개원가 입장에서 압박될 수밖에 없어"
강남구 보건소 "지시 따른 조치일뿐…다른 목적 없어"
정부가 보건소를 통해 의료기관 개설자 연락처 수집을 시작, 개원가의 불만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직 결정되지 않은 개원가 집단 행동을 정부가 미리 예단, 행정명령을 내리기 위한 사전 작업을 한다는 지적이다.
강남구보건소는 지난 18일 '의료기관 개설자 연락처 현행화 협조 요청'공문을 관내 의원급 의료기관에 시행했다.
공문에는 "구민들의 의료서비스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만반의 대비를 하고자 관내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자 연락처를 현행화하고자 한다"며 21일까지 담당자에 개설자의 휴대폰 번호를 회신해 달라고 요청했다.
개원가에서는 '협조 요청'이지만 압박이 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김동석 대개협 회장은 "의료계가 정부 정책에 반하는 행동을 한다고 해서, 개인정보를 함부로 모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공문에서 협조를 요청한다고 했지만, 소속된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보건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은연 중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압박이 크다"고 지적했다.
개원가에서 야간과 주말 진료를 줄이는 '준법 진료'를 고민 중이라고 밝힌 바로 다음 날 공문이 시행된 점을 봤을 때, 업무 개시 명령 등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
대한개원의협회는 17일 학술대회에서 야간과 주말 진료를 줄이는 '준법 진료'를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김동석 대개협 회장은 당시 "개원의들 사이에 토요일이나 야간에 진료하지 않고 주 5일 40시간 근무하는 '준법 진료'를 하자는 얘기가 나오는 정도"라며 아직 협의회 차원에서 결정한 사안은 없고, 집단 휴진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개원가는 보건소의 연락처 수집이 이전에는 전혀 없었다고도 지적한다.
김동석 회장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연락처 현행화를 위한 요청 공문을 받아본 일이 없다"면서 "강서구의사회에서는 강서구 보건소에 항의를 진행, 현재 공문 발송을 중지한 것으로 안다. 협회 차원에서 공식적인 항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보건소는 보건복지부의 지시를 따랐을 뿐, 다른 목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강남구 보건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건복지부에서 18일 서울시 모든 보건소에 의료기관 연락처 현행화에 대한 공문을 시행했다"며 "어떤 목적이 있어서는 아니다. 단순한 현행화 목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