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게임 중독, '전자약'으로 치료한다

인터넷 게임 중독, '전자약'으로 치료한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4.05.0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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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두개직류자극' 치료 연구결과 '행위중독저널' 발표
낮은 전류량으로 뇌 기능 조절…부작용 적고 안전성 높아
하루 30분 집에서 자가치료 가능…다른 중독에도 활용 기대

왼쪽부터 김대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span class='searchWord'>안국</span>진 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정조은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왼쪽부터 김대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안국진 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정조은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전자약'의 일종인 경두개직류자극(transcranial Direct Current Stimulation·tDCS)을 인터넷 게임 중독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에 발표됐다.

김대진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교신저자) 연구팀(안국진 영상의학과 교수·공동저자/정조은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제1저자)은 2018년부터 서울성모병원 중독 클리닉을 통해 인터넷 게임 중독 증상이 있는 20대 남성 22명을 대상으로 경두개직류자극으로 치료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경두개직류자극은 피부 표면(두피)에 부착된 전극(+/-)을 통해 미세 직류를 흘려 뇌의 신경세포를 자극해 기능을 조절하는 일종의 신경조절술이다. 먼저 자극 부위 근처의 신경세포 활동을 조절하지만,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신경세포 특성을 활용해 뇌 내부 신경회로까지 영향을 주는 원리다. 

연구팀은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을 통해 전기 자극이 전달될 수 있도록 정해진 방법과 일정에 따라 하루 30분, 2주 동안 집에서 자가 치료를 진행했다. 

무작위배정, 이중맹검, 가짜기기 대조방식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에서 치료군에서는 대조군 대비 긍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치료 전후 촬영한 기능적 MRI를 통해 확인한 영상에 따르면 치료군은 전대상피질과 배외측 전전두엽 피질 사이의 연결성이 증가했으며, 이를 통해 자기조절능력을 유의하게 증가시키고 중독 대상에 대한 반응을 억제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확인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중독 장애는 단순히 개인의 의지 부족이나 습관의 문제라기보다는 전두엽 기능이 저하되는 일종의 뇌 질환이다. 즐거운 행위에 대한 동기 부여를 조절하는 보상 체계의 변화로 갈망은 증가하나, 판단이나 계획, 자기 통제 등 인지기능 조절 능력은 감소해 '중독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중독 장애를 우울증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낮다.

■ 경두개직류자극 적용 사진 및 치료 흐름도.
■ 경두개직류자극 적용 사진 및 치료 흐름도.

기술 발달과 다양한 게임의 개발 등에 따라 인터넷 게임 중독 인구는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미국정신의학회는 2013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부터 게임 장애를 중독성 장애로 분류하는 등 과도한 게임 이용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세계 공중보건 이슈 중 하나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게임중독 치료 목적으로 승인된 약물은 없다. 이번 연구가 약물 치료 이외에 새로운 치료도구로서 체계적인 관리가 요구되는 게임 중독 대상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경두개직류자극은 비침습적일 뿐 아니라, 스마트폰 대비 약 1/1000 수준인 전류량(최대 2mA)과 전자파(약 0.001W/kg) 노출을 고려하면 인체 위해성과 부작용 우려도 크지 않다. 또 기기 크기가 작고 작동 방법이 복잡하지 않아, 처방 이후 집에서 자가치료도 가능하다.

정조은 교수는 "200개 이상의 선행연구를 종합해보더라도 전극 부착 부위의 따가움이나 열감 등 일시적 불편감 외에는 심각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라면서 "자가 적용이 가능해 약물치료 효과가 적은 여타 중독 환자들에게도 대안이 될 수 있으며, 향후 다양한 중독 치료에 적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대진 교수는 "최근 미국 FDA뿐 아니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치료 용도로 승인받은 전자약이 증가함에 따라 대중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처방 사례도 늘고 있다"라면서 "정신의학 분야에서도 중독, 우울증, 불안장애 등 다양한 질환에서 유효성을 입증하고 있는 만큼, 후속 연구를 통해 환자들에게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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