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 추진…20일까지 의견수렴
의협 "보복성 법 개정…의료개혁한다는 정부 방향성과 반대 행보"
외국 의사 수입이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의료인 부족 상황에 대비해 외국 의사가 국내에서 의료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나선 것. 대한의사협회는 "보복성 법개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보건복지부는 8일 외국 의료인 면허를 가진 사람이 보건복지부 장관 승인을 받아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공개하고 20일까지 의견수렴에 나섰다.
골자는 의료법 시행규칙 18조 외국면허 소지자의 의료행위 허용 항목으로 '보건의료와 관련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심각단계의 위기 경보가 발령된 경우로서 환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의료지원 업무'를 추가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현 상황을 보건의료 위기 '심각' 단계를 발령한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재난 위기 상황에서 의료인인 부족에 따른 의료공백 대응을 위해 외국 의료인 면허를 가진 사람이 국내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국민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조치는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상황이 장기화 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나아가 장기적으로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을 것에 대한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전문의 자격시험을 쳐야 하는 고년차 전공의들은 사직 후 3개월이 지나면 전문의 시험 자체를 치를 수 없는 기로에 놓였다. 전공의는 지난 2월 20일 전후로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는데 오는 20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수련기간 미달'로 내년 전문의 시험을 볼 수 없게 된다. 그 숫자만도 3000명 가까이 되는데, 당장 내년에는 전문의가 약 3000명이 배출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전문의 부족의 현실화로 발생할 수도 있는 의료공백을 '해외 의사'로 메워보겠다는 것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 3월 YTN에 출연해 "대한민국 의사가 하나도 현장에 남아있지 않는다면 전세기를 내서라도 환자를 실어 날라 치료하겠다"는 발언을 해 의료계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확인한 대한의사협회 채동영 홍보이사는 "우리나라 의사면허 과정은 의외로 엄격한 편"이라며 "검증안된 교육 체계에 있는 외국 면허 의사가 국내에서 의료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데 우려가 있다. 이를 정부가 얼마나 엄격히 관리할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의료개혁을 한다는 정부의 방향성과 반대되는 행보"라며 "전공의가 사직서를 낸 데 대한 보복성으로 법 개정에 나서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개혁을 한다든지 정책의 뚜렷한 방향성이 있다기보다는 정치공학적인 이유를 의심케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