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사태 총선 표심 핵심 변수로...각 당 선대위 '중재자' 자처
국민의힘 '증원 규모 조정 가능성' 제안...민주당 '책임자 경질론' 제기
4.10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의대증원 사태 해법 마련을 위한 본격적인 중재에 나섰다. 사태가 장기화로 의대증원 이슈가 총선 표심의 핵심변수로 떠오르면서 정치권의 움직임도 바빠지는 모양새다.
의정간 대화를 촉구하는 선을 넘어 '2000명 조정론', '책임자 경질론' 등 이른바 대화 물꼬트기를 위한 제안들이 구체화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상대책위원장은 27일 오전 정책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과감한 의료개혁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책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어떤 의제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것으로 배제하고 진행해서는 건설적인 대화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2000명 증원 입장을 고수하면서 의정이 대화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다.
지난 24일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회장단과의 회동을 시작으로, 의대증원 사태 중재자를 자청하고 나선 한 비대위원장은 26일에도 "대화를 함에 있어 의제를 제한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의대증원 규모 조정 또한 대화의제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 또한 '2000명 조정론'에 힘을 실었다.
안 위원장은 27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현해 "저도 의대교수를 해봐서 알지만 2000명을 증원해 교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꿈같은 이야기"라며 증원 규모 조정 필요성을 밝혔다.
안 의원장은 "지금 휴학한 학생들이 군대에 가면 내년에 인턴이 없어지고, 나중에 군의관과 공보의도 없어진다"며 "그 사람들이 돌아오면 2000명이 아니고 4000명을 교육해야 한다. 완전 의료 파탄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2000명 증원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의사들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안 위원장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면) 3∼6개월 내에 숫자(적절한 증원 규모)를 만들 수 있다. 그 숫자를 가지고 점진적으로 증원하자는 것이 의사들과 저의 공통적 생각"이라고 밝혔다.
야당에서도 협의체를 통해 의대정원 증원 규모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과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민건강증진이라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한다"며 "2000명이라는 증원 숫자만 절대선으로 고집하는 과도한 집착을 버리고 회의체를 가동해 사회적 논의를 신속하게 시작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정원을 2000명으로 못 박아서 대학 배정까지 강행을 하는 무리수 떄문에 이제와서 어떻게 의료계를 설득하고 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정책적 목표를 달성해 나가야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와 정부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책임자 경질론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공동선대위원장은 27일 의대 증원 현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의료계와 정부간 대타협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는 점을 짚고 "국정의 최종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정부를 압박하며 "의료계와 대화의 길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경질해달라"고 촉구했다.
박민수 차관의 '의새' 등 거친 언사로 의료계와 정부간 대화 분위기를 무너뜨렸다는 이유에서다.
이 공동선대위원장은 "의료계 역시 대화 테이블에 앉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증원 규모를 함께 논의해달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변하는 시대는 끝내야한다. 국민 대표와 여당과 야당, 대한의사협회, 전공의, 시민단체 등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한 국민건강위원회를 설치해 의대정원, 의료 수가 등을 장기적 관점에서 타협해야한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의대정원 확대가 의료 정상화를 위한 필수조건이라며, 여전히 강경한 입장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27년 만의 의대 정원 확대는 의료 정상화를 시작하는 필요조건"이라며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확대하는 의대 정원 2000명의 82%인 1639명을 비수도권 지역 의대에 집중적으로 배정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